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대에 독일의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였던 로버트 코흐가 미생물이 질병의 원인임을 밝힌 이래 인류는 병원성 미생물과의 기나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수세에 몰렸던 인간이 싸움을 유리한 쪽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던 것은 20세기 초에 발견된 항생제(항균제) 덕분이었다. 그 이후로 세균 이외에 바이러스 등 다른 미생물에 의한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신종플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타미플루가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의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는 항바이러스제 개발의 개념이 새롭게 정립되면서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AA)라는 약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 이후 미국 FDA는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를 C형 간염 치료제로 승인 하였다. 이들 항바이러스제는 C형 간염바이러스가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하는 바이러스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직접 작용하여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이들 약물을 추가로 사용하자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염의 치료율이 기존 치료법에 비해 상당히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특정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들어가서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하고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어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을 바이러스의 생활사라고 한다. 이 생활사의 각 단계를 표적으로 하여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초연구가 신약개발을 위해 중요하다.
기초연구가 맞춤형 신약의 개발에 중요한 기반인 것은 알겠으나 신약 개발 과정만큼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신약을 개발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은 약 5% 정도로 낮다고 한다. 게다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인 소포스부비어 84정(3개월 치료에 필요한 양)의 가격이 미국에서 84,000달러(약 85,000,000원)로 책정된 것을 보면 소요된 개발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그러나 C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살펴보면 기초연구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 알려진 A형과 B형 간염바이러스 외에 간염을 일으키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있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기술된 것은 1975년이다. 이후 C형 간염바이러스의 존재가 확인되기까지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989년에 드디어 C형 간염바이러스의 존재가 실제로 확인되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자들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해 가면서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연구했다. 그리하여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들이 표적으로 삼는 바이러스 단백질들의 기능과 구조가 밝혀졌는데 여기에 걸린 시간이 단백질에 따라 7년에서 16년이었다. 각각의 기초연구 단계에서 걸린 시간이 신약을 하나 개발하는 시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길었다.
연구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은 당장 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의 출시에 관심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약 개발의 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기나긴 노력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신약이 나오는데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의과학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앞으로 정부의 연구비 투자가 수십 년 후를 내다보며 인내하는 뚝심을 가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주천 이화여대 의학과 교수 MRC 조직손상방어연구센터
2011년 이후 미국 FDA는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를 C형 간염 치료제로 승인 하였다. 이들 항바이러스제는 C형 간염바이러스가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하는 바이러스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직접 작용하여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이들 약물을 추가로 사용하자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염의 치료율이 기존 치료법에 비해 상당히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특정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들어가서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하고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어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을 바이러스의 생활사라고 한다. 이 생활사의 각 단계를 표적으로 하여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초연구가 신약개발을 위해 중요하다.
기초연구가 맞춤형 신약의 개발에 중요한 기반인 것은 알겠으나 신약 개발 과정만큼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신약을 개발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은 약 5% 정도로 낮다고 한다. 게다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인 소포스부비어 84정(3개월 치료에 필요한 양)의 가격이 미국에서 84,000달러(약 85,000,000원)로 책정된 것을 보면 소요된 개발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그러나 C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살펴보면 기초연구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 알려진 A형과 B형 간염바이러스 외에 간염을 일으키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있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기술된 것은 1975년이다. 이후 C형 간염바이러스의 존재가 확인되기까지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989년에 드디어 C형 간염바이러스의 존재가 실제로 확인되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자들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해 가면서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연구했다. 그리하여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들이 표적으로 삼는 바이러스 단백질들의 기능과 구조가 밝혀졌는데 여기에 걸린 시간이 단백질에 따라 7년에서 16년이었다. 각각의 기초연구 단계에서 걸린 시간이 신약을 하나 개발하는 시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길었다.
연구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은 당장 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의 출시에 관심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약 개발의 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기나긴 노력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신약이 나오는데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의과학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앞으로 정부의 연구비 투자가 수십 년 후를 내다보며 인내하는 뚝심을 가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주천 이화여대 의학과 교수 MRC 조직손상방어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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