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새로운 시장, `디지털 라디오`](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24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새로운 시장, `디지털 라디오`")
최초의 라디오 방송 송출은 무려 108년 전에 이루어졌다. 1906년 12월 24일 성탄제 전야, 대서양과 접한 미국 메사추세츠 주(州)에서 레지널드 페슨든(Reginald Fessenden)이 선박들을 대상으로 AM 라디오 신호를 송출한 것이 최초다. 국내에서는 1927년 2월 경성방송국에서 AM 전파를 송출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87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라디오 방송은 전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대중매체로 자리 잡았다.
라디오 방송 수신기는 저렴하고 작아서 누구나 손쉽게 구입하여 휴대할 수 있다. 또한 귀로 듣는 방송의 특성으로 인해 TV 방송과는 달리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수신회로의 크기와 전력소모가 매우 작아서 차량은 물론, 스마트폰, PDA, PMP와 같은 다양한 개인휴대형 전자기기에도 쉽게 내장될 수 있다. 최근에는 SNS, 메신저 등을 이용한 청취자의 실시간 참여를 통해 더욱더 생동감 있는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팟캐스트 등의 경쟁 서비스가 급부상하면서 라디오 이용자의 이용행태가 많이 변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 매체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청취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친숙한 대중매체로 자리 잡은 라디오지만, FM 방송에 이어 제3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디지털라디오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해결책이자, 도약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디지털라디오는 FM 라디오에 비해 최소 2배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며 CD와 동일한 수준의 깨끗한 음질과 5.1채널 이상의 입체 음향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부가 데이터 서비스와 효과적인 재난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라디오 방송의 수준을 한 차원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디지털라디오 관련 기술 및 표준 개발을 끝내고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형 디지털라디오 표준을 독자개발하기보다는 관련 산업 시장 및 방송 서비스를 고려하여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기술 방식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라디오 분야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단순히 기술 도입에 그칠 것이 아니라 도입될 기술에 우리의 앞선 IT 기술을 접목하여 디지털라디오 방송 기술을 선도하는 한편, 인터넷 라디오, 팟캐스트 등과도 경쟁과 상호협력을 통하여 새로운 라디오 방송 생태계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의 일환으로서 ETRI에서는 가장 최근에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오디오 압축 기술인 USAC(Unified Speech and Audio Coding)을 적용한 국내 디지털라디오 방송 시스템과 수신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축적된 양방향 방송 서비스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라디오 방송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디지털라디오 방송의 국내 도입 시 5년 후에는 연간 최대 4,845억원, 10년 후에는 연간 최대 1조 7,759억원 규모의 관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방송망 사업자의 지위에 대한 정책 마련, 기술 방식 선정, 경쟁 서비스에 대한 차별화 전략 수립, 방송장비 국산화 및 창의적 콘텐츠 제작 지원 등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정부와 방송사가 지혜를 모아서 해결해간다면 전 국민, 특히 서민들과 수십 년을 함께 해온 라디오 방송 서비스의 도약과 함께 국가경제발전에도 작은 원동력이 될 것이다.
라디오 방송은 디지털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방송 매체다. 라디오 방송의 성공적인 디지털화를 통해 전 국민의 디지털 격차가 감소하고 방송 관련 산업과 사회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김흥남 ETR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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