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자동차 전도사’ 선우명호 한양대 부총장 전망
■ `My Hero` 사이언티스트
선우명호 한양대 부총장(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은 스마트자동차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전도사다.
전기자동차 물결이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기 전부터 전기전자와 기계기술이 결합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혁신시킬 것이라고 전파하는 동시에 핵심 기술을 개발해 왔다.
센서, 카메라, 레이더 등의 정보를 융합해 도로와 주행 조건에 맞게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선우 교수는 "이같은 큰 변화를 통해 우리가 자동차산업 세계 일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를 위해 결정적으로 필요하지만 우리가 약한 전자제어 분야에서 세계 일등 연구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원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장은 선우 교수에 대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인물"이라며 "후배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하고 회사에서 힘들어하는 기술적 고민을 쉽게 얘기해주는 다정다감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20여년 인연의 이승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코리아 대표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기계와 전기전자를 결합한 '메카트로닉스'를 처음 전파한 전도사"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선우 교수는 매우 희생적인 사람"이라며 "기업 연구비를 받으면 해외 세미나 참석 등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국내 대학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된 지능형 무선차 경진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이 미래 자동차 영역에 눈을 뜨고 진취적인 꿈을 키워가도록 마당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서경석 GM코리아 상무는 선우 교수를 통해 회사가 전기자동차에 대해 눈을 뜨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 상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해 우리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이를 통해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선우 교수를 '국내 전기차 지식의 본산이자 메카'라고 표현했다.
선우명호 한양대 부총장(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은 스마트자동차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전도사다.
전기자동차 물결이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기 전부터 전기전자와 기계기술이 결합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혁신시킬 것이라고 전파하는 동시에 핵심 기술을 개발해 왔다.
센서, 카메라, 레이더 등의 정보를 융합해 도로와 주행 조건에 맞게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선우 교수는 "이같은 큰 변화를 통해 우리가 자동차산업 세계 일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를 위해 결정적으로 필요하지만 우리가 약한 전자제어 분야에서 세계 일등 연구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원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장은 선우 교수에 대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인물"이라며 "후배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하고 회사에서 힘들어하는 기술적 고민을 쉽게 얘기해주는 다정다감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20여년 인연의 이승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코리아 대표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기계와 전기전자를 결합한 '메카트로닉스'를 처음 전파한 전도사"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선우 교수는 매우 희생적인 사람"이라며 "기업 연구비를 받으면 해외 세미나 참석 등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국내 대학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된 지능형 무선차 경진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이 미래 자동차 영역에 눈을 뜨고 진취적인 꿈을 키워가도록 마당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서경석 GM코리아 상무는 선우 교수를 통해 회사가 전기자동차에 대해 눈을 뜨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 상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해 우리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이를 통해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선우 교수를 '국내 전기차 지식의 본산이자 메카'라-연구실 한 켠에 자동차 모형이 많은 것을 보니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35년전 미국 유학을 가서 자동차를 처음 보고 푹 빠졌다. 처음 탄 차가 8기통에 배기량 6200cc 짜리 1972년식 포드 'LTD' 모델이었다. 자동차를 타면 원하는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갈 당시에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인데 통행금지도 없을 뿐 아니라 원하는 곳은 아무 데나 달려갈 수 있었다. 한마디로 '공간의 자유'를 가져다준 것이다. 처음 가본 자동차극장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자동차가 좋아서 캘리포니아의 전기전자회사(필립스)에서 일하다 척박한 디트로이트의 GM로 이직까지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게 약 30년전 일인데, 지금까지 그 결정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미국에서 살기 좋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 척박한 디트로이트로 이사를 간다고 하니 다들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했다. 이후 GM 연구소 입사 후 회사 측에서 장학금을 줘서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결국 기계공학을 전공해 박사학위 논문도 자동차에 관한 것으로 썼다. 전기공학를 전공했던 경력은 오히려 자동차 연구를 하는 데 큰 경쟁력이 됐다."
