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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청년일자리, 산업단지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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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청년일자리, 산업단지에 답이 있다
이규화 경제담당 선임기자

청년 일자리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의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도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청년 실업률은 10%를 오르내리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이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데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 일자리 창출 해법도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나올 것 없는 곳을 아무리 두드려도 소용이 없다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정부 일자리 창출 재원을 보다 효과적인 곳에 투입해야 한다.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청년 일자리 창출 재원은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에 새로 도입키로 한 청년고용증대세제 같은 세제혜택까지 포함하면 가용할 재원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일자리 창출 정책이 각 부처별로 쉼 없이 시행됐으나 성과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효과가 없는 정책은 과감히 버리고 될 성 싶은 곳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 잡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 일자리 창출의 출구가 될 수 있다.

청년들이 직장을 못 구해 방황하지만 한 쪽에서는 사람을 못 구해 걱정이다. 바로 산업단지다.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에서 필요인력 대비 부족한 20·30대 청년 인력이 36만 명에 달한다. 이 숫자는 청년 잠재구직자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자 수 약 100만 명의 36%에 해당한다. 산업단지가 청년 구인난에 처한 것은 청년들이 산업단지에 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층이 제조업을 기피한다지만 산업단지 기업이라 해서 모두 제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류와 유통,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분야 산업이 많이 들어와 있다. 보수도 전보다 많이 올랐다. 청년들이 산업단지에 오려 하지 않는 것은 보수와 대우가 대기업 대비 열악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부수적이면서도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는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근로 및 정주 여건이다.

산단공이 얼마 전 조사를 한 적 있다. 서울 강남역 근처 커피숍에서 일하며 월 80~100만 원을 받는 청년들에게 산업단지 기업에서 일하면 최소 150~200만 원을 받는데 왜 거기 가서 일하려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거의 대다수 청년들은 '보수가 적더라도 낡은 공장에서 일하느니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에서 일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 산업단지를 강남 커피숍처럼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그 못지 않게 일하고 즐길 수 있는 '어메니티 공간'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이미 산단공은 산업단지구조고도화사업을 벌이며 2010년부터 적극적으로 산단을 변화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부 성과도 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한정돼 있다. 산업단지에 청년들이 들어오게 하려면 일개 공단만이 나서서는 안 되고 범정부 차원에서 산업단지를 재편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산업단지 뉴딜'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성한 지 40년에서 20년이 넘는 산업단지는 급격히 노후화되고 있다. 70·80년대 획일적 기능적 계획에 의해서 조성돼 메마른 환경에 처해 있다. 무미건조한 메마른 환경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도 혁신산단 추진을 통해 산업단지에 젊은 인재들이 모이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산단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먼저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산업단지는 제조·생산을 하는 곳이란 관념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일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더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산단 내에 거대한 어메니티 공간을 조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산단 근로자들이 근로·교육·문화·예술·취미·쇼핑 등의 활동을 펼 수 있도록 하면 전체 산업단지 환경은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산단공의 구조고도화사업에는 50만평 당 최소 1개의 융복합집적지를 조성한다고 하는데, 그 규모가 관건이다. 전국 400여 개 국가 및 일반 산단에는 유휴 및 폐공장 부지가 널려 있다. 산단공이 기 확보한 부지와 폐부지를 합쳐 기숙사, 대학의 산단 캠퍼스, 호텔, 보육시설, 연구소 뿐 아니라 피트니스센터와 쇼핑몰, 병원과 심지어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과 공연장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부지는 수만~수십 만평에 이를 수도 있다. 정부가 확보한 예산에 민간 자본을 적극 끌어들여 개발하면 된다. 그 가능성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이미 확인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외환위기 전에는 구로공단으로 찾는 이가 드문 저물어가는 공장지대였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말부터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공장)가 들어서면서 IT기업 집적지로 변모하더니 지금은 호텔, 기숙사, 대학 강의실, 쇼핑센터 등이 들어차 어메니티 공간으로 변신해 청년들이 북적이고 있다. 시흥스마트허브(구 시화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단지 안에 산업기술대와 경기과학기술대가 들어서고 대기업 쇼핑센터와 영화관, 종합병원까지 들어서 있어 인력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산업단지 중심에 교육·문화·예술·쇼핑·복지 기능이 충족되는 대규모 복합 어메니티 공간이 들어서면 산업단지 근로자의 근로 및 정주 여건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꼬일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고 노후산업단지 재편, 스마트공장 보급과 제조업 혁신, 근로자 재교육과 훈련 등 갖가지 문제들도 줄줄이 풀리게 된다.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할 '청년 고용절벽 종합대책'에 '산업단지 뉴딜' 방안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이규화 경제담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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