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지상파 콘텐츠 갈등, 정부가 풀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13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지상파 콘텐츠 갈등, 정부가 풀어야")
누구나 예상은 하고 있었다. 1996년에 빌 게이츠가 했던 '콘텐츠는 왕이다(Content is King)'라는 말은 미디어업계에서 경구처럼 회자되어 왔다. 하지만 말만 무성했지 누구하나 절박하게 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덧 콘텐츠는 모든 미디어사업자들에게 생존의 문제로 다가와 버렸다. 본격적인 콘텐츠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그동안 콘텐츠 투자 없이 저가 가입자 가지고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호시절을 누려왔던 케이블TV를 비롯한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는 재앙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이 때다 싶어선지 지상파방송사들은 턱없이 높은 콘텐츠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재송신대가 협상은 점점 더 수렁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급기야 모바일의 지상파방송 콘텐츠 VOD서비스가 중단됐다. 마치 지상파콘텐츠를 둘러싼 방송파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전주곡 같다. 최근엔 계약 만료된 지상파방송 콘텐츠들을 IPTV 3사가 VOD서비스해온 것이 드러나 갈등은 더 증폭될 조짐이다.
물론 콘텐츠 투자 없이 무임승차해온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들에게는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렇지만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막무가내로 콘텐츠 비용을 올리는 지상파방송사업자들 역시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OECD 국가 중에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율이 가장 낮은, 직접 수신가구가 열 가구 중에 한 가구도 안 되는, 현실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 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을 넘어 독선으로까지 보인다.
하지만 가장 한심한 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정부다. 언젠가는 제어 불가능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절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발생했던 위성방송과 케이블TV의 지상파방송 블랙아웃(black out) 사태를 통해 충분히 예측되었던 일이다. 그렇다고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다. 결국 사업자들의 눈치만 보다가 시간을 보낸 규제기구가 문제인 것이다. 얼핏 보면 시장기제에 의존하는 고귀한 시장친화적 정책 같아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무능력·무책임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황이 계속된다면 방송시장 전반에 걸쳐 콘텐츠를 둘러싼 파행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 MVPD(multi video program distributer, 우리나라의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들의 지상파방송재송신 대가는 2010년 이후 연평균 21.1%씩 늘어나 2014년에는 45억 달러가 넘었고, 2017년에는 7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계약이 성사되지 못해 지상파재송신이 안 되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Satellite Television Extension and Localism Act'가 작년 말에 종료되면서, 'Local Choice' 방식이 제기된 바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지상파방송 채널을 a la carte 형태로 선택하게 하고, 선택한 가입자에게 지상파재송신 요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지상파방송재송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정부의 고민을 잘 읽을 수 있다.
어찌됐든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상파재송신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Local Choice' 같은 방안은 합리적인 CPS 대가 산정을 가능하게 해, 사업자간 갈등을 줄일 수도 있다. 지상파방송 역시 시청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시청자들의 선택권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부정확한 유료방송가입자 수를 가지고 재송신 대가를 산정하는 문제점도 개선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지상파재전송에 절대 의존해온 유료방송의 체질 변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상태에서 방송콘텐츠 활성화도 시청자 선택권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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