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R&D 투자규모 세계 1위 불구 산업화 43위
연구자 인센티브ㆍ단장 전권 지원 등 자율성 강화 필요
연구자 인센티브ㆍ단장 전권 지원 등 자율성 강화 필요
사진=김민수기자ultrartist@
■ 스타트C 코리아
제6차 과학ICT융합포럼-대한민국 신성장공식 `융합R&D`
한강의 기적으로 1960년대 최빈곤 국가에서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눈부신성장을 이룩하며 세계적 위상을 높인 한국.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연평균 국민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의 정체가 이어지면서 `성장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6차 과학ICT융합포럼` 에서 전문가들은 융합연구개발(R&D)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R&D 패러다임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미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 신성장공식 융합R&D`를 주제로 발표한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본부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성장을 견인해온 패스트팔로우 전략의R&D 패러다임으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건전한 융합R&D생태계 조성을 통해 대한민국의 신성장공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본부장의 주제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일본은 1992년, 영국은 2003년에 GDP 3만달러를 돌파했고 각각 3%, 6%의 연 성장률을 기록하며 4만달러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3년부터 2013년까지 GDP가 780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GDP 2만달러에 발목이 잡혀있다.
특히 2007년 이후 연평균 GDP 성장률은 1%에 그치고 있다. 세계에서 1등을 하는 상품 수도 2010년 71개에서 2012년 64개로 줄어들었다.
그 사이 중국은 세계 1등 상품이 1351개에서 1495개로 늘어났다.
현재 우리가 1등 하는 상품들도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등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비 투입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규모는 세계 1위다.
반면 산업화는 43위, 산업적 가치는 20위에 그치고 있다. 기존 R&D 패러다임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신성장동력이 화두가 되고 있으며, '융합R&D'가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다양한 융합R&D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2002년 'NBIC(나노·바이오·정보·인지)' 등 4개 핵심분야를 선정해 융합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는 2004년 '지식사회 건설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CTEKS)'을 마련한 바 있으며 지금은 새 연구혁신프로그램인 '호라이즌(Horizon)2020' 추진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일본도 2004년 신기술 간 융합을 통해 연료전지, 로봇 등 7대 신성장 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신산업 창조전략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융합R&D 정책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05년이다.
구 과학기술부에서 융합기술종합발전계획을 통해 기본방침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2008년 '국가융합기술발전기본계획(2009~2013)'을 수립했다.
융합R&D 정책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하면서 미래부와 산업부로 나눠졌다.
현재 미래부는 창조경제실현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을, 산업부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을 위한 산업융합발전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융합R&D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융합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연구비를 서울대, 생명연 등 다른 기관에 지원하고 치매 조기진단 기술, 녹조 예방제어 기술 등 개방형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뤄지는 융합연구는 여전히 짜맞추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연구성과도 좋지 않다.
지난 2012년 국가융합연구사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R&D 대비 논문과 특허는 각 1.6배, 2.1배로 더 우수하지만 기술료나 사업화는 1.1배로 유사하고 인력양성은 오히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분야간 칸을 허물고, 제도를 개선하는 등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융합R&D 생태계를 그려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는 100억원 규모의 융합연구단을 올해 2개, 내년에 8개 출범할 예정이다.
2017년까지 총 20개의 융합연구단을 운영, 총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문제해결 중심으로 분야 간 장벽을 파괴하고, 산업계와 학계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개방형 융합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개방형 융합생태계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연구인력 파견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융합연구 현실에 맞게 정량적인 논문·특허 평가에서 벗어난 평가관리방법도 개발 중이다.
더불어 연구자들의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도록 파견 나온 연구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단장에게 전권을 주는 등 자율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당장 융합R&D로 대한민국 신성장공식을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일련의 노력들로 좋은 선례를 남긴다면 융합R&D가 보다 활성화되고 나아가 실효성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백나영기자 100n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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