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R&D 혁신` 열쇠는 SW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0102102251650001[1].jpg "[안경애 칼럼] `R&D 혁신` 열쇠는 SW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정부R&D 혁신방안 후속조치 마련에 바쁘다. 혁신방안은 국민의 땀이 묻은 세금을 쓰는 정부R&D가 내실과 혁신에 대한 고민 없이 이뤄지다 보니 제대로 성과를 못 내고 있다는 자성 속에 나왔다.
세계 어떤 나라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많은 예산을 투자하지만 개발된 기술이 산업 혁신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맞다. 확실히 문제가 많다.
그러나 막상 정부가 공개한 혁신방안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R&D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내 과학기술 정책과 평가, R&D 예산 배분조정 조직을 '과학기술전략본부'라는 새로운 조직으로 묶어, 미래부 내에 두되 미래부가 아닌 것처럼 운영하겠다는 모호한 그림이다.
지난 이명박 정권 중반에 R&D 컨트롤타워로 설치한 장관급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대통령 취임 전 폐지 결정한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중반에 그보다도 위상이 낮은 조직 신설 계획을 내놨다는 사실이 의아하다.
과학기술계에서 누구도 관심이 없고, 공론화도 되지 않은 컨트롤타워 이슈가 왜 슬그머니 다시 수면 위로 나왔을까. 새로운 조직의 자리가 욕심났거나 다음 정권의 정부 조직 변화를 염두에 둔 집단의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높다. 혁신방안 발표 후 이 변화 그림에 공감하는 이는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 현재 체계에서도 R&D 예산 배분조정 기능은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석준 차관은 본부 설립과 관련 "그동안 미래부가 정부R&D와 관련해 선수와 심판 역할을 동시에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지적은 지금 만들려 하는 본부와 쌍둥이처럼 닮은 조직인 참여정부 시절의 과학기술혁신본부도 피해가지 못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선수심판론'에 대해 과학기술전략본부 설립은 절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도 이런 지적 때문에 참여정부가 끝날 때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운명도 마감했다.
본부장이 차관급인지, 실장급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연말까지 가능하면 한 세트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차관급 조직이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고, 본부 설립과 별도로 내놓은 과학기술정책원을 설립하려면 과학기술기본법과 정부출연연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총선을 감안해 올연말까지 해결하겠다는데 그게 가능할지, 그리고 그렇게 서둘러 처리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다.
R&D 혁신이란 '대의' 속에 슬그머니 이런 명분 없는 하드웨어 개편 그림을 끼워놓은 이들의 속내가 짐작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R&D 혁신의 열쇠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그리고 돈이 아니라 사람이다. 없던 조직 하나 만든다고 갑자기 유토피아 세상이 펼쳐지지 않는다. 조직 만들고 없애는 데 쓸 노력을 사람을 키우고 문화와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들여야 한다.
정부출연연 기관장 임기를 종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것 같은 중요한 소프트웨어 변화안은 정작 슬그머니 추진력을 잃는 것 같다. 의지와 능력 있는 사람이 연구현장에서 자긍심을 갖고 연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된다. 또 국민 세금으로 많은 기회를 얻는 연구자들은 걸맞은 사명감을 갖고 혼신을 다해 성과를 내놔야 한다. 이렇게 나온 성과가 신시장과 신산업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연구자와 산업계, 정책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댈 일이다.
정부는 매번 '지붕'만 되풀이해 고칠 게 아니라 건물의 '주춧돌'을 다시 놓는다는 결연한 의지로 핵심을 파고들어야 한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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