- 연구를 시작할 무렵은 어땠나.
"GM 연구소에서 약 10년간 일했는데, 미국 기업들은 개인 연구자들에 상당한 자율성을 준다. 처음 일하면서 미국 인들에 비해 창의적이고 멋진 아이디어를 내는 게 너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시킨 건 빨리 하는데 생각의 유연성은 그들이 훨씬 낫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자꾸 제안서를 쓰면서 생각을 깊이 하다 보니 나아졌다. 그래서 지금 우리 연구실도 똑같이 하고 있다. 목표만 있고 방법은 내가 지시하지 않는다. 같은 목표라도 학생들이 각각 다른 방법을 시도하도록 한다. 내가 한 방법도 있지만 그게 최적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무척 어려워하지만 잘 적응한다."
-GM에서는 뭘 연구했나.
"엔진제어를 연구했다. 엔진을 컴퓨터로 제어하지 않으면 배기규제 대응이나 연비 향상이 어렵다. 옛날엔 엔진이 단순한 기계였는데 컴퓨터가 적용됨으로써 훨씬 지능적인 구동을 할 수 있다. 전기오븐이 단순히 데우는 기능만 있지만 컴퓨터가 들어가서 해동도 되고 다양한 기능이 구현된 것과 같은 원리다."
- 현재 가장 몰두해 있는 프로젝트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노인들도 편안하게 탈 수 있고 야간에도 무리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고속도로 같은 데는 쉬운데 복잡한 시내도로가 어렵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구현할 지가 과제다. 기술간 융합이 답이 될 것으로 본다. 센서,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위성측위시스템(GPS) 등의 정보를 융합해 도로와 주행조건에 맞게 지능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4개국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75~80%에 그치지만 2017~18년에는 톱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25~2030년께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명령만 하면 자동으로 회사까지 데려다 주는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다."
- 기업과의 공동연구는 얼마나 하고 있나.
"프리스케일 외에 보쉬, 인피니언, 현대차, 만도, 모비스 등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또 전체 연구비의 20% 이상은 외국에서 받는다. 그게 연간 3억원 가까이 된다. 다만 기업과 연구해도 단기목표에 따른 연구는 하지 않는다.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보는 연구를 한다. 현대차와는 2020년 이후 훨씬 강화되는 엔진 배기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어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컨트롤 알고리듬을 만들면 구현하기 위해 수학자, 공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 또하나는 친환경차(그린카)다. 배기가 적고 연료를 효율적으로 쓰는 차다. 기존 차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구조가 될 것이다. 스마트자동차도 현대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출범시킨 스마트자동차추진단장도 맡았다.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최대한 개발하기 위해 추진단 인력 32명 중 70% 이상을 기업 인력으로 채웠다. 자동차는 부품업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한 만큼 대기업보다는 부품업체 위주로 꾸리려 한다."
- 요즘의 일상은 어떤가.
"오늘만 해도 미팅이 7개다. 저녁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교에서 11시까지 일하고 토요일, 일요일도 거의 나온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쓰지 않는 게 낫겠다. 젊은 학생들이 보고 질릴 것 같다." (웃음)
-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꿈의 어디까지를 이루었나.
"글쎄, 아직 진행 중이라…. 사실 한양대 자동차학과를 만들어서 오면서 몇 가지 꿈을 그렸다. 한양대 학생들에게 프라이드를 심어주겠다는 게 그 중 하나다. 그 꿈을 위해 연구실에 들어오는 대학원생들에게 국내 대학 중 최고 대우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연구실을 만드는 것도 꿈이었다. 성과라면 2000년 1월 10일 미국 프리스케일 (구 모토로라 반도체 사업부)와 10년 장기 공동연구 계약을 맺은 것이다. 당시 IMF 시절인데 김대중 대통령이 개인 교수가 외국 기업에서 돈을 받아왔다고 기특하다고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함께 먹기도 했다. 개인 교수가 해외 기업과 10년 장기 연구계약을 맺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10년 계약이 지나 5년 추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이용해 미래 자동차 제어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세번째 꿈은 개인적인 것이라 얘기하기 힘들다."
