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김효주(19·롯데)는 18번홀 그린에서 경쟁자 캐리 웹이 파 퍼트를 놓치고 나서도 캐디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우승 사실을 몰랐다.
캐리 웹의 퍼팅 미스 후 캐디가 ‘당신이 이겼다’고 말했지만 김효주는 ‘아니다’라고 대답했고, 다시 캐디가 ‘맞다, 당신이 우승이다’라고 일깨워주자 ‘정말이냐’고 어안이 벙벙해 하며 말했다. 김효주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은 방송을 통해 전세계 골프인들이 함께 지켜봤다.
김효주의 캐디 고든 로완씨는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김효주 선수는 리더보드를 보지 않은 것 같다”며 “캐리 웹의 퍼팅 미스 후에도 둘의 점수가 몇점이고 누가 이겼는지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김효주의 우승에 큰 도움을 주고 마지막 순간 우승 사실까지 알려준 캐디 고든 로완씨는 사실 속옷회사 빅토리아시크릿의 속옷을 만드는 기업의 시니어매니저다.
2년 전 이 대회가 열렸을 당시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 소속 캐디로 김 효주와 호흡을 맞추면서 둘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효주는 공동 4위라는 좋은 기록을 얻었다.
로완은 “당시 김효주는 어린 아마추어 선수였고 경기에서 함께 할 캐디를 찾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며 2년 전 자신과 호흡이 잘 맞았던 로완을 다시 찾았지만 로완은 작년말 캐디 일을 그만두고 중국으로 건너가 속옷회사 빅토리아시크릿의 속옷을 만드는 기업 크리스탈마틴의 시니어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효주의 요청을 받고 급히 프랑스로 돌아왔고 김효주의 캐디백을 멨다. 로완은 2년 전 10대 소녀 김효주와 경기를 치르면서 김효주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완은 김효주의 우승 상금 48만7500달러(약 5억417만원) 중 일정 금액을 받을 예정인데, 일반적으로 캐디는 선수의 상금에서 10%를 받는다.
한편 마지막 퍼팅 미스로 김효주에 우승을 내준 호주의 백전노장 캐리 웹은 경기 후 “무엇이 패인이었는지 알 수 없다”며 “엄청난 아드레날린 분비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효주의 샷은 매우 안정돼 있었다”며 “18번 홀에서 경기 마무리를 앞두고 나는 페달에서 발을 살짝 뗀 반면 김효주는 여전히 굳건히 밟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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