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사회가 온통 난리다. 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관피아 척결'로 대변되는 공직사회 개조 추진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관피아 척결과 공무원 인사시스템 개혁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공직사회 개조 방침을 발표했다.
우선 퇴직 공무원이 갈 수 없는 자리를 소속기관과 관련된 기업은 물론 산하기관, 산하 협단체 등으로 대폭 늘렸다. 사실상 퇴직 공무원이 갈 수 있는 자리는 거의 없다. 대학 교수나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은 예외다. 하지만 공무원 생활하면서 이같은 직업을 위해 별도 박사학위나 채용 시험을 준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공직사회 개조 추진은 `철밥통' 공무원, 60년 넘은 대한민국 공직사회를 뿌리째 흔드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또 공직사회 등용문인 `행정고시'에도 메스를 대기로 했다. 앞으로 행정고시를 통해 들어오는 5급 공채 공무원 수를 줄이고 민간 경력자를 늘려나가, 궁극적으로 공무원과 민간전문가 채용비율을 1대1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50년 넘게 행시 출신들이 이 나라 공직사회를 이끌어온 기존 체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사건'이다. 현재 `보여주기식', `짜고치기식' 개방형 공무원 채용의 폐혜를 막기 위해 별도의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구성해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뿌리깊게 자리잡은 `연공서열'식 공무원 인사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좋은 시절 다 갔다." 요즘 공무원들이 입에 달고 사는 자조 섞인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사실 공무원 조직, 특히 중앙 부처의 지난 조직 역사는 영역 확장의 역사, 즉 `밥그릇' 싸움의 역사다. 어느 부처가 세를 확산해 더 많은 산하기관을 두고, 안정적인 퇴직 후 내려갈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드냐가 관가(官家)의 `보이지 않는 전쟁'의 핵심이었다.
모 경제부처를 예로 들어보자. 기존에는 국장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들은 퇴직하면 우선 3년짜리 산하기관장으로 바로 자리를 옮긴다. 이어 여건과 능력이 되면 또 다른 산하기관장으로 옮겨 3년을 더 일하거나, 산하 각종 업종별 협회나 단체장 또는 상근 부회장으로 가서 3년직을 보장받는다. 협단체 회장 또는 상근부회장 기회는 보통 2번 이상 온다. 이렇게 되면 50대 초중반에 고위공무원에서 퇴직한 뒤에도 최소 6년에서 최장 10년은 안정적으로 자리가 보장된다. 완벽한 노후 보장시스템이다. 협단체장이나 상근부회장직은 연봉도 고위공무원보다 배 이상이다.
이같은 완벽한 철밥통 시스템을 단 칼에 잘라버리겠다고 하니, 요즘 공무원들 속이 속이 아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표현은 못하지만 볼멘소리는 사석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 나라 행정조직의 최고 수장으로 왜 이같은 대수술 결정을 내렸을까. 단지 세월호 참사 조사과정에서 불거져나온 관-산 부패고리, 이른바 `관피아' 논란 때문만이었을까. 그렇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은 60년 공무원 사회를 떠받쳐온 `연공서열'(年功序列)이라는 참으로 편한 `꿀단지'에 공무원 스스로가 파묻혀 경쟁력과 도덕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참으로 편한 꿀단지 루트를 따라 맛있는 꿀을 탐하다 결국 깊은 꿀단지 속에 파묻혀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우'를 범했다.
국민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공무원들보다는 윗선에 잘 보이고, 속칭 `라인'을 잘 타기 위해 갖다바치는 공무원들이 `승승장구'하는 공무원 사회에 변화는 불가피하다. 능력이 없어도 때가 되면 과장 달고, 국장 다는 연공서열의 안일함이 현재의 `관피아' 논란을 불러왔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젠 공직사회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돼 능력없는 공무원은 일찍 내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거꾸로 7급 주사로 들어왔어도 또는 외부 민간경력자로 들어왔어도 능력 있으면 실국장, 장차관도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정부 발표 지난해 기준으로 100만명을 갓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비정규직, 공공기관, 군인 등까지 포함하면 200만명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2500만명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국민세금으로 국민을 위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탐관오리'를 끊임없이 배출한다면 `관피아 척결'의 칼날은 계속해서 춤추게 될 것이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지난달 19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관피아 척결과 공무원 인사시스템 개혁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공직사회 개조 방침을 발표했다.