- 기업들에 '전기차 전도사이자 지식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공대 교수 중 특이하게 산업체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가르치고 있다. 현대기아차, GM코리아 등의 기술인력들을 매년 250~500명 정도 교육시키고 있다. 자동차 관련 기술이 수명이 너무 짧아져서 재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 "
-평생 연구를 이어갈 텐데 꼭 이루고 싶은 연구의 목표는.
"우리나라 자동차가 세계 일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자제어 분야가 부족하다. 우리 연구실을 세계 선두 전자제어 연구실로 만들어 우리나라가 세계 자동차산업을 제패하는 데 주춧돌이 되고 싶다. 2030년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과 친환경차가 80%와 20%씩 차지하고, 스마트 기능은 두 분야에 모두 녹아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 가장 인상적인 만남, 잊지 못할 인연을 꼽는다면.
"인생의 멘토는 GM 연구소에서 만난 당시 보스인 레이먼드 티드로다. 내게는 '친정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1년에 한번씩 학회에 가는 길에 학생들을 데리고 가면 마치 시집간 딸과 손주를 만나듯이 반겨준다. 처음엔 나를 못살게 굴었다. 아마 아시아 인종에 대한 편견이 좀 있었던 것 같다. 80년대 초 미국 자동차산업이 일본 때문에 어려워진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이유 없이 미워한다고 느꼈는데 결정적인 계기 때문에 내 팬이 됐다. 연구소가 3~4년간 풀지 못한 문제를 내가 해결한 것이다. 자동차 서스펜션 제어 관련 문제였는데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적응제어'라는 새로운 알고리듬을 적용해 문제를 풀었다. 한번 마음이 맞으니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됐다. 93년에 한국에 가겠다고 하니 나를 붙잡고 일주일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아무리 하찮은 질문을 해도 관찰력이 우수하다고 칭찬하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것은 사이가 안 좋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필립스에서 만난 태드 하라세, 나사 출신 GM 연구소장이던 밥 프로시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웠다."
- 실패나 좌절의 경험은 없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형제가 다섯명인데 그 중 유일하게 중·고등, 대학교 입학 1차 시험을 다 떨어졌다. 다 후기로 입학한 거다. 공부도 못 했지만 시험 때만 되면 너무 긴장하는 게 탈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중간고사는 꼭 망치고 기말은 매우 잘 봤다. 입학시험도 전기시험은 망치고 후기는 너무 잘 봤다."(웃음)
- 과학자가 아닌 개인의 삶은 어떤가. 인생 모토는 무엇인가.
"어떤 조건에서도 전력투구하자는 게 모토다. 대충 하는 걸 싫어한다. 프로답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차를 매우 좋아하다 보니 좀 많은 편인데, 실험실에 있는 차까지 포함하면 8~9대가 된다. 음악도 좋아하고 스포츠도 좋아한다. 학생들과 농구와 축구를 즐긴다."
- 과학자 꿈을 꾸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몰두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전자회사에서 자동차회사로 옮긴 후 하루도 재미가 없는 날이 없었다."
naturean@dt.co.kr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 선우명호 부총장은…
선우명호 부총장은 차세대 자동차 기술 분야 국내 일인자이자 세계적 석학이다. 지난 4월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공동 출범시킨 미래성장동력 '스마트자동차추진단장'에 선임돼 우리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1979년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텍사스주립대와 오클랜드대에서 각각 공학석사 및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미국 필립스, GM 연구소를 거쳐 1993년 한양대 교수로 부임했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꿰뚫는 통찰력과 전자와 기계분야를 오가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형 자동차 기술 영역을 개척해 왔다.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아태지역전기자동차협회와 세계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국무총리상(2004), '자동차의 날' 근정포장(2010), 한양대 백남학술상(2012) 등을 수상했다.
