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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학기술, 국가발전 롤 모델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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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뜨고 일본도 부상 한국 진퇴양난의 어려움
선제적 연구 통해 과학기술 국격 올려야
사회적 현안 해결하는 융합사업 집중할 때
[시론] 과학기술, 국가발전 롤 모델 만들자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지난 40년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놀라운 경제 발전과 전세계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만한 국가 위상을 쌓아 왔다. 1960년 23억6000만달러였던 우리의 경제 규모는 2013년엔 1조3045억5000만달러로 553배 성장했다. 우리가 이뤄낸 발전이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다. 또한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 대형 스포츠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G20의장국 역할을 수행하고, UN사무총장도 배출했다. 이와 같은 성과를 본다면 우리는 분명 선진국이다.

그러나 각종 보고서나 뉴스를 살펴보면 빠짐없이 선진국 동향 분석이 포함되며, 우리와 선진국을 비교하곤 한다. 이러한 모습이 당연하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2013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36.3%만이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답했다. 이는 2012년 43.5%보다 오히려 줄어든 수치라고 한다. 우리 국민의 세 명중 두 명은 우리가 선진국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선진국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외형적으로 경제가 괄목할 만하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으로서 갖춰야 자세나 정책이 부족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개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필자는 선진국이라면 세계 질서 확립을 위한 리더십, 세계 경제에 대한 공헌과 책임,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지식의 창출과 공유 등을 통해 세계를 선도함으로써 다른 국가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전에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지도 않아 그리 간단한 목표는 아니다. 특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우리가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지금 이런 부분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진국이 되어야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은 중국을 앞서기 어렵고, 고급 제품군에서는 환율정책을 무기로 시장을 다시 탈환하려는 일본과 세일가스와 첨단생산기술을 바탕으로 다시 생산 거점이 되려는 미국의 거센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국가 브랜드를 높여 우리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동반 확보하는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K-POP, 드라마 등 한류를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를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끌어 올린 경험을 통해 효과적인 전략임을 확인했다. 이제 문화 부문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에 걸 맞는 국격을 갖추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과학기술계도 예외일 수 없다. 베트남은 우리 출연연구소(KIST)를 롤 모델로 하여 V-KIST 사업을 요청했고, 과학기술 ODA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최영락 전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은 과학기술 외교의 일환으로 에티오피아 과학기술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이는 기관 또는 개인이 과학기술로 국격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사례라 볼 수 있다. 물론 과학기술을 통해 국격을 올리는 것이 일부 과학기술자에게만 주어진 사명은 아니다. 도전적 연구로 세계 최고의 연구성과를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한 기여일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로 국민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국격 또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감당해야할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과학기술계가 선제적 연구를 통해 그 해결책, 아니 해결을 위한 실마리라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 모두가 우리 과학기술계를 신뢰하고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인식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 국가적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탓도 있지만 우리과학기술계도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머나 먼 중동지역에서 발생했었던 질병이지만 글로벌시대임을 감안한다면 국내 유입에 대비한 연구가 필요했었다. 물론 이에 대한 연구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이슈가 가져올 파장을 감안했었다면 보다 전략적인 대규모 R&D 투자를 했었어야 한다는 자성은 불가피하다. 2013년도 KISTEP 통계에 따르면 민간 R&D 투자 규모는 정부 R&D의 세배에 달한다. 지난 5월, 민간과 정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R&D 혁신 방안도 나왔다. 이제 미래에 있을 수 있는 국가적 이슈에 대한 선제적 연구가 정부R&D의 중요 역할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융합연구단 사업도 국가 사회적 현안 해결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것은 같은 이유에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 했다. 이러한 방향 설정과 노력이 쌓이고 쌓여, 국가적 이슈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국민의 신뢰를 받고 다른 국가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과학기술계가 되길 기원해 본다.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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