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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메르스급` 가뭄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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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도 크지만 가뭄 피해는 훨씬 광범위
중부 강수량 부족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
최악의 가뭄 대비한 종합적인 대책 세워야
[시론] `메르스급` 가뭄도 경계해야 한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메르스 뿐 아니라 가뭄도 무섭다.대부분의 국민들이 평생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메르스가 지난 2주 사이에 전 국민이 아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뉴스는 메르스로부터 시작하고 전국이 메르스로 온통 혼란스럽다. 언제쯤 가라앉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메르스 사태의 처음부터 전개된 양상을 보면 아마 초기에는 의료진들이 메르스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저기 먼 중동에서나 간혹 발병하는 전염병이 설마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나타날 것이라고 상상도 안했던 것 같다. 의료진들도 메르스 초기 증상들을 그저 심한 감기몸살이나 폐렴 정도로 생각하고 대하지 않고서야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가 없지 않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이제 메르스에 대처하는 방법이 자리를 잡는 듯 하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가라앉을 것을 기대하며 일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고군분투하는 의료담당자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다만 한 가지 꼭 짚어보고 싶은 것은 보건방역당국의 안전 불감증이다. 메르스가 비록 중동지방에서 한정적인 숫자만 발병된 병이라고 하더라도 중동과 관련하여 들고 나는 국민들이 하나 둘이 아닌데, 치사율이 높은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고 하면 유입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적어도 의료진들에게는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의 전파와 의료시설의 운용방침 등은 미리 정하여 놓고, 가상훈련이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예전과 달리 세계는 이제 좁은 지구촌이다. 먼 나라에서 발생되는 일이라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어떤 위험성에서도 우리 국민의 보건위생을 지켜나가는 책임이 있는 방역당국들은 이번에는 제 할 일을 못 한 것이다.

메르스는 어쨋든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메르스 만큼 무서운 것이 또한 닥치고 있는 가뭄이다. 메르스의 피해보다 가뭄의 피해는 훨씬 더 광범위하게 국민들에게 끼칠 수가 있다. 올해 중부지방의 가뭄이 심상치 않다. 6월 9일 한국수자원공사의 자료를 보면 남한강 수계의 충주댐의 저수율이 23.3%, 북한강 수계의 소양강댐 저수율이 27.3%로 모두 예년의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소양강댐 수위는 153.9m로 댐 준공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150m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 생산 중단을 고려해야 할 형편이다. 물론 가뭄은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강수량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경기·강원의 올해 1~5월 누적 강수량은 153.3mm로 전국적 기상 관측이 실시된 지난 1973년 이후 역대 3번째로 적은 양을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다. 올해는 어찌어찌 간신히 장마 때까지 버틴다고 하더라도 중부지방의 가뭄이 가을까지 이어져서 가을 태풍시기가 지난 후에도 저수량이 예년에 미치지 못한다면 내년의 물 부족과 이로 인한 피해는 정말 심각할 것이다. 가뭄의 피해는 우선적으로 농가에 간다. 올해 한강 이북의 농가는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시설농으로 자연의 영향을 많이 비켜가기도 하지만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면 그것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물며 관행농의 경우에는 말 할 것도 없다. 농사에 대한 피해 뿐 아니라 사실은 경제전반에 걸쳐 심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전년도 방문객이 74만명에 달했던 초대형 지역 행사인 '인제 빙어축제'는 올해는 가뭄으로 아예 열리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지역경제에 주름살이 집힌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제는 한강수계에서는 수돗물의 공급도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기상청은 "남해안과 제주도는 평년과 비슷한 시기에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부 지방은 평년보다 늦게 시작될 수 있으며 중부지방의 다음 달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보하고 있다. 긴 가뭄과 고통의 전주곡으로 들린다.

우리는 가끔은 터무니없는 낙관론자가 되곤 한다. 설마 중동에서 가끔 발병하는 메르스가 한국에 들어올까 하는 낙관론. 설마 가을에야 태풍이 오면서 비가 와서 가뭄이 해소되겠지 하는 낙관론. 일반 국민들이야 비관론에 빠져있는 것 보다는 낙관적인 생활태도가 스트레스도 줄이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라도 국민들의 재산과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당국은 그러면 안 된다. 가뭄에서도 메르스 사태와 같은 준비 안 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대책과 수단을 확보해 둬야 한다. 전국이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국민들은 고통을 받는데 행정당국이 비 안 오는 하늘만 쳐다보면서 비가 안 오니 어쩔 수없는 천재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행정당국이란 어느 한 부처가 아니라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등 연관부처 모두이다.

물론 가뭄을 한 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니 나름대로 대책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최악의 가뭄을 대비하여 수원별로 물 사용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지역간 물의 이동, 물 부족을 감안한 물의 재이용기술의 개발, 물수요관리 등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방어수단을 장·단기적 관점에서 확립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물 사용의 우선순위에 수돗물의 공급이 최우선 순위에 올라야 하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물은 대체가 안 되는 재화이지만 그 중에서도 수돗물의 공급은 국민들의 위생과 건강에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어떤 수단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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