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아동 학대와 부모 교육](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1402102251607001[1].jpg "[디지털인문학]아동 학대와 부모 교육")
별별 사건사고로 얼룩진 한해이다 보니 웬만한 일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그만큼 우리가 무뎌진 것일까 아니면 강심장이 되어 버린 것일까? 그런 와중에 무뎌진 마음을 다시 흔들고 깊은 슬픔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25개월 된 여아가 입양된 가정의 양모로부터 상습적 폭행을 당하다가 사망한 사건이다. 계모의 폭행으로 꽃 같은 어린 생명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일이 엊그제 같은데 유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훈육을 가장한 학대가 아동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인 가정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욱 가슴 아픈 사실은 표면상으로 들어나지 않을 뿐이지 친부모에 의한 학대 비율이 훨씬 높다는 통계 결과이다. 부모에 의해 행해지는 유무형의 학대는 아동의 심신에 씻기 어려운 고통과 기억을 남긴다. 더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많은 경우 그러한 학대가 대물림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미술을 통해 승화한 작가 중의 한 명인 니키 드 생팔의 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총 쏘는 미술가', 풍만한 여신 <나나> 연작, 동심을 자극하는 조형물 등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 여성미술가인 니키 드 생팔은 프랑스 지방 귀족인 아버지와 파리에서 성공한 미국 변호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2남 3녀 중 둘째이자 장녀로 태어났다. 19세에 미국 '라이프'지의 표지 모델을, 22세에는 '보그'지의 표지 모델을 할 정도로 미모가 뛰어난 명문가의 아가씨였던 그녀가 가정과 아이들을 모두 버리고 미술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순전히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 때문이었다.
외면상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니키의 어린 시절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니키를 임신한 시기에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외도가 겹치면서 니키의 출생은 축복보다는 눈물에 젖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생후 3개월부터 세 살까지 조부모 밑에서 성장하면서 어머니와의 애착 형성에 어려움이 따랐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교양 있는 여성이었지만 니키의 어머니는 가정 내에선 종종 자제심을 잃곤 했다. 머리솔로 니키의 얼굴을 때리거나 심한 말로 상처를 주었다. 아버지 역시 가끔씩 아이들을 호되게 때렸다. 니키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사랑과 다정함보다는 무섭고 엄격하게 대해야만 도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통적인 훈육 방식을 따랐노라고 자위했겠지만, 어린 니키의 가슴엔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12세에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면서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냈고, 결국 23세에 우울증과 자살시도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정신 병원에서 전기 충격 치료까지 수차례 받았던 니키가 정신적 안정을 되찾아 퇴원할 수 있었던 것은 친구가 가져다 준 수채화 물감과 붓 덕분이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었던 마음의 고통을 그녀는 그림을 통해 쏟아내면서 서서히 심신의 균형을 찾게 되었다. 이후 그녀는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하게 되고, 마침내 <사격 회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여러 가지 오브제를 판에 붙이고, 그 사이사이에 여러 가지 물감이 든 주머니를 단 다음 그 위에 하얀 석고를 바른다. 그 석고판을 향해 총을 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작업과 그 결과물이 바로 <사격회화>이다. 총알을 맞은 석고판은 터진 물감이 흘러나오며 마치 피와 눈물을 흘리는 형상을 연상시킨다. 이 퍼포먼스에 대한 의도를 작가는 "1961년(31세) 나는 아빠를 향해 쏘았다. 모든 남자들을 … 그리고 사회를, 교회를 … 나는 내 폭력성을 향해 쏘았고 더 이상 그 폭력성을 끌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예술가로서 니키 드 생팔은 성공했지만, 인간으로서 그녀는 과연 행복했을까? 어린 두 아이를 전 남편에게 맡기고 미술 속에 파묻혀 자신을 치유해야 했던 미술가는 자신이 겪은 모성결핍을 똑같이 자기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슬픈 어머니의 운명까지 견뎌낼 수 있었을까?
서울시가 아동학대예방센터를 통해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건강한 우리 사회를 위해서 일시적인 캠페인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해서 대학교의 필수 교양교과로 올바른 부모가 되는 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승환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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