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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무상급식과 바꿔먹은 스마트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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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무상급식과 바꿔먹은 스마트 스쿨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지금 목도하고 있다. 무모하고 무계획적인 해외 자원개발이 수조 원의 국부를 낭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고, 일류기업이라 자부하던 포스코가 후진국형 M&A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아이들 무거운 책가방을 대하면서 또 생각이 미치는 것이 '스마트 스쿨'이다. 스마트 스쿨이야말로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일깨우는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 스쿨이란 디지털 교과서, 전자칠판, 태블릿PC 등을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계해 초·중·고 교육을 언제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한 온라인 환경으로 만들겠다고 2011년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말한다. 정부는 그해 6월 '인재대국으로 가는 길,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후속조치로 10월 '스마트교육 추진전략 실행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초·중·고 교실을 ICT 장비를 활용해 스마트교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내용이다. 2012년부터 예산 확보를 통해 실행에 들어간다는 구상이었다. 스마트교육에 필수적인 디지털교과서를 2012년 법제도로 정비하고 2013년까지 개발 및 적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2015년까지 초중고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완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년 정부는 돌연 스마트교육 관련 정책을 전면 재검토키로 하고 각 지방교육청과 학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스마트 스쿨은 물 건너가게 됐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우리 아이들이 무거운 책가방 대신 간단한 태블릿PC를 들고 등교하고, 교실은 인터넷에서 거의 무한대로 콘텐츠를 끌어오는 전자칠판이 설치돼 동영상 이미지 등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는 입체적 학습공간으로 변해 있었을 것이다.

지난 17일 독일 바이에른주 의회 관계자들이 세종시 한 초등학교의 스마트교육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가상 롤플레이 학습이나 감성체험 공간 등 스마트 교육 현장을 보고 부러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학교 교장은 '축적된 노하우를 독일 학교가 원한다면 전수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스마트 스쿨이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비단 독일 바이에른 주뿐이겠는가. 세계 많은 나라에서 한국을 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스마트 스쿨은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 교육에 필요한 각종 콘텐츠 생산 생태계가 받쳐줘야 가능하다. 또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수용자가 디지털화 돼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스마트 스쿨 콘텐츠 플랫폼 등 표준에서도 우리가 세계를 리드할 수 있었다.

정부의 스마트 스쿨 추진을 믿고 기자재와 솔루션, 콘텐츠 개발에 나섰던 많은 기업들은 지금 한숨을 쉬고 있다. 2조 원으로 추산됐던 시장이 사라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지만 국내 레퍼런스가 여의치 않으니 수입국에서도 선뜻 결정을 못하고 의구심을 갖는다고 한다. 수출이 잘 될 리 없다.

스마트 스쿨이 좌초된 것은 결국 돈이 없어서다. 콘텐츠 생태계 미성숙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변명일 뿐이다. 정부 스마트 스쿨 계획이 추진되던 때에 불거진 무상급식이 예산을 삼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전체 무상급식비는 2조 6500억 원에 달했다. 연간 이만한 예산을 무상급식에 퍼붓다 보니 스마트 스쿨은 엄두도 낼 수 없게 됐다.

스마트 스쿨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수 백 억 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스마트스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각종 하드웨어와 솔루션, 콘텐츠 시장의 확대로 많은 일자리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면 사상 최악이라는 청년층 실업문제도 비껴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마구잡이 무상급식을 밀어붙인 것은 결국 그들의 장래 직업을 앗아가는 결과가 됐다. 포퓰리즘에 함몰된 재원 투입이 엄청난 기회비용을 초래한 것은 물론 백년대계라는 교육도 방치한 셈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BTL이나 BTO 같은 민간투자방식으로 스마트 스쿨을 재추진해야 한다. 많은 하드웨어와 솔루션 및 콘텐츠 기업들은 이미 나설 채비가 돼 있다. 이들이 투자하도록 하고 수익은, 소득 4분위 이하는 무상으로 하되 4분위 이상에서는 유상으로 해 얻도록 하면 된다. 민간참여 방식 스마트 스쿨은 그 자체의 목적 달성은 물론 당초 추진하며 기대했던 산업연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것마저도 무조건 무상을 주장하며 발목을 잡는 얼뜨기 좌파는 아마 없을 것이라 믿는다.

이규화 경제담당 선임기자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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