우선 퇴직 공무원이 갈 수 없는 자리를 소속기관과 관련된 기업은 물론 산하기관, 산하 협단체 등으로 대폭 늘렸다. 사실상 퇴직 공무원이 갈 수 있는 자리는 거의 없다. 대학 교수나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은 예외다. 하지만 공무원 생활하면서 이같은 직업을 위해 별도 박사학위나 채용 시험을 준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공직사회 개조 추진은 `철밥통' 공무원, 60년 넘은 대한민국 공직사회를 뿌리째 흔드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또 공직사회 등용문인 `행정고시'에도 메스를 대기로 했다. 앞으로 행정고시를 통해 들어오는 5급 공채 공무원 수를 줄이고 민간 경력자를 늘려나가, 궁극적으로 공무원과 민간전문가 채용비율을 1대1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50년 넘게 행시 출신들이 이 나라 공직사회를 이끌어온 기존 체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사건'이다. 현재 `보여주기식', `짜고치기식' 개방형 공무원 채용의 폐혜를 막기 위해 별도의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구성해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뿌리깊게 자리잡은 `연공서열'식 공무원 인사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좋은 시절 다 갔다." 요즘 공무원들이 입에 달고 사는 자조 섞인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사실 공무원 조직, 특히 중앙 부처의 지난 조직 역사는 영역 확장의 역사, 즉 `밥그릇' 싸움의 역사다. 어느 부처가 세를 확산해 더 많은 산하기관을 두고, 안정적인 퇴직 후 내려갈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드냐가 관가(官家)의 `보이지 않는 전쟁'의 핵심이었다.
모 경제부처를 예로 들어보자. 기존에는 국장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들은 퇴직하면 우선 3년짜리 산하기관장으로 바로 자리를 옮긴다. 이어 여건과 능력이 되면 또 다른 산하기관장으로 옮겨 3년을 더 일하거나, 산하 각종 업종별 협회나 단체장 또는 상근 부회장으로 가서 3년직을 보장받는다. 협단체 회장 또는 상근부회장 기회는 보통 2번 이상 온다. 이렇게 되면 50대 초중반에 고위공무원에서 퇴직한 뒤에도 최소 6년에서 최장 10년은 안정적으로 자리가 보장된다. 완벽한 노후 보장시스템이다. 협단체장이나 상근부회장직은 연봉도 고위공무원보다 배 이상이다.
이같은 완벽한 철밥통 시스템을 단 칼에 잘라버리겠다고 하니, 요즘 공무원들 속이 속이 아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표현은 못하지만 볼멘소리는 사석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 나라 행정조직의 최고 수장으로 왜 이같은 대수술 결정을 내렸을까. 단지 세월호 참사 조사과정에서 불거져나온 관-산 부패고리, 이른바 `관피아' 논란 때문만이었을까. 그렇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은 60년 공무원 사회를 떠받쳐온 `연공서열'(年功序列)이라는 참으로 편한 `꿀단지'에 공무원 스스로가 파묻혀 경쟁력과 도덕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참으로 편한 꿀단지 루트를 따라 맛있는 꿀을 탐하다 결국 깊은 꿀단지 속에 파묻혀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우'를 범했다.
국민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공무원들보다는 윗선에 잘 보이고, 속칭 `라인'을 잘 타기 위해 갖다바치는 공무원들이 `승승장구'하는 공무원 사회에 변화는 불가피하다. 능력이 없어도 때가 되면 과장 달고, 국장 다는 연공서열의 안일함이 현재의 `관피아' 논란을 불러왔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젠 공직사회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돼 능력없는 공무원은 일찍 내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거꾸로 7급 주사로 들어왔어도 또는 외부 민간경력자로 들어왔어도 능력 있으면 실국장, 장차관도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정부 발표 지난해 기준으로 100만명을 갓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비정규직, 공공기관, 군인 등까지 포함하면 200만명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2500만명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국민세금으로 국민을 위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탐관오리'를 끊임없이 배출한다면 `관피아 척결'의 칼날은 계속해서 춤추게 될 것이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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