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채택·부정부패' 재정위기 부채질
채권단 획일적 긴축정책 '역효과'
ECB '긴급유동성지원' 여부 촉각
국내 유럽자금 이탈 우려 가능성
채권단 획일적 긴축정책 '역효과'
ECB '긴급유동성지원' 여부 촉각
국내 유럽자금 이탈 우려 가능성
![[알아봅시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 원인과 전망](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0202101858759001[1].jpg "[알아봅시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 원인과 전망")
그리스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돌입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새벽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구제금융 연장이 거부됐고,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 15억유로를 갚지 못하게 됐습니다. 사실상 디폴트에 돌입한 그리스 사태는 5일 국민 투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는 그리스 디폴트 사태의 원인과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유로화 채택·내부 부정부패 등이 재정 위기 키워=그리스 디폴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유로화 채택'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제적 격차가 있는 회원국 사이에서 열악한 형편의 약체국을 고려하지 않는 단일 통화체제로 묶이면서 구조적 결함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유로존에서 회원국들은 통화와 기준금리 정책을 공유하지만 경제 사정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환율이나 이자 정책을 펼 수 없습니다. 때문에 열악한 국가는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유로존은 역내에서 경상수지 격차가 확대되는 등 회원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려운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위기가 이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채권단 측이 그리스에 획일적인 긴축정책을 적용한 것이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은 스페인, 포루투갈에도 유사한 처방을 내렸는데 약체인 그리스에서는 반작용이 일어났습니다.
그리스 재정 위기의 근본 원인을 부정부패와 부유층 탈세, 정치 부재 등 그리스 내부에서 찾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는 연간 그리스 GDP의 8% 가량인 200억유로 가량이 탈세와 부패로 사라진다고 지적한바 있습니다.
이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리스는 재정 위기를 겪어왔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0년부터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에서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당선되면서 지출 축소와 구조조정 등 까다로운 구제금융 조건에 반발, 채권단과의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그리스는 채권단 트로이카에서 약속한 대로 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해야만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제금융은 여러 차례 나뉘어 지급이 되는데 그리스 정부가 마련한 긴축안이 단계별로 유럽 의회를 통과해야만 지급됩니다.
◇5일 국민투표 분수령…디폴트 본격화 시 국내도 유럽 자금 이탈 등 우려=현재 채권단은 그리스에 강력한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 정부가 연금을 삭감하고 대량해고, 민영화 등 노동시장과 연금분야에서의 과감한 개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리스가 채권단에 제출한 개혁안에는 탈세 척결, 고가 사치품에 대한 세금 인상, 건별 자산매각 검토 등이 담겨 있습니다. 또 연금생활자들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최저 임금을 점진적으로 인상, 현 공무원 수 유지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채권단 측은 물론 이 같은 그리스의 개혁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정부가 긴박한 상황임에도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그리스의 집권당인 시리자는 선거 공약으로 공무원 고용 확대, 민영화 중단 등을 내세웠기 때문에 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스 디폴트가 본격화되면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이 중단됩니다. ELA는 시중은행이 자금난을 겪을 우려가 있을 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소속 국가의 중앙은행이 ECB의 승인을 받아 공급하는 자금입니다. 그리스 은행들은 급격한 예금인출을 겪으면서 ELA에 의존해 왔습니다. 물론 당장 ELA가 중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 채무 연체가 지속된다면 ELA를 담보로 설정된 그리스 국채 890억유로가 부실로 귀결돼 ECB와 그리스 중앙은행 간의 1000억 유로의 지급 결제 청산라인이 차단되고 향후 순차적으로 그리스 은행을 통한 모든 상업거래가 차단됩니다.
이 경우 그리스 경제는 고립과 무질서의 파국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리스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유동성이 급격히 줄면서 연쇄적인 파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스 정부는 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단기 투기성 자본의 유출입을 규제하는 통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디폴트 여파가 타 유럽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유로존 위기 때에도 다국적 보험기관과 은행권에서 그리스 채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80% 가량의 채무를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경우 유럽계 자금 이탈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그리스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규모가 작아 충격이 제한될 전망입니다. 대형 조선사의 경우 환헤지 등으로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으며, 대부분 조선사는 기준환율을 미리 설정해 두고 거래하기 때문에 환율의 등락폭이 크지 않은 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5일 그리스 국민들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론 조사결과와 ECB 측이 바라는 대로 '유로존 잔류'와 '트로이카 개혁 프로그램 수용'으로 기울 경우, 글로벌 증시는 이번 주를 고비로 하락폭을 만회하고 회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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