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상] SW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http://contents.dt.co.kr/images/201505/2015050702102251607001[1].jpg "[디지털세상] SW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
산업의 육성은 곧 관련 시장의 육성이다.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 파는 곳이기에 가격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시장에 공짜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자가 있다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 더구나 그 판매자가 정부라면.
우리나라 정부는 SW산업의 육성을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공IT시장에서 적극적으로 SW와 정보서비스의 공급자로 나서고 있다. 작년과 올해 초까지 여러 번 언급되었던 교육부의 국립대 자원관리시스템 선진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소리소문없이 이뤄지는 정부의 SW시장 파괴정책도 있다. 정부 업무처리의 중추인 온나라시스템은 그룹웨어 업체들을 위축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지금도 하나 둘씩 민간기업에서 개발했던 온나라시스템 기능개선 솔루션들을 자체 기능으로 통합하면서 관련 공공IT시장을 계속 위축시키고 있다. 이를 중단해달라는 한 기업의 요청에 대해 정부는 단순한 기능은 직접 개발해서 쓰겠노라고 답변한 바 있다.
누군가는 한정된 정부예산으로는 직접 개발해서 나눠쓰는 게 결국 국민부담을 줄이니 바람직하다면서 기업 또한 비용절감을 위해 때때로 직접 개발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정부와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비용절감에만 집중할 수 있겠지만, 정부는 비용절감과 함께 산업육성과 고용창출의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실제로 정부는 고용창출을 위해 SW 기반 창업 지원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붓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신규 고용창출은 기존의 고용이 유지되어야만 의미가 있으니, SW 창업을 장려하는 것과 함께 기존 SW기업의 유지와 성장을 같이 도모해야 한다. 공공IT시장에서 한 기업이 새로 개발한 SW로 성공해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고용창출이다. 더군다나 상용화 이전에 주저앉게 된다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만 하는 SW 창업기업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필요한 SW의 직접 개발 및 공급 보다는 구매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시장은 넓으니 민간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SW를 개발해서 판매하면 되지 왜 그리 공공IT시장에 목을 매는가"라는 사람도 있다.
과연 민간IT시장과 공공IT시장이 철저히 분리된 시장인가. 정부가 선택했다는 것이 좋은 마케팅 사례가 될 정도로 업무용 SW 분야는 공통기능이 많아 분리된 시장이라 보기 어렵다. 게다가 민간IT시장에서도 SW를 제값받고 팔기란 매우 어려우며 대기업집단의 SI 계열사에 의한 내부 수요독점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공공정보화시장은 SW 분야의 경쟁가능시장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중소 SW기업들에게 그나마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2015년도 SW수요예보에 따르면 상용SW구매 및 SW구축사업의 예산은 총 3조원인데, 정부가 육성하겠다는 클라우드산업은 2014년 기준 5240억원 규모이고, 빅데이터는 2020년 전망치가 1조원 정도에 그친다. 왜 3조원 시장이 기존의 SW기업 또는 신생SW기업에게 기회의 땅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1843년 독일의 식물학자 리비히는 식물의 생육은 필요한 여러 물질 중 가장 적게 존재하는 물질에 의해 지배된다는 최소량의 법칙을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산업의 성장을 제한하는 요소를 살펴서 없애야 한다. 지금 정부는 SW산업육성정책과 함께 공공IT시장의 수요감소 정책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데, 우리 SW산업은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공공IT시장의 축소는 국내 SW기업의 역량축적 기회를 날려 버려서 해외진출과 SW창업 장려정책의 효과마저 반감시킬 것이다.
SW산업 육성을 외치면서도 공공IT시장에서의 SW수요를 감소시키는 두 얼굴의 정부. 과연 국내 SW산업은 육성될 것인가.
이현승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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