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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쟁력 하락` 시그널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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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우려가 현실로… 올 재정적자 심각해질 듯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은 한국기업 경쟁력 하락 의미
생산력 증대 통해 경쟁력 향상 집중해야
[시론] `경쟁력 하락` 시그널 심각하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메르스로 나라 분위기가 한껏 어수선하고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 6월 들어 그 동안 끊임없이 우려 되었던 저성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적극적 경기부양 정책을 취할 경우 3.0% 성장을 겨우 할 수 있다는 국내 민간연구소 예측이 나온 이후, OECD는 지난해 말 3.8%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던 한국 경제성장률을 6월 초에 다시 3.0%로 하향 조정했다. 올 하반기 또 한번의 하향 조정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국회 안팎으로 연금, 복지 등을 둘러싼 재정 지출 압박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경제성장 전망치가 0.8%씩이나 차이가 난다면 큰 폭의 조세 수입 감소가 예상되므로 올해 재정적자 또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총수요 증대를 위한 재정지출 증대나 이자율 하락의 목소리만 높을 뿐, 이를 기업 경쟁력 하락이 위험 수준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행정부, 국회, 노조, 학자, 시민단체 들이 갖고 있는 "어떻게든 잘 되겠지" 하는 근거 없는 지나친 낙관론이 바로 한국경제 추락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도 결국 한국경제가 동남아시아 경제와 다르니 외환위기 따윈 겪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낙관론 때문이 아니었던가.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 배경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이는 곧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결정하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하락을 의미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생산국민소득이 예상 목표 보다 낮다는 것이며, 이는 국민경제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산업 역사가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일천하다 보니,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 비교 우위에 있는 한국 기업은 드물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이다 보니 외국기업의 경쟁력이 상승하게 되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당연히 하락하게 된다. 상대적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먼저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의 환율은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지만 사실상 이는 한국경제의 정책 수단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한국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제품의 경쟁력은 일본의 양적 완화로 인해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크게 향상됐다. 2013년 1월- 2015년 5월까지 원-달러 환율은 2.41% 상승했지만, 일본 엔-달러, 유로-달러 환율은 각각 37.86%, 18.66% 상승하게 된다. 일본 엔-달러 환율 상승률이 원-달러 환율 상승률 보다 15.7배 더 상승하면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크게 향상되어,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정책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반면 생산성 향상은 기업이 경쟁력을 확실히 높일 수 있는 최상의 정책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명목 임금 및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노동 생산성 증가율을 추월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하락시키고 있다. 2012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4%인데 반해, 시간당 명목임금 및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각각 5.4%, 8.8%에 이른다. 2013, 2014년에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정체되어온 반면, 시간당 명목임금 증가율은 5.0%, 3.6%,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5.0%, 3.9%로 증가했고 그 결과,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하락했다. 이러한 노동비용 증가는 강성노조가 주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환율변화를 우리가 통제할 방법은 없다. 현재 한국기업이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은 생산력 증대뿐이다. 이는 투쟁 일변도의 노동조합이 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선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정치권이 집권에 연연하지 않는 구국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에 못지 않은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경제 성장률의 하락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시점이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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