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ETRI 미래사회연구실장 주제발표
인공지능은 인간의 소통·공감 능력 절대 대체 못해
매뉴얼화된 부분에만 영향… 인간 더 자유로워질것
위협 아닌 상호보완 관계 발전… 기회로 받아들여야
인공지능은 인간의 소통·공감 능력 절대 대체 못해
매뉴얼화된 부분에만 영향… 인간 더 자유로워질것
위협 아닌 상호보완 관계 발전… 기회로 받아들여야
■ 스타트C 코리아
인공지능, 인간과의 경쟁-제9차 과학ICT융합포럼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인공지능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인류의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차 과학ICT융합포럼'에서는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자세와 준비해야 할 점에 대한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뤄졌다. '인공지능, 인간과의 경쟁'을 주제로 발표한 이승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사회연구실장은 "인간의 가치를 함께 고려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인공지능과 인간은 경쟁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민 실장의 주제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지난 2011년 이후 고도의 인공지능기술이 등장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이 영역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2011년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 미국의 퀴즈쇼 '재퍼디'에서 우승을 했고, 2012년 구글 '브레인 프로젝트'에서는 구글의 슈퍼컴퓨터가 스스로 고양이를 인식해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구글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사진을 보고 스스로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는 데도 성공했다.
딥 마인드는 스스로 게임 요령을 익히는 벽돌게임을 개발해 지난해 구글에 인수되기도 했다. 구글은 '인공지능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꾸준히 인수하고 있다. 최근 1년 간 10여 개 인공지능 관련 기업이 구글 프로젝트에 가담했다.
◇글로벌 기업들, 인공지능에서 미래 찾는다=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도 인공지능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 2013년 인공지능연구소를 출범하고, 지난해 3월 '딥페이스(Deep Face)'라는 인공지능기술을 개발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만으로도 어떤 사용자인지 찾아내는 기술로, 97.25%의 정확도를 보인다. IBM은 슈퍼컴퓨터 '왓슨'을 헬스케어나 재무서비스 등에 활용하는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한 단계 혁신적으로 발전시킨 계기가 된 딥러닝 연구는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얀 레쿤 미 뉴욕대 교수, 앤드류 응 미 스탠퍼드대 교수 등 대가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은 이들 전문가를 영입, 인공지능기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3년 제프리 힌튼 교수의 회사 'DNA 리서치'를 인수하며 힌튼 교수를 영입했고, 페이스북 역시 같은 해 얀 레쿤 교수를 영입해 인공지능연구소를 끌고 나가도록 했다. 바이두도 지난해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를 시작했던 앤드류 응 교수를 영입하고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센터를 개설했다.
◇딥러닝·하드웨어·빅데이터 삼박자가 기술 진화 이끌어=최근 인공지능기술 진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세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첫 번째는 '딥러닝(Deep Learning)'의 발전이다. 딥러닝은 인간 두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기계를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와 같이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뒤 사물을 구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하드웨어의 기하급수적 발전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를 살펴보면, 2010년 이후 전 분야에 걸쳐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양적인 증가가 인공지능이라는 질적인 성장을 가져온 것이다.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디지털 데이터도 인공지능기술 발전에 영향을 준 핵심적 요소다. 디지털 형태의 데이터는 2020년 4만엑사바이트(EB)에 달한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전 세계 바닷가의 모래알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이처럼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지면서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 기술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201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년 내에 미국의 702개 직업 중 47%가 자동화되거나 로봇으로 대체 가능할 전망이다. 실제로 100여 년전 산업화 시대부터 꾸준히 자동화가 이뤄진 제조업뿐만 아니라 의료, 법률, 금융, 상담 등 서비스업에서도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기계가 인간의 몸을 대체했다면, 현재는 우리의 뇌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양자컴퓨팅 결합해 폭발적 전환 기대=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는 성급한 부분이 있다. 인간의 지능은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논리적 사고 영역'뿐만 아니라 감각과 지각, 신체적 운동 능력과 공감 능력까지 포함한다. 또 인간의 무의식은 물론, 의식구조와 작동방법도 밝혀지지 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기는 어렵다.
일자리가 줄어든 것도 기계나 인공지능의 영향보다는 현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 문제가 더 크다. 경제시스템의 일차적인 목표가 효율성에 집중되면서 정신노동과 지식노동까지 매뉴얼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텔레마케터나 계산원 등 단순업무는 컴퓨터가 대체하고 있다. 반면 심리학자, 초등학교 교사 등 인간과의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직업들은 여전히 컴퓨터로 대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은 이미 표준화돼 인간적인 면이 사라진 부분들에만 영향을 미쳐 우리에게 보다 많은 삶의 자유를 준다고도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은 향후 뇌과학과 양자컴퓨팅 기술 결합을 통해 커다란 전환점을 맞으며 인간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더 잘 하는 '논리적 사고 영역(좌뇌)' 외에 인간이 강한 부분을 주목하고 집중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더불어 효율성만이 아닌 인간의 가치를 함께 고려한 미래 경제시스템을 함께 구상하고 마련한다면 인공지능은 '위협'이 아닌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백나영기자 100n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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