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산업 육성하려면 과감한 규제개혁 필요
창업지원이 성과내도록 초기자본 공급의
패러다임 변화 꾀해야 크라우드 펀딩법 서둘러야
창업지원이 성과내도록 초기자본 공급의
패러다임 변화 꾀해야 크라우드 펀딩법 서둘러야
![[시론] 크라우드 펀딩법으로 청년실업 풀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0402102351607001[1].jpg "[시론] 크라우드 펀딩법으로 청년실업 풀자")
5월 임시국회마저 또다시 정부가 간절히 원하던 소위 청년 일자리 법안들을 철저한 외면한 채로 종료했다. 우리나라의 당면한 경제적 문제에 관심이 있는 국민들은 국민의 생활경제와는 동떨어진 저들만의 세계에서 딴청을 부리고 있는 우리 국회에 또 한번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노인의 빈곤율이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음에도 연금을 낮추는 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도 선진국에 비해 연금이 과도해서가 아니라 급격한 고령화와 연금과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경제인구의 축소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국가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의 고용비중은 이미 16%로 내려가 있으며 또한 고용유발계수도 이들 선진국보다 낮은 고용회피 구조를 띄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고용의 70% 이상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서비스업이 매우 질이 낮은 고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의료, 법률 서비스, 교육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온갖 규제로 산업화에 실패함으로써 골목의 음식점, 숙박업 등으로 대변되는 고용의 질이 매우 낮은 서비스 산업이 비정상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산업에 유능한 젊은이들이 고용되기를 바랄 수 없다.
이번 정부는 청년실업문제의 돌파구이자, 국가경쟁의 역동성을 끌어 올려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자 창조경제, 즉 벤처활성화를 핵심적인 경제정책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각부처와 지자체는 물론, 정부가 끌어들인 대기업들 마저 각종 창업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투자가 경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경제의 중심이 서비스업으로 이동했는데 의료는 의료민영화 반대로, 금융은 금산분리의 원칙이라는 규제, 교육 또한 비영리 원칙과 정부의 일방적인 등록금 규제 등으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산업화나 혁신을 수용할 여지가 매우 적은 상태다. 특히 소위 청년일자리 법안들에 미온적인 야당이 진정으로 '경제중심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과거의 도그마에 집착해서는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할 것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식만으로는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고용을 일으킬 수 없다. 따라서 정치권은 국민의 대다수가 생업에 종사하는 서비스 분야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도록 과감한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계류 중인 서비스 산업진흥법보다 더 획기적인 규제개혁이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창업지원제도가 깨진 독에 물붓기나 세금도둑질로 전락하기 않으려면 창업의 초기투자가 금융시장의 원리하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소액의 돈을 여러 명에게 나누어주는 지원금 형태를 띄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자금에 대한 책임도 없을 뿐더러 창업 아이디어의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원금 위주로 흘러간데는 창업초기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이 발달하지 못한 자본시장의 후진성 때문이다.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모험적 벤처캐피탈을 단기간에 육성할 수는 없다. 그것은 자본 보다는, 창업아이디어를 초기에 평가하고 육성할 수 있는 전문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초기자본의 공급의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즉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일컬어지는 새로운 창업자금 공급 방식이다. 온라인을 통한 이 새로운 플랫폼은 우선 간단하게 온라인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올리고 대중의 소액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손쉬운 투자 유치는 물론이고 기존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존하던 투자심사가 수만 또는 수 십만이 넘는 소액투자자들이 아이디어를 집단적으로 판단하는 집단지성의 성격을 띄고 있어서 아이디어가 시장의 선택으로 이뤄진다. 이들 소액투자자들은 또한 미래의 잠재 소비자들로서 마케팅 효과를 겸하게 된다. 이러한 공유경제의 특징으로 인해 선진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창업투자가 보다 대중의 참여 속에 이루어지는 이 혁신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불법인 채로 남아 있다.
국회가 취업난에 절망하고, 새로운 모험사업가로 나선 청년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살려 가는데 조금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서비스산업 진흥법과 크라우드 펀딩 법안 등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중국, 일본의 경쟁력에 거센 도전을 받고, 미국의 경제성장률에도 한참 뒤지는 한국경제 국회처럼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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