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더하기 아니라 곱하기 …성과 위해 특출한 인력 선별해야
융합연구단 출연연 벗어나 산업 현장·시장서 성공사례 찾아야
융합연구단 출연연 벗어나 산업 현장·시장서 성공사례 찾아야
■ 스타트C 코리아
제6차 과학ICT융합포럼-대한민국 신성장공식 `융합R&D`
문길주 의장(KIST 전 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융합R&D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일으키기 위해선 평가방법 개선 등 제도적 차원은 물론, 전문가 육성과 문화적 측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융합R&D가 연구소 안에 머물지 않고 산업계와 연계되고 산업현장에서 활용되도록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문길주 의장
보통 융합을 더하기라고 생각한다. 나의 5개와 너의 5개를 더하면 10개가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융합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내가 가진 10개에 10개를 가진 사람이 오면 100이 된다. 하지만 0.1이나 1을 가진 사람이 오면 전혀 도움이 안된다. 1962년 미 MIT에서 첫 번째로 뇌 연구를 위한 융합을 시작했다. MIT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연구를 위해 처음 뭉쳤다. 1966년에는 MIT와 하버드가 손잡고 헬스 사이언스파크를 만들어 좋은 성과가 나왔다. 우리도 최고의 기관들을 뽑아 융합을 해야 한다. 특출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융합의 성과가 나온다. 잔인한 방법일 수 있지만 선정위원과 평가위원 명단이 보고서에 같이 들어 가야 한다. 어떤 선정위원들이 어떤 이유로 과제를 선정했는지 보고서에 포함해야 한다. 또 이 과제는 누가 평가했는지와 지속적인 평가 내용도 같이 들어가야 한다. 만약 과제가 부실로 끝나면 선정위원과 평가위원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 김인환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원장
융합R&D의 목적은 현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 융합연구단이 단순히 25개 출연연의 융합기구가 아니라 산업계와 시장 중심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큰 성과도 중요하지만 단기간 내에 성공사례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 출연연에서 하고 있던 R&D 과제 중에서 상용화 단계에 있으면서 융합 콘셉트로 성공이 가능한 것을 서둘러 발굴해야 한다.
■ 김학민 재료연구소 연구위원
11년 전 KISTEP에서 근무할 때 NT·BT·IT 융합연구를 기획해 수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과제를 평가할 사람 없어 NT에서 반, BT에서 반을 모아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융합 전문가가 없다 보니 화합물이 안 되고 혼합물이 된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지금은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 전체를 봐서 요소 기술을 파악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SW)를 연결시키고, 전체 가용인력이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그런 인력이 국내에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융합을 추진하기 위해선 이런 리더를 많이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 김홍진 인성정보 이사
우리 회사의 경우 R&D를 할 때 회사가 50% 이상 투자하지 않은 과제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리스크를 지는 만큼 열정을 갖고 집중해서 개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R&D 과제는 지원만 하고 끝나 성과가 안 난다. 기술의 융합보다 중요한 건 리스크를 어떻게 잘 융합하느냐다. 리스크를 지면서 도전하는 그룹과, 안정적으로 길게 연구하는 그룹을 잘 융합해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출연연 R&D도 최소 50%는 기업에서 투자를 받게 하고, 나머지 50%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누군가 리스크를 책임지고 계속 챙겨야 R&D 성과도 나오고 결과에 책임도 질 수 있다.
■ 김지헌 모비스 대표
융합의 가장 필수적 도구가 SW다. 미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얘기되는 3D 프린터를 예로 들면, 어떤 SW를 올리느냐에 따라 의료용, 과학용 등으로 구분된다. 이같이 SW 발전 없이는 어떤 융합도 일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HW와 SW 융합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첨단 과학분야에서 4대 가속기를 만들고 있는데 대당 3000억원 예산 가운데 순수 SW 분야로 발주되는 금액이 30억원도 안된다. 100분의 1도 안되는 소프트웨어 구축 비용을 가지고 융합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낙후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세계 최고의 물건 만들기 위해 소프트웨어는 가장 싸구려로 구매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있는 최저가 입찰제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를 무시하고 하드웨어 중심으로 턴키로 발주해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부품이나 매뉴얼 정도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발주 방식이다. 적어도 미래부 산하 연구기관부터 이 두 가지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기초과학 분야에서 SW 융합은 불가능할 것이다.
■ 한성구 KISTEP 정책기획실장
하버드 경영대학에는 대표적인 융합조직으로 '하버드 이노베이션 랩'이 있다. MIT 미디어랩과는 달리 경영학 관점에서 혁신이나 기업가 정신에 기반해 과학기술에 접근한다. 스타트업부터 사회문제 해결까지 범위도 넓고 전 학교 차원에서 혁신적인 융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특정 과학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분야도 융합한다면 더 발전적일 것이다.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있는 출연연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있는 출연연이 같이 협력해 과학기술 정책을 개발하는 것 봤다. 과학기술 R&D도 연구회를 벗어나 다른 영역과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 박승용 효성중공업 CTO(연구소장)
R&D 비용은 6등이지만 상용화는 43등, GDP 대비 R&D 비용은 1등인데 산업 효과는 20등이라는 지표는 융합의 문제가 아니고 가교역할(브릿지)에 대한 문제라고 본다. 과거에는 원천기술이 없었지만 지금은 논문과 특허가 많이 나오는 나라가 됐다. 이제는 이를 어떻게 상용화하느냐의 문제다. 유럽에서는 해당 분야 산업계 대표 12명과 학계 대표 12명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우리는 기업은 기업대로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데 답을 못 찾고, 한쪽에서는 연구를 잘했는데 상용화가 안돼 고민한다. 앞으로 우리도 분야별로 산업계와 연구계 대표를 뽑아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 협업할 것을 제안한다.
■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융합과 관련해서 톱다운 방식을 얘기했는데, 사실 톱다운은 건설 공법이다. 땅부터 파고 그 위로 건물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건설 방식이지만 톱다운은 1층부터 만들고 위로 올라가면서 동시에 밑으로 내려가는 방식이다. 미래부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과 산업부의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이 톱다운 방식으로 보인다. 산업부든 미래부든 누군가 이들을 통합·조정해야 할 것이다. 또 이제는 평가 방법이 정량적이 아니라 정성적으로 갈 수 있도록 책임자에게 예산과 평가를 모두 맡기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 연구책임자가 항목을 제시하고 평가한다고 했는데, 이보다 한 단계 넘어서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홍보를 잘 해야 한다. 특히 젊은 학생들에게 홍보를 해야 이들이 융합 마인드를 갖고 대학생활을 하고 기업이나 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신용현 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만들어지면서 대표적으로 나온 사업이 융합사업이다. 하지만 모든 출연연구기관들이 융합연구단에 들어가면 임팩트가 큰 연구가 나오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적으로 수요가 있는 것을 먼저 찾고, 기획의 크기에 따라 어떤 출연연이 참여하고 안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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