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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고금리` 인하 부작용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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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경제 위한다는 최고금리 인하 논의는
심각한 부작용 우려 금리부담 완화보다는
금융접근 어려울 수도 정책 수립 신중해야
[시론] `최고금리` 인하 부작용 알고 있나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대출시장에서 결정되는 균형 대출금리가 너무 높게 형성될 경우 서민들의 피해가 클 것에 우려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금리상한제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상한금리인 최고금리는 최근 저금리 기조와 함께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당초 연 66%의 대부업법상 금리상한이 2007년 연 49%로 큰 폭으로 인하된 이후 2010년 연 44%, 2011년 연 39%, 2014년 연 34.9% 등 5%p 정도 단계적으로 인하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또 다시 최고금리를 인하하자는 논의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서 그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다시 5%p 정도 인하해야 한다는 이야기 속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예 이자제한법과 동일한 수준인 25%로까지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최고금리 인하 논의의 배경은 여야 구분 없이 서민의 가계부채 부담을 경감하고, 저금리 시대에도 살인적인 고금리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의 고통을 들어주기 위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서민을 위한다는 최고금리 인하가 과연 서민을 위한 정책일까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표준적인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시장경제에서의 균형가격이 너무 높아 소비자가 고통을 받을 경우 가격상한제로 가격을 일정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효과는 단기적이며, 중장기적으로 품귀현상에 따른 사재기, 선착순, 정실(情實), 끼워 팔기, 암시장 형성 등 부작용만 크게 부각되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과거 미국 대도시의 임대료 규제의 부작용 사례를 들고 있는데, 당시 도시 임대료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일정 덜어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폭격 외에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냈다.

이러한 부작용은 상한금리 규제나 인하에도 적용되며, 경험적으로 유럽, 일본 등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웃 일본에서는 2006년 대금업법 개정 이후 최고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대금업체들은 즉시 심사를 강화하면서 공급 규모를 축소시켰다. 법 개정 전 55% 수준이던 승인율은 20%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대출 잔액도 84만 엔에서 50만 엔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 결과 대금업 등 금융기관을 통해 돈을 빌리지 못하는 금융 소외계층이 증가한 가운데 불법 사금융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사회적 불안을 야기됐다.

뿐만 아니라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일본 대금업체들이 보다 우량한 고객만을 찾게 되면서 계층 간의 금융 접근성 차이가 확대됐다. 대금업법 개정으로 인해 기존에도 대출을 잘 받을 수 있었던 공무원, 대기업 근로자는 동일한 금액을 더 낮은 금리로 대출받고, 영세·소규모 사업자와 이들 기업의 근로자는 돈을 빌릴 수 없게 되면서 격차가 더 확대됐다. 그리고 영세업체들의 폐업 증가로 고용시장의 불안이 심해지고, 이는 일본 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짐에 따라 일본 정치권도 상한 금리를 예전 수준으로 상향시키는 법률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최고금리를 인하하기 이전에 그것이 미칠 부작용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체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서민들의 자금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서민금융기관의 서민금융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론적 연구나 경험적 사례 등을 통해서 볼 때 무리한 최고금리 금리상한 규제 강화는 서민의 금리부담을 완화시키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서민의 금융접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복지차원이나 정책적 금융 등을 통한 적정한 대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인 목적의 최고금리 인하 강행은 가뜩이나 심각해지고 있는 국내 금융소외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서민도 금융이 필요한 바, 서민을 위한다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서민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음을 정치권과 정책당국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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