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HP의 `위험한 도박`](http://contents.dt.co.kr/images/201410/20141027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HP의 `위험한 도박`")
휴렛팩커드(HP)의 최고경영인 맥 휘트먼은 최근 회사를 두 개의 독립 기업으로 분할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HP는 프린터, PC, 컴퓨터 서버를 주로 공급하는 실리콘밸리의 '맏형' 같은 존재다. 이번 분할이 기업 재도약의 청신호가 될지 위험한 도박으로 끝날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우선 기업분할 내용을 살펴보자. 회사는 프린터와 PC를 생산하는 HP Inc와 컴퓨터 서버, 데이터 저장,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HP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로 분할된다. 이번 결정은 최근 전 세계에 불고 있는 IT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려는데 주목적이 있다. 산업이 급속도로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 중심으로 전환되어감에 따라 종전의 포트폴리오로는 지속적 성장에 한계가 노정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리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중심의 '새 MS'를 천명했다. 델 컴퓨터의 창업주 마이클 델은 상장된 회사를 도로 사들였다. 버지니아 로메티의 IBM은 비즈니스 서비스 회사의 색깔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휘트먼으로서는 회사를 슬림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기 위해 분할을 결정한 것이다. 패트릭 무어헤드 컴퓨터 산업 전문가는 "이번 기업분할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주가 상승을 통해 월가 투자가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2011년 9월 취임 이후 HP 주가는 50% 가량 올랐는데 이는 다우 산업평균지수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라이벌 기업인 구글, 애플 등의 주가 상승세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주가 부양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특히 2012년 대대적 회사 재건 계획을 발표하고 5만 명의 인력을 감축했지만 주가나 수익이 크게 호전되지 않은 것도 HP 이사회로서는 매우 곤혹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분할 조치는 이러한 시장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번 분할이 회사의 재도약을 가져다 줄 것인가. 시장에서는 회사의 미래를 다소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첫째로 최근의 35불 주가 수준은 2012년 11월 주가가 바닥을 칠 때와 비교하면 많이 상승한 것이지만 전임자 마크 허드의 최고 주가인 53불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회의적이고 유보적'인 시장의 태도를 일신하는 것이 휘트먼의 핵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로 최근 미국 산업에 불고 있는 분할(spinoff) 추세에 부응한 측면이 강하다. 타임워너 그룹은 티임, 피플, 포춘 등 40여 종의 잡지 부문을 타임 사(Time Inc)로 분사하였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 그룹은 TV, 영화를 담당하는 20세기 폭스와 월스트리트저널, 하퍼콜린스 출판사 등 신문 잡지 부문의 뉴스 코퍼레이션으로 분할했다. 최근에는 이베이가 온라인 결제 회사인 페이팔을 행동주의 투자가 칼 아이칼의 압력에 못 이겨 분할키로 결정했다. 금년에만 66개 이상의 기업이 분할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분할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성장 부문과 저성장 부문이 분리돼야 하는데 HP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샌포드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이번 분할이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데 실패했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99년 자동차 부품회사 델파이가 GM에서 분리되었지만 6년 만에 파산했고, 모토로라 무선 부문도 구글에 매각됐다가 중국의 레노보로 넘어가는 수모를 겪었다. 금년은 휘트먼이 취임 시 약속한 5개년 회사 재건 플랜이 3년째를 맞이하는 해다. 그녀로서도 일종의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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