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신성장동력과 `국제시장`](http://contents.dt.co.kr/images/201503/2015033002102269614001[1].jpg "[김승룡 칼럼] 신성장동력과 `국제시장`")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 이 영화는 지금까지 관객수 약 1425만명으로 역대 국내 개봉 영화 가운데 명량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는 6.25 전쟁 후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경제 강국을 이루기까지 우리네 아버지들이 겪었던 고단한 삶을 눈물 겹게 그려내며 감동을 줬다.
전후 잿더미에서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룬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었다. 박정희 정부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기간산업 확충과 사회간접자본 충족, 수출증대로 국제수지 개선, 기술진흥 등 6대 과제가 주요 골자였다. 1차 계획 실시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8.5%를 기록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P)은 83달러에서 123달러로 올랐다. 이후 1967년 2차 계획에 이어 1982년 5차 계획까지 정부 주도의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으로 우리 경제는 급성장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불과 20여년 만에 천지개벽했다. 화학, 철강, 기계, 전자, 자동차, 조선 등 각종 산업이 꽃을 피웠고, 제조업 기반의 안정 성장의 토대를 쌓았다. 그러나 1980년대 10%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들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성장 정체가 뚜렷해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 평균 경제성장률은 5%로 떨어졌고, 노무현 정부 땐 4.3%, 이명박 정부 땐 3.7%로 하락했다. 국민소득도 1995년 1만1432달러에서 1998년 7355달러로 뚝 떨어졌고, 2000년 1만841달러로 회복했으나 예전처럼 놀라운 성장세는 보이지 못했다. 이처럼 과거 고속 성장세가 사라지고, 주력 수출 제조업도 점차 성장정체를 빚자 2003년 8월 노무현 정부가 들고나온 것이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이었다. 당시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 관련부처와 산학연 전문가집단이 선정한 134개 후보에서 최종 10개를 골랐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목표로 선정된 10대 성장동력산업은 지능형로봇, 미래차, 차세대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바이오신약 등이었다.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경제단체, 연구기관 등이 추진단을 구성해 2008년까지 사업을 펼쳤다. 사업 추진 중 2007년엔 국민소득 약 2만1700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도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같은 성장산업 발굴을 이어가자는 차원에서 그 해 말 17대 신성장동력 사업이 발표된다. 당시 지식경제부가 주축이 돼 신재생에너지, 그린수송시스템, LED, IT융합, 헬스케어 등 17개 분야를 선정하고, 2013년까지 관련 분야에 7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정부의 차세대 신성장동력 사업은 분야 선정서부터 추진 주체까지 명확했다. 하지만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부처간 성장동력 사업이 제각각 추진되면서 혼선을 빚었다. 박근혜 정부는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정책융합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부처간 알력과 사업 선점을 노린 부처들이 각각 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먼저 2013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직이착륙무인기, 초소형발전시스템 등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듬해 6월 미래창조과학부는 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등 13대 미래성장동력 사업을 발표하게 된다.
지난 24일 정부는 산업부와 미래부의 성장동력 사업을 통합해 스마트자동차, 5G이동통신, 지능형로봇 등 19대 신성장동력 분야에 2020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입, 2024년까지 수출 1000억 달러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실망스럽다. 두 부처가 내놓은 계획을 짜깁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성장동력 아이템 선정에 2년 넘게 허송세월 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먹거리를 발굴해도 모자랄 판이다. 두 부처가 내세운 걸 거의 살려 19개 분야에 분산 투자해야 하는 구도로 사업이 흘러갈 것이란 우려가 괜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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