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다음카카오와 전면전… 150억대 TV광고 등 물량공세
모바일 게임,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핀테크 등 국내 모바일 인터넷 시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네이버가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특히 다음카카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카카오 게임 플랫폼'공략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 시장을 대표하는 다음카카오를 잡기 위해 수백 억원의 마케팅비도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네이버 표적은 일명 다음카카오 게임부문이다. 지난 2월 네이버는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사인 넷마블과 '레이븐', '크로노블레이드' 등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2종에 대한 마케팅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달 넷마블이 '레이븐'을 출시했고 네이버는 PC·모바일 포털에 레이븐 광고를 대대적으로 노출했다. 현재 방영 중인 '레이븐' TV 광고비 상당 부분을 네이버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레이븐' 마케팅에 네이버가 투자한 금액이 최대 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네이버와 넷마블의 합작품 결과는 '대흥행'이다. '카카오 게임하기'라는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네이버를 택한 '레이븐'이 출시 5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위 자리를 꿰찼다. 이 게임은 21일 현재까지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넷마블은 상반기 내 '크로노블레이드'를 출시해 네이버와 또 한 번의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게임업계는 '레이븐'의 성공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게임하기'의 상징적 게임인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를 비롯해 적잖은 모바일 게임사들이 카카오를 벗어나 네이버와 협력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데이토즈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게임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찾기 위해 카카오, 네이버 모두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선데이토즈 신작까지 네이버와 협력해 출시할 경우, 다음카카오 대신 네이버와 손잡는 게임사들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모바일 게임 마케팅에 거액을 쓰는 것은 PC·온라인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카카오에게 뺏겼던 게임 마케팅 플랫폼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것"이라며 "게임 업계에 '탈 카카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가 계속 '레이븐'과 같은 성공사례를 만든다면 '카카오 게임하기'플랫폼은 고사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기 전, 카카오에서 게임 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0% 가량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합병 후, 지난해 전체 다음카카오 매출(약 9000억원)에서도 게임 부문 매출(약 2600억원) 비중은 다음 검색광고 매출(65%)에 이어 30% 가량을 차지했다. 네이버는 모바일 검색 시장에선 다음을 압도하고 있으니,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해 다음카카오에 직격타를 날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 공세는 '게임'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올 들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서비스인 '폴라'를 발표했다. 폴라는 네이버 내부에서도 '야심 차게 선보였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을 만큼 공을 들인 모바일 SNS다. 폴라는 사진에 특화한 SNS로 다음카카오가 출시한 유사 서비스 '쨉'을 제압했다. 네이버 폐쇄형 SNS '밴드'도 꾸준히 이용자를 확보하며 다음카카오의 '카카오스토리'를 압박하고 있다. 오는 6월 네이버가 발표할 핀테크(금융+IT) 서비스인 '네이버 페이' 역시 주목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다음카카오가 출시한 핀테크 서비스 '카카오페이'와 정면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모바일 부문에서 다음카카오가 우위에 있었다면, 올 들어선 입지가 상당히 줄고 있다"며 "네이버가 공격적 마케팅으로 모바일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선·김수연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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