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특성·트렌드 맞춰 제품 구성 다양화 생맥주 새 성장동력 육성… 현지 생산도 추진 온라인 판매 강화 2017년 1000억 매출 목표
■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의 `맛`-하이트진로
한 중국인 부부가 상하이 시내에 위치한 지우광백화점 내 '프레시마트(fresh mart)'에서 뉴하이트와 참이슬을 구입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지난 25일 중국 상하이의 한 대형마트. 중국인 천모씨(27)의 장바구니에는 한국 맥주 '뉴 하이트'가 담겨 있었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열혈팬이었던 천씨는 여주인공이 '치맥(치킨+맥주)'을 먹는 장면을 기억하고 한국 맥주를 사러 나온 터였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맥주를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신기했는데, 시음 코너에서 맛본 맥주는 목 넘김이 편하고 청량감이 뛰어나 앞으로 즐겨 마실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맥주의 격전지인 중국 시장에서 한국 맥주가 천씨 같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국의 20∼40대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를 선호하는 데다 한류열풍에 힘입어 한국산은 프리미엄급 수입제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곳에서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뉴 하이트'로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1994년 심양에 소주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이 회사는 2007년 중국법인 '하이트진로차이나'를 설립하고 2008년부터 소주, 맥주, 막걸리, 생맥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수출규모는 936만달러로, 전년 대비 49.9% 증가한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36.9% 증가한 572만달러를 기록, 연이어 최고 실적을 갱신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국내에 출시한 뉴 하이트를 시장 확대의 '무기'로 삼고 이달부터 상하이에서 포문을 열었다. 하이트진로가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고 강조하는 뉴 하이트는 제품 리뉴얼 기획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하이트진로가 구축한 '월드비어얼라이언스'의 일원인 독일 맥주 컨설팅 업체 한세베버리지와의 공동연구 첫 결과물로, 글로벌 맥주와 경쟁하기 위해 쓴맛을 줄여 부드러운 목 넘김을 구현하고 빙점여과공법을 적용해 청량감을 높였다.
현재 500㎖ 캔 제품을 중국 상하이지역 백화점 내 프리미엄 마트와 까르푸 등 대형마트 500개 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통관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병과 페트 제품으로 확대, 2015년에는 2500개 점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뉴 하이트가 20년간 300억병 이상 팔린 한국 대표 맥주 브랜드라는 점을 부각하고, 현지 생산이 아닌 원산국에서 제조된 제품임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의 중국 시장 확대 전략은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현지에 맞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유통망 혁신을 통해 시장 우위를 차지하는 한편 현지 생산체계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지역과 북부지역에 위치한 동북 3성, 한국과 인접한 광동성, 복건성 등 지역마다 인기 있는 맥주의 특성이 각각 다르다. 이에 따라 지역별 상황과 트렌드에 맞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 베이징은 3.5도 프리미엄급 맥주인 '골드 프라임'과 저도 맥주인 '아이비 라이트'를 주력제품으로,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상하이는 '뉴 하이트'를, 높은 도수 맥주가 인기 있는 동북 3성에서는 흑맥주 타입의 '다크 프라임'과 5도 짜리 '하이트 이글'을 선보일 예정이다. 교민과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한 복주와 심천 지역에는 하이트, 맥스, 참이슬 등 국내 제품을 수출한다. 대리점을 늘리고 한국 문화 수용도가 높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홍보·마케팅을 강화해 2017년까지 1000억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25일 상하이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충수 중국법인장은 "한류열풍으로 한국 맥주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뉴 하이트를 통해 13억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점을 이용, 알리바바 등 온라인 채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알리바바 내 판매 사이트를 구축했으며 주류전문 전자상거래업체인 찡똥닷컴과 계약을 맺고 판매를 하고 있다.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서면 현지 생산체계 구축도 검토한다. 한국 드라마 영향으로 '치맥' 문화가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확산되는 점에 주목, 생맥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김인규 대표는 "12년 연속 최대 맥주 생산국이자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글로벌 시장의 각축장이자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라며 "한국 대표 주류회사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한국 대표 브랜드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체계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