선우명호 한양대 부총장(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은 스마트자동차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전도사다.
전기자동차 물결이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기 전부터 전기전자와 기계기술이 결합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혁신시킬 것이라고 전파하는 동시에 핵심 기술을 개발해 왔다.
센서, 카메라, 레이더 등의 정보를 융합해 도로와 주행 조건에 맞게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선우 교수는 "이같은 큰 변화를 통해 우리가 자동차산업 세계 일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를 위해 결정적으로 필요하지만 우리가 약한 전자제어 분야에서 세계 일등 연구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원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장은 선우 교수에 대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인물"이라며 "후배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하고 회사에서 힘들어하는 기술적 고민을 쉽게 얘기해주는 다정다감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20여년 인연의 이승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코리아 대표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기계와 전기전자를 결합한 '메카트로닉스'를 처음 전파한 전도사"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선우 교수는 매우 희생적인 사람"이라며 "기업 연구비를 받으면 해외 세미나 참석 등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국내 대학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된 지능형 무선차 경진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이 미래 자동차 영역에 눈을 뜨고 진취적인 꿈을 키워가도록 마당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서경석 GM코리아 상무는 선우 교수를 통해 회사가 전기자동차에 대해 눈을 뜨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 상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해 우리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이를 통해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선우 교수를 '국내 전기차 지식의 본산이자 메카'라고 표현했다.
선우명호 한양대 부총장(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은 스마트자동차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전도사다.
전기자동차 물결이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기 전부터 전기전자와 기계기술이 결합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혁신시킬 것이라고 전파하는 동시에 핵심 기술을 개발해 왔다.
센서, 카메라, 레이더 등의 정보를 융합해 도로와 주행 조건에 맞게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선우 교수는 "이같은 큰 변화를 통해 우리가 자동차산업 세계 일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를 위해 결정적으로 필요하지만 우리가 약한 전자제어 분야에서 세계 일등 연구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원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장은 선우 교수에 대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인물"이라며 "후배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하고 회사에서 힘들어하는 기술적 고민을 쉽게 얘기해주는 다정다감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20여년 인연의 이승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코리아 대표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기계와 전기전자를 결합한 '메카트로닉스'를 처음 전파한 전도사"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선우 교수는 매우 희생적인 사람"이라며 "기업 연구비를 받으면 해외 세미나 참석 등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국내 대학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된 지능형 무선차 경진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이 미래 자동차 영역에 눈을 뜨고 진취적인 꿈을 키워가도록 마당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서경석 GM코리아 상무는 선우 교수를 통해 회사가 전기자동차에 대해 눈을 뜨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 상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해 우리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이를 통해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선우 교수를 '국내 전기차 지식의 본산이자 메카'라-연구실 한 켠에 자동차 모형이 많은 것을 보니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35년전 미국 유학을 가서 자동차를 처음 보고 푹 빠졌다. 처음 탄 차가 8기통에 배기량 6200cc 짜리 1972년식 포드 'LTD' 모델이었다. 자동차를 타면 원하는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갈 당시에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인데 통행금지도 없을 뿐 아니라 원하는 곳은 아무 데나 달려갈 수 있었다. 한마디로 '공간의 자유'를 가져다준 것이다. 처음 가본 자동차극장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자동차가 좋아서 캘리포니아의 전기전자회사(필립스)에서 일하다 척박한 디트로이트의 GM로 이직까지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게 약 30년전 일인데, 지금까지 그 결정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미국에서 살기 좋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 척박한 디트로이트로 이사를 간다고 하니 다들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했다. 이후 GM 연구소 입사 후 회사 측에서 장학금을 줘서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결국 기계공학을 전공해 박사학위 논문도 자동차에 관한 것으로 썼다. 전기공학를 전공했던 경력은 오히려 자동차 연구를 하는 데 큰 경쟁력이 됐다."
