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전기차 `V2G`에 거는 기대](http://contents.dt.co.kr/images/201503/20150302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전기차 `V2G`에 거는 기대")
가솔린이나 디젤로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대관령 같은 고개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에는 많은 연료가 소비된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는 에너지가 남아돌아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조절하는데 이 남는 에너지를 엔진이 기름으로 만들어서 연료통을 채워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전기차를 타고 간다면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전기차는 남는 에너지를 다시 전기로 만들어서 배터리에 저장 할 수 있다. 기계자동차는 꿈꾸지 못했던 일들을 전기차는 가능하게 만드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V2G라는 기능이다.
V2G(Vehicle to Grid)란 전기차가 저장하고 있는 에너지를 전력망으로 되돌려주는 기술을 말한다. 당연히 전기차는 필요한 에너지를 전력망으로부터 공급 받아서 이를 배터리에 충전해두었다가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면만을 본다면 전기차는 에어컨이나 냉장고와 똑같이 전력을 소비하는 장치이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되어 있는 에너지를 다시 전력망으로 되돌려 줄 수 있다면 전기차는 발전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볼 때 발전력이 남아도는 밤에 전기차를 충전하여 에너지를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낮 시간에 이 에너지를 전력망으로 되돌려준다면 상당수의 발전설비를 건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기에다 전기차는 대부분 전력수요가 많은 도심지역에서 운행을 하게 될 것이므로 장거리 전력전송에 필요한 송전선로의 건설도 일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가 전력수급 위기를 타개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V2G 기술을 대규모로 적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V2G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하드웨어 기술은 물론이고 전기차의 운영 패턴을 국가전력망 운영체계와 연계하여 운전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또한 개발이 되어야 한다. 세계 유수의 나라들에서 기술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립되어 있어서 외부로부터 전력공급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나라에서 V2G 기술은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가 수십 만 대 정도만 보급 되어도 원자력발전기 몇 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산업부는 V2G 시범사업을 시작하였다. 우선 광주과학기술원과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테스트베드로 선정하고 10대의 전기차와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V2G 설비를 구축한 후 대학 캠퍼스 건물의 피크전력을 줄여서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는 전기차 제작사와 양방향 급속충전기를 만드는 기업 뿐 아니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력공기업도 함께 참여하여 차량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이와 함께 경제적인 V2G 운용 방안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의 보급이나 제조산업에서 경쟁 국가들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올해부터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전기차 대량보급 정책을 펴서 의미있는 전기차 시장생태계를 만들고자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 전기차를 집중 보급하려는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여기에 V2G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의 기술을 소규모로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점차적으로 확대해나간다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신기술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문승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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