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등 자체생산 늘려 주요 수출국서 경쟁상대로
일본·동남아 수요감소로 여건 악화 … 수익개선 '빨간불'
일본·동남아 수요감소로 여건 악화 … 수익개선 '빨간불'
유가 폭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정유업계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출까지 경색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유사업에서 2조2997억원의 적자를 낸 정유사들은 실적 개선을 위해 수출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우리 제품을 수입하던 중국과 인도가 수출 경쟁국으로 바뀌면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특히 업계 추산 2014년 우리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일평균 102만5410배럴로 인도(115만4340배럴)에 밀리고 중국(63만2220배럴)에 쫓기는 모양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나 GS칼텍스 같은 우리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생산량의 41%를 수출했고, 이중 87%가 중국·일본·호주·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 집중됐다.
실제 중국은 정제시설을 지속적으로 증설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제품 생산량이 239만배럴(일평균)로 늘어나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를 중심으로 수출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해 1053만7000배럴을 생산해 이중 6%를 수출했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8년(2005~2013년,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 새 83%나 증가했다.
인도의 경우 정제시설 증설로 지난 8년 새 석유제품 수입이 50% 줄고 수출이 198%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석유제품 349만8000배럴을 생산해 33%를 수출하며 아시아 주요 석유제품 생산국 중 우리나라 다음으로 높은 수출 비중을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 정유사들의 생산량은 250만1000배럴, 수출 비중은 41%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과 인도네시아, 호주 등 우리의 주요 석유제품 수출지역이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 2020년까지 내수 수요가 60만7000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퍼타미나가 2022년까지 석유제품을 자급화하고 수입을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정유공장을 대폭 증설 중이다. 호주는 총 수요의 40%를 역내 정유사들로부터 조달하고 있으나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근에는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도 자체적으로 정제시설을 건설하고 있어 우리 정유사들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에 우리 석유제품을 수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특히 최종 소비처에 직접 수출하는 것이 어려워 마진이 낮은 싱가포르를 통한 간접 수출 비중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우리 정유사들이 가동량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는 생존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가 우리 기업의 새로운 수출 시장인 호주,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실적 개선을 위해 수출을 늘려야 하는 우리 정유사들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지금은 국내 정유사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티기'를 하지만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나 자산을 매각하고 주유소부지를 파는 수단까지 고려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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