- 연구를 시작할 무렵은 어땠나.
"GM 연구소에서 약 10년간 일했는데, 미국 기업들은 개인 연구자들에 상당한 자율성을 준다. 처음 일하면서 미국 인들에 비해 창의적이고 멋진 아이디어를 내는 게 너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시킨 건 빨리 하는데 생각의 유연성은 그들이 훨씬 낫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자꾸 제안서를 쓰면서 생각을 깊이 하다 보니 나아졌다. 그래서 지금 우리 연구실도 똑같이 하고 있다. 목표만 있고 방법은 내가 지시하지 않는다. 같은 목표라도 학생들이 각각 다른 방법을 시도하도록 한다. 내가 한 방법도 있지만 그게 최적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무척 어려워하지만 잘 적응한다."
-GM에서는 뭘 연구했나.
"엔진제어를 연구했다. 엔진을 컴퓨터로 제어하지 않으면 배기규제 대응이나 연비 향상이 어렵다. 옛날엔 엔진이 단순한 기계였는데 컴퓨터가 적용됨으로써 훨씬 지능적인 구동을 할 수 있다. 전기오븐이 단순히 데우는 기능만 있지만 컴퓨터가 들어가서 해동도 되고 다양한 기능이 구현된 것과 같은 원리다."
- 현재 가장 몰두해 있는 프로젝트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노인들도 편안하게 탈 수 있고 야간에도 무리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고속도로 같은 데는 쉬운데 복잡한 시내도로가 어렵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구현할 지가 과제다. 기술간 융합이 답이 될 것으로 본다. 센서,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위성측위시스템(GPS) 등의 정보를 융합해 도로와 주행조건에 맞게 지능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4개국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75~80%에 그치지만 2017~18년에는 톱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25~2030년께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명령만 하면 자동으로 회사까지 데려다 주는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다."
- 기업과의 공동연구는 얼마나 하고 있나.
"프리스케일 외에 보쉬, 인피니언, 현대차, 만도, 모비스 등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또 전체 연구비의 20% 이상은 외국에서 받는다. 그게 연간 3억원 가까이 된다. 다만 기업과 연구해도 단기목표에 따른 연구는 하지 않는다.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보는 연구를 한다. 현대차와는 2020년 이후 훨씬 강화되는 엔진 배기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어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컨트롤 알고리듬을 만들면 구현하기 위해 수학자, 공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 또하나는 친환경차(그린카)다. 배기가 적고 연료를 효율적으로 쓰는 차다. 기존 차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구조가 될 것이다. 스마트자동차도 현대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출범시킨 스마트자동차추진단장도 맡았다.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최대한 개발하기 위해 추진단 인력 32명 중 70% 이상을 기업 인력으로 채웠다. 자동차는 부품업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한 만큼 대기업보다는 부품업체 위주로 꾸리려 한다."
- 요즘의 일상은 어떤가.
"오늘만 해도 미팅이 7개다. 저녁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교에서 11시까지 일하고 토요일, 일요일도 거의 나온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쓰지 않는 게 낫겠다. 젊은 학생들이 보고 질릴 것 같다." (웃음)
-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꿈의 어디까지를 이루었나.
"글쎄, 아직 진행 중이라…. 사실 한양대 자동차학과를 만들어서 오면서 몇 가지 꿈을 그렸다. 한양대 학생들에게 프라이드를 심어주겠다는 게 그 중 하나다. 그 꿈을 위해 연구실에 들어오는 대학원생들에게 국내 대학 중 최고 대우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연구실을 만드는 것도 꿈이었다. 성과라면 2000년 1월 10일 미국 프리스케일 (구 모토로라 반도체 사업부)와 10년 장기 공동연구 계약을 맺은 것이다. 당시 IMF 시절인데 김대중 대통령이 개인 교수가 외국 기업에서 돈을 받아왔다고 기특하다고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함께 먹기도 했다. 개인 교수가 해외 기업과 10년 장기 연구계약을 맺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10년 계약이 지나 5년 추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이용해 미래 자동차 제어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세번째 꿈은 개인적인 것이라 얘기하기 힘들다."
