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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분야에 오픈마인드 가져야 숨은 진주 찾을수 있어

정봉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장
한국형 융합 기획력·리더십 갖춘 '융합 연구 지휘자'
화학·생물· 유전 등 다양한 전공… 융합연구 자양분돼
정부 지원 절반은 바이오… 전문연구소 설립 고려해야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 입력: 2014-09-02 19:00
[2014년 09월 03일자 1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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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Hero` 사이언티스트

다른분야에 오픈마인드 가져야 숨은 진주 찾을수 있어


정봉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장은 '국내 융합연구의 파이오니어'이자 '바이오 융합연구의 아이콘'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융합연구 개념이 생소했던 2000년대 초 자신의 전공 분야인 '바이오와 IT 융합'을 시작으로 '바이오와 나노', '바이오와 나노·IT', 나아가 의료를 포함한 '바이오나노헬스'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분야 간 융합을 통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한국형 융합연구 모델'을 구축해 왔다.

맨몸으로 부딪히며 몸소 터득했던 융합연구의 매력과 파급력을 설파하는데도 여념이 없다. 올 들어서는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출범한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을 이끌며 '융합연구의 꽃'을 피우기 위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정 단장과 10년 넘게 한 연구실에서 근무한 정상전 동국대 교수는 "동료 연구자는 물론 후배 연구자를 다독여 가며 마음 편히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며 "특히 후배 연구자들이 우수한 연구성과와 연구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연구 기반 마련에 힘써 연구실에 있던 5명의 후배들이 모두 메이저 대학 교수로 초빙 받았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 단장은 다양한 학문에 대한 통섭 능력을 바탕으로 융합연구를 기획하는 안목과 식견, 그리고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를 융합연구라는 무대에서 조화롭게 활동하게 하는 융합적 리더십까지 갖춘 '융합연구의 지휘자'"라고 표현했다.
다른분야에 오픈마인드 가져야 숨은 진주 찾을수 있어


-언제부터 과학자의 꿈을 키웠는지 궁금하다.

"어릴 적 먼 친척뻘 되는 분이 해외 유치 과학자로 한국에 오셔서 같은 동네에 살았다. 지금 기억해 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근무하셨던 것 같다. 어렵게 살던 시절이었지만 이분에게 국가가 집을 사주고, 월급도 엄청나게 많이 준다는 소문이 동네에 확 퍼져 있었다. 그분을 바라보는 동네 주민들의 시선이 남달랐고 마을에서 존경받는 유명인사였다. 어린 마음에 '나도 과학자가 되면 저분처럼 돈도 많이 벌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돼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웃음)

-그래도 과학적 소질과 재능이 있어 과학자가 된 것 아닌가.

"수학을 매우 좋아했고, 고등학교에 들어가 과학 과목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중에서도 물리를 잘 했다. 물리가 재미있다 보니 같은 과학 과목인 화학과 생물도 좋아하게 됐다. 대학 본고사에서 물리시험을 봤는데, 어려운 문제도 쉽게 푼 기억이 난다. 그래서 서울대 자연계열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은 어땠나.

"대학 1학년 때는 장차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한 기간이었다. 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도 했다. 그러던 중 공학계열을 선택했다. 우연히 화학공학을 접했는데, 내가 좋아했던 화학과 물리를 공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 이후 대학원에서는 생물공학을 공부했고, 미국 유학 시절에는 유전공학에 눈을 뜨게 됐다. 당시만 해도 생물공학과 유전공학은 모두 신생 학문 분야여서 학생들이 전공하기 꺼렸다."

-세부 전공을 여러 번 바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KAIST 대학원에 입학한 뒤 생물공학에 매료돼 당시 장호남 교수(전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실험실에 들어가 세부 전공을 화학공학에서 생물공학으로 바꿨다. 미국 칼텍에서 박사후과정을 할 때는 생물분리전공 전공 교수를 찾아가 연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흥미와 재미만을 찾아 무모하게 전공을 쉽게 바꿨던 것 같다."

-다양한 전공이 융합연구의 자양분이 됐을 것 같다.

"물론이다. 생명연에 들어와서도 전공과 상관없는 나노바이오 분야를 연구했다. 때마침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에 참여해 연구비 걱정하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새로운 영역인 나노바이오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주위에서 전공이 아닌 분야를 연구한다고 다들 걱정했다. 돌이켜 보면 생물공학, 생물분리, 나노바이오 등 전공을 바꿔가며 연구했던 것이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하고 융합연구를 시작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점을 강조하며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적인 연구를 강조하곤 한다."

-융합연구의 개척자로 통한다. 융합연구의 첫 시작은 어땠나.

"2000년대 초였다. 당시 생명연 원장이던 양규환 원장께서 일본 생명공학연구소를 방문했는데, 그곳에 반도체 시설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생명공학연구소에 반도체 시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돌아온 후 우리 연구소도 이런 융합연구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관련 연구자에게 전화를 걸어 연구기획을 제안했는데, 그 연구자가 거절했다고 들었다. 그러고 나서 내게 연락이 와 '융합연구를 해 보지 않겠느냐'고 묻길래 주저하지 않고 '하겠다'고 답한 것이 시작이었다."

