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정책 정부지원 없어 제자리… 일본에 주도권 내줄판
"수소 시대가 마침내 도래했다."
일본 아베 총리가 올해 초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미라이' 1호차를 전달받고 관저 앞 광장을 직접 운전해 돌며 외친 말이다. 말로써 그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올해를 수소에너지 원년으로 선포, 체계적인 수소충전소 보급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면서 수소차 시대 주도권 확보에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수소 양산차를 개발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5년째 정부 로드맵이 부재한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일본의 수소충전소 보급 확산의 성공은 특히 정부와 민간업체와 협력이 주요했다. 일본 정부는 수소충전소 1개소당 최대 2억8000만엔(약 25억380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이 같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일본 최대 수소제조업체인 이와타니산업을 비롯한 여러 민간업체의 수소충전소 건설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 현재 일본에는 20개소의 민간충전소가 설치돼 있으며 아베 총리는 수소 충전소 확대를 가속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안으로 100개소를 추가 설치한다는 목표다. 이 사업에는 이와타니산업과 JX 닛코우 일본석유에너지 등이 참여하고, 일본 경제사업성과 소방방재청이 규제 완화를 통해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5년 전 발표한 '그린카 발전 로드맵' 이후 마땅한 전망 제시와 지원, 실천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수소차 시대 주도권을 일본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 특히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체계를 구축한 현대차 수소차 '투싼ix'는 빛을 잃어갈 위기에 놓였다. 어렵게 얻은 '퍼스트 무버'라는 타이틀도 무색할 정도다.
기술력은 이미 인정받았다. 지난해 12월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는 현대차 수소차 투싼ix에 탑재한 파워트레인을 '2015 10대 최고 엔진'으로 선정했다. 수소차 엔진으로는 세계 최초다.
워즈오토 측은 "최고 기술력의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투싼 FCEV는 전 세계 친환경차 기술 수준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중요한 모델"이라고 극찬했다. 반대로 도요타 미라이에 대해서는 "투싼ix에 비해 소음이 심하고 트렁크 공간도 협소해 불편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술 개발과 양산라인 구축에 이은 정부의 유기적인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9월 개발제한구역 내 수소충전소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 최근 정부가 시행한 수소 인프라 지원의 전부일 정도다.
지난해 35억원으로 예산 편성됐던 수소연료전지차 예산도 올해는 19억8000만원으로 감액했다.
수소충전소 구축계획이 담긴 정부 발표 역시 2010년 환경부의 '그린카 발전 로드맵'이 유일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올해 43개소, 2020년 168개소의 수소충전소 구축돼야 하지만 현재 국내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연구용 충전소 13곳이 전부인 상황이다.
일본과 달리 민간 업체와 협업도 부족하다. 환경부는 최근 국내 수소차 및 충전소 보급·구축을 위한 연구용역 과제를 조달청을 통해 발주했지만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사업자는 자동차부품연구원 단 한 곳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4개월간 진행되는 수소차·충전소 보급 연구용역 후 환경부는 하반기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번 연구용역에 참가하는 기관은 자동차부품연구원 한 곳뿐인 데다 수소 에너지 전문 업체가 전무해 제대로 된 보급 계획 마련될 수 있을 지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구체적인 수소 충전소 보급 계획이 발표되고 있다"면서 "세계 최초로 양산차를 개발하고도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의 명확한 로드맵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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