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미디어 `빅 비즈니스` 환상 버리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504/20150427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미디어 `빅 비즈니스` 환상 버리자")
디지털 기술 발달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다양한 신규 미디어 서비스들이 경쟁에 가세하면서 미디어시장은 그야말로 초경쟁 상태에 돌입한 느낌이다. 철옹성 같았던 지상파방송 독과점 시대는 이미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지난 10년 이상 케이블TV가 호황을 누려왔던 유료방송시장에서도 IPTV의 도전이 거세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OTT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렇게 다양한 미디어사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미디어 시장의 파이는 생각보다 크게 늘고 있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다보니 미디어사업의 성패가 '누가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값싸게 콘텐츠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는 듯한 모습이다. 고질적인 우리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저가 가입자확보 경쟁이 그랬었고, 미국에서 넷플릭스(Netflix)를 비롯한 OTT 가입자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유료방송의 10분의 1 이하인 가격경쟁력에 있다는 지적도 많다. 물론 상반된 평가가 있지만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유료방송 결합판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가격경쟁을 통해 다수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미디어사업자는 결국 방송/콘텐츠 이용료가 아닌 다른 수익원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즉, 다수 가입자를 기반으로 광고수입이나 홈쇼핑 송출수수료 그리고 이동통신 수익에 의존하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 전략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산업사회를 지배해왔던 전형적인 '빅 비즈니스 수익모델'인 것이다. 결국 오랜 기간 빅 비즈니스가 가능했던 이유는 광고수익과 같은 '소품종 대량생산'의 미디어 산업구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빅 비즈니스 미디어사업 형태 때문에 한정된 미디어시장에서 저가 가입자확보경쟁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미디어콘텐츠 사업은 부수적인 것으로 전락했던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같은 빅 비즈니스 전략은 사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파이를 지키기 위한 법과 정책 환경 조성에 매몰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더 격화되고 있는 미디어 사업자들간의 갈등이슈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방송 광고 총량제' '지상파 다채널방송' '700메가 주파수' '유료방송합산규제' '8VSB' 등을 놓고 사업자들 사이에 사활을 건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미디어시장에서의 성패가 정부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전형적인 '정부 실패' 현상이 만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환경에서 많은 미디어사업자들이 생존하고, 선순환 미디어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빅 비즈니스 모델'에서 '스몰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 절대 필요하다. 시청률 30%를 밥 먹듯 넘나들던 호시절은 이미 호랑이 담배 피던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몇 개 사업자가 시장을 나눠갖는 독과점 미디어 시장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 그동안 마르지 않은 샘물 같았던 광고수입이나 홈쇼핑채널 송출수수료만으로 미디어사업을 영위해나가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 '광고총량제'를 허용해도 지상파방송사들의 광고수입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또 홈쇼핑채널사업자들도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일부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송출수수료 인상요구를 들어주기는커녕 도리어 줄이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디지털 미디어시대에 '빅 비즈니스' 형태로 운영되는 미디어사업자들이 더 이상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적정 규모의 미디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적정 가격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몰 비즈니스' 형태의 미디어 사업자들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
70-80년대에 제기되었던 '적정 기술론'이나 '다품종 소량생산' 산업모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어쩌면 가입자 규모를 기반으로 다른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하면서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황폐화시켜온 고질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몰 비즈니스가 주도하는 미디어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인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거대 조직화된 미디어들부터 우선 구조개혁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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