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472) 큰빗이끼벌레

[이덕환의 과학세상] (472) 큰빗이끼벌레
    입력: 2014-07-20 19:00
부영양화 진행된 물에서 주로 서식 4대강서 번성 `수질 지표생물` 논란
낯선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에서 번성하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흉측한 생김새와 뭉클거리는 촉감에 고약한 냄새까지 풍기는 이끼벌레가 반가울 수는 없다. 크기가 2미터에 이르기도 하는 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 실패의 증거라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수질정화 능력을 가진 생물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 당국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끼를 닮았다고 해서 태형(苔形)동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끼벌레는 19세기 중엽에 미국 중동부의 담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물론 이끼벌레가 갑자기 등장한 희귀동물은 아니다. 5억년 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로 바다에 서식하는 종류만 해도 5000종이 넘는다. 남극해와 심해에 서식하는 종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온이 높은 해수면 근처에 서식한다. 담수에 서식하는 이끼벌레도 100여 종이나 된다. 최근에는 서식지가 유럽, 일본, 우리나라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이끼벌레도 10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2밀리미터 정도로 작고 단단한 석회질 껍질을 가진 이끼벌레는 끈적끈적한 젤라틴 성분을 분비해서 바위, 모래, 어류, 조류(藻類) 등의 단단한 표면에 붙어서 살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의 거대한 군체를 만들어 떠다니기도 한다. 이끼벌레는 유기물이 풍부한 곳에서는 양성생식을 하지만 환경이 나빠지면 단성생식을 하거나 휴아 상태로 지내기도 한다.

담수에 사는 이끼벌레는 대부분 수온이 높고, 고여 있는 물에서 발견된다.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가 되면 생존이 어려워지고, 유속이 빠른 곳에서는 군체가 깨져 흩어져 버린다. 바다의 이끼벌레는 선박의 표면이나 고사목 등에 붙어서 확산되지만, 담수에서의 확산 경로는 분명하지 않다. 외래 어종의 몸에 붙어서 확산될 것이라는 정도가 알려져 있다.호흡·순환·배설 기관이 없는 이끼벌레는 촉수관 속의 입을 통해 흡수하는 부유 유기물과 세포막을 통해 흡수하는 산소를 이용해서 살아간다. 이끼벌레는 유기물이 전혀 없는 정말 깨끗한 물보다는 부영양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물에서 주로 서식한다. 그러나 심한 부영양화로 용존 산소가 고갈되거나, 독성 물질로 오염된 물에서는 살지 못한다. 담수에 사는 이끼벌레가 인체나 수중 생태계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끼벌레가 외래종으로 유입된 수중 생태계에서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끼벌레가 번성하면 유기 부유물이 줄어들어 투명도가 개선된다는 주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온이 떨어지거나 유기물이 줄어들면 사체가 한꺼번에 부패되면서 심각한 오염이 발생하게 된다. 심한 거부감을 주는 이끼벌레가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나 깨끗한 수질을 확인시켜주는 지표 생물로 이용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4대강 사업의 성패에 대한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은 볼썽사나운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졌고, 유기물 유입을 차단하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수온이 높아지고,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들면 녹조가 번성하고, 이끼벌레가 서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끼벌레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1994년부터 확인되었고, 4대강과 관련이 없는 춘천의 공지천이나 청주의 무심천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이번 논란과 상관이 없는 것이다. 외래종인 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 때문에 유입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위가 일찍 찾아왔고, 가뭄이 심해서 생긴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은 황당한 궤변이다. 보의 바닥에 생긴 뻘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다는 식의 엉터리 주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인식만 악화시킬 뿐이다. 원인과 결과도 구분하지 못하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제라도 정부가 본격적으로 녹조와 큰빗이끼벌레의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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