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신제 개선방안 세미나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업계 사이의 재송신료(CPS) 분쟁이 매년 되풀이되는 가운데 합리적이고 투명한 재송신 대가 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재송신 분쟁은 단순히 사업자간 수익 다툼이 아닌 국민의 시청권과 연계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하고 분쟁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4일 전라남도 광주에 위치한 광주대학교에서 열린 '스마트미디어 환경에서의 방송프로그램 공정거래 환경조성을 위한 지상파 재송신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현행 가입자당 월 280원의 지상파 CPS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사실 280원의 CPS는 IPTV가 출범하면서 지상파 채널 수급을 위해 맺은 것"이라며 "재송신료의 소비자 전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 권익 측면에서 CPS의 산정 근거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송신 분쟁은 미디어시장 경쟁상황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정책적으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직권조정, 재정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분쟁조정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주도의 재송신 분쟁협의체 구성, 대가 기준에 대한 정부 고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정 교수는 "당사자 간 상생적 협의체 진행과 협상 내용 공개 외 협상전문가가 의사진행을 지원토록 해야할 것"이라며 "1년마다 분쟁이 되풀이 되는데 재송신료 협상 기간을 미국처럼 3년 단위로 하는 등 길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도 "현재는 지상파의 프로그램 저작(인접)권 보유 여부와 CPS 지급 금액 사이의 연결고리가 누락됐다"며 "이해당사자가 모여 종합적이고, 탄력적인 배분 기준을 논의할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국민의 약 94%가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지상파를 보고 있는 만큼, 오히려 지상파가 광고수익의 일정부분을 유료방송에 줘야한다"고 꼬집었으며,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도 "재송신 분쟁은 CPS 280원에 대한 가격 산정 기준이 어디서 나왔는지 대가 기준을 투명하게 하는 것을 먼저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를 현행 KBS1, EBS에서 KBS2까지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유럽식 공영방송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식 현물보상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매년 반복되는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KBS2까지 의무재송신 범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선임연구원은 한 발 더 나아가 "KBS2 뿐만 아니라 MBC까지 의무재전송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실제로 위성방송 출범 초기에는 KBS2가 의무재전송 채널이었다"고 말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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