- 기업들에 '전기차 전도사이자 지식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공대 교수 중 특이하게 산업체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가르치고 있다. 현대기아차, GM코리아 등의 기술인력들을 매년 250~500명 정도 교육시키고 있다. 자동차 관련 기술이 수명이 너무 짧아져서 재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 "
-평생 연구를 이어갈 텐데 꼭 이루고 싶은 연구의 목표는.
"우리나라 자동차가 세계 일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자제어 분야가 부족하다. 우리 연구실을 세계 선두 전자제어 연구실로 만들어 우리나라가 세계 자동차산업을 제패하는 데 주춧돌이 되고 싶다. 2030년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과 친환경차가 80%와 20%씩 차지하고, 스마트 기능은 두 분야에 모두 녹아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 가장 인상적인 만남, 잊지 못할 인연을 꼽는다면.
"인생의 멘토는 GM 연구소에서 만난 당시 보스인 레이먼드 티드로다. 내게는 '친정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1년에 한번씩 학회에 가는 길에 학생들을 데리고 가면 마치 시집간 딸과 손주를 만나듯이 반겨준다. 처음엔 나를 못살게 굴었다. 아마 아시아 인종에 대한 편견이 좀 있었던 것 같다. 80년대 초 미국 자동차산업이 일본 때문에 어려워진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이유 없이 미워한다고 느꼈는데 결정적인 계기 때문에 내 팬이 됐다. 연구소가 3~4년간 풀지 못한 문제를 내가 해결한 것이다. 자동차 서스펜션 제어 관련 문제였는데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적응제어'라는 새로운 알고리듬을 적용해 문제를 풀었다. 한번 마음이 맞으니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됐다. 93년에 한국에 가겠다고 하니 나를 붙잡고 일주일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아무리 하찮은 질문을 해도 관찰력이 우수하다고 칭찬하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것은 사이가 안 좋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필립스에서 만난 태드 하라세, 나사 출신 GM 연구소장이던 밥 프로시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웠다."
- 실패나 좌절의 경험은 없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형제가 다섯명인데 그 중 유일하게 중·고등, 대학교 입학 1차 시험을 다 떨어졌다. 다 후기로 입학한 거다. 공부도 못 했지만 시험 때만 되면 너무 긴장하는 게 탈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중간고사는 꼭 망치고 기말은 매우 잘 봤다. 입학시험도 전기시험은 망치고 후기는 너무 잘 봤다."(웃음)
- 과학자가 아닌 개인의 삶은 어떤가. 인생 모토는 무엇인가.
"어떤 조건에서도 전력투구하자는 게 모토다. 대충 하는 걸 싫어한다. 프로답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차를 매우 좋아하다 보니 좀 많은 편인데, 실험실에 있는 차까지 포함하면 8~9대가 된다. 음악도 좋아하고 스포츠도 좋아한다. 학생들과 농구와 축구를 즐긴다."
- 과학자 꿈을 꾸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몰두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전자회사에서 자동차회사로 옮긴 후 하루도 재미가 없는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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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 선우명호 부총장은…
선우명호 부총장은 차세대 자동차 기술 분야 국내 일인자이자 세계적 석학이다. 지난 4월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공동 출범시킨 미래성장동력 '스마트자동차추진단장'에 선임돼 우리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1979년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텍사스주립대와 오클랜드대에서 각각 공학석사 및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미국 필립스, GM 연구소를 거쳐 1993년 한양대 교수로 부임했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꿰뚫는 통찰력과 전자와 기계분야를 오가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형 자동차 기술 영역을 개척해 왔다.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아태지역전기자동차협회와 세계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국무총리상(2004), '자동차의 날' 근정포장(2010), 한양대 백남학술상(2012)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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