![[김승룡 칼럼] 치프라스와 700㎒](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13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치프라스와 700㎒")
시지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의 왕이다. 가장 교활한 인간으로 묘사된다. 고대 그리스 시대, 모든 인간이 신과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시지포스는 전혀 두려운 게 없었다. 그는 코린토스에 웅장한 궁을 짓고 사치스런 삶을 살았다. 궁에 샘물이 솟지 않자, 올림포스 산의 샘물을 탐하기까지 했다. 결국 제우스의 분노를 산 시지포스는 산 밑에서부터 바위를 굴려 올렸다가 산 꼭대기에서 떨어지면 다시 산 꼭대기로 바위를 올리는 일이 영원히 반복되는 형벌을 받게 된다.
'신의 나라' 그리스. 그리스가 몰락하고 있다. 만 40세의 젊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올 1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당수로, 2800억 유로라는 천문학적 빚 탕감, 긴축정책 중단 등을 내걸며 궁지에 몰린 그리스 국민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총리에 당선됐다.
그리스 몰락은 당연한 것이었다. 2010년 전체 직업인 가운데 공무원 비율이 25%에 달했다. 공공기관 등 준공무원까지 합하면 50% 이상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충당했다. 1975년 군사정권이 끝나고,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정부가 30년간 집권하면서 국민에 퍼주기식 복지 정책을 이어왔다. 거대한 공무원 집단과 기업노조는 정치권과 밀약을 맺고, 임금과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대신 표를 몰아줬다. 이같은 부패가 만연하면서 그리스 연금은 유럽 최고 수준이 됐다.
공무원으로 퇴직해도 전에 받던 월급의 95% 수준을 연금으로 받았다. 2008년 정부 재정적자의 50%는 연금이 차지했다. 관료, 공무원, 기업, 시민 할 것 없이 탈세가 만연했다. 그리스의 지하 경제는 GDP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한 그리스는 경제 개혁 대신 달콤한 부패 만찬을 선택했다. 유로존 가입 이전 1521억 유로였던 그리스 공공부채는 10년 만에 배 이상 늘었다.
그리스는 지금까지 모두 다섯 번의 디폴트(국가부도)를 맞았다. 그리스 국민은 디폴트가 무섭지 않다. 마치 늑대소년처럼, 이젠 그들에게 디폴트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소년의 허언에 지나지 않는다. 간 큰 그리스 국민은 지난 7월 5일 실시한 국제 채권단의 긴축재정안 찬반 투표에서 60%가 넘는 반대표를 던지며, 채무 탕감을 외쳤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로 통하는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 탈퇴 협박'을 무기로 내세우며, 배짱 '벼랑 끝 전술'을 보여줬다. '막가파' 조폭 우두머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스와 젊은 총리의 '막가파' 행동을 보면서, 최근 700㎒ 주파수 용도 결정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지상파 방송사 편을 들며, 강압적 태도를 보인 국회가 오버랩 됐다. 주파수 전문가들이 이미 700㎒는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게 국가경제와 국민 이익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러나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무조건 UHD 방송용으로 배분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방송사들은 주파수를 할당받아도 십 원 한 푼 내지 않는다.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권과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비 전문가인 국회의 '막가파' 식 주장에 결국 정부는 지상파 UHD 방송 5개 채널(6㎒씩 5개 채널에 총 30㎒ 폭), 이동통신사 1개 광대역 주파수(40㎒ 폭)를 할당하는 안을 어거지로 만들어냈다. 방송과 통신용 주파수 사이에 혼간섭을 막기 위해 필요한 12㎒ 폭을 절반으로 줄여서 만든 것이다.
700㎒ 대역을 방송에 할당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 국가들은 이미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했다. 국제적 주파수 표준규격과 달라 주파수 혼간섭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농후하다. 시지포스 비극적 형벌은 탐욕과 부조리의 결과다. 정도를 벗어난 그리스도, 국민 이익을 무시한 우리 국회도 시지포스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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