-어떤 주제로 융합연구를 시작했나.

"나노바이오 분야 논문을 읽어보니 너무나 신기했다. '과연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한번 해 보자고 결심하고 연구기획에 착수했다. 지금 보면 뜬구름 잡는 얘기로만 기획서를 만들었던 것 같다. 사실 나노바이오가 무엇인지 모른 채 연구기획을 했던 것이다. 그나마 몇몇 동료 연구자들이 자신감을 줘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 포기했더라면 융합연구는 영영 못했을 것이다."

-융합연구의 틀은 어떻게 잡았나.

"연구기획을 마치고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할지 방향이 안 잡혀 2년간 헤맸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융합연구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다른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자들과 머리를 맞대 바이오칩 쪽으로 연구방향을 정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와 칩을 만들어 단백질칩기술개발사업단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기술을 이전하고 연구소기업까지 설립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융합연구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서로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를 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다. 다른 사람의 연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얘기를 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한 프라이드가 워낙 강한 연구자끼리 모여 각자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 소통하려다 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면 어려운 융합연구를 왜 해야 하나.

"기존 기술로는 혁신적 변화를 하는 데 한계가 있고, 연구자에게 연구에 대한 흥미와 재미도 주지 못한다. 융합연구는 연구자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훌륭한 촉매제가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든 융합연구라는 도구를 통해 현실화할 수 있다. 융합연구를 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혁신도 현실이 된다. 그래서 연구자는 더욱 흥미를 갖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바이오 융합연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연구사업의 절반 이상이 바이오 분야다. 생물체를 연구하는 만큼 활발한 융합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바이오이기 때문에 융합연구의 타깃은 결국 바이오가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채워 줄 수 있는 분야가 바이오이기 때문에 융합연구의 중심에 있다. 이런 점에서 바이오융합 전문연구소 설립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융합연구 형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융합연구는 다른 나라를 벤치마킹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연구환경과 여건에 맞는 '한국형 융합연구 모델'을 만들어 정착시켜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융합연구는 한 공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 연구자끼리 언어가 통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공간에서 몸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연구자의 오픈 마인드다. 연구자 특성상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센데 각자의 연구분야를 이해하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융합연구를 총괄할 수 있는 연구자의 리더십과 함께 연구 전반을 코디네이션 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와 역량도 요구된다. 성과 배분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융합연구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

"실험실에서 연구만 해서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다. 항상 나와 다른 연구분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각종 세미나에 자주 참석해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연구 트렌드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융합연구의 숨은 진주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분야 연구의 경우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지만, 융합을 통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상용화의 길도 열 수 있다."

-융합연구를 잘 하기 위한 조건은.

"우선 융합연구의 목적과 목표가 뚜렷해야 하고, 자신의 연구에 너무 몰입하지 말고 전혀 다른 분야에도 항상 관심을 갖고 소통해야 한다. 융합연구를 함께 할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독불장군이 아닌 팀 형태로 즐기면서 연구해야 한다. 융합연구의 답은 먼 데 있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출연연 융합연구가 화두다.

"통합 연구회 출범 이후 출연연 간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연구자들이 융합연구를 하고 난 후 복귀할 때 연구과제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융합연구 시 인센티브를 주고 연구비도 보장한다고 하지만, 지금보다 더 파격적인 조건을 줘야 가능하다고 본다."

-융합연구단의 형태는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앞으로 꾸려지게 될 융합연구단은 글로벌프론티어 사업단과 같은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 연구가 끝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구성과가 지속적으로 나오면 영속성을 갖고 운영될 수 있는 독립연구소 형태로 전환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과가 나오지 않은 융합연구단은 해체하고 연구단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새로운 융합연구단으로 옮겨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게 해야 한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 정봉현 단장은…

정봉현 단장은 우리나라 '바이오 융합연구'의 길을 열어온 1세대 과학자다. 바이오와 IT 융합연구를 통해 바이오칩을 개발해 산업체 기술이전과 연구소기업 설립을 주도하는가 하면 바이오와 나노기술 간 융합을 시도해 융합연구 영역을 확장시켰다.

1982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화학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칼텍에서 박사후과정을 하고 1987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몸담고 있다. 이후 생물공정연구실장, 융합생명공학연구실장, 바이오나노연구센터장, 바이오융복합연구소장 등 융합연구 관련 주요 보직을 맡아 생명연의 융합연구를 주도해 왔으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나노바이오 전공 책임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애쓰고 있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을 총괄하며 BT, IT, NT 기술을 총동원해 감염성 유해물질을 신속하게 현장에서 검출하고 모니터링해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헬스가드 시스템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외논문 160편, 국내 논문 50편, 특허 출원 및 등록 130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05년 비표지 단백질칩 분석시스템을 시작으로 매년 한 건 이상의 기술이전 및 상용화 실적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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