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강에 나가면 무리를 지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말이면 한강 일대를 점령하는 `자전거족(族)'들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사롭지 않은 품새가 하루 이틀 타본 고수들이 아니다. 이들은 가끔은 주변 경치가 아름답거나 도처에 맛있는 음식점이 있는 곳으로 라이딩을 나가기도 한다.
최근 날씨가 벌써 초여름 기온을 웃돌면서 등산족들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이들은 새벽같이 나가서 하루 종일 산에 살다시피 한다. 산을 오르는 속도가 전문 산악인에 뒤처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주로 집에서 멀지 않은 산을 오르다가 이젠 지역별 산악회 모임까지 어느덧 등산이 삶의 일부가 된 모습이다. 이들이 자전거, 등산에 이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쉽게 떠오르는 답은 바로 `건강'이다.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신용을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다'는 옛말이 있다. 우리 삶에서 건강은 그만큼 중요한 요소다. 문제는 건강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리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 자전거족, 등산족의 일상을 잘 들여다보면 운동이 단순히 건강관리에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단 운동을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 또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삶의 목표를 성취하려는 의욕이 커진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2012년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활동이 신체적 건강과 체력 유지(80.7%), 정신건강(88%), 의료비 절감(68.4%) 등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행복지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평균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5점대인데 비해 체육활동 참여자는 7점대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체육활동 참여시간이 길수록 행복지수는 더 높아졌다. 규칙적인 운동은 이처럼 건강 뿐 아니라 긍정적 사고, 삶의 에너지, 취미여가, 인간관계 등 우리의 일상, 나아가 노후의 행복지수를 두루 충족시켜주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은퇴자 부부는 자전거연합회에 들어가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맨땅을 걸을 때는 힘들어서 오래 못 걷는데 자전거 위에만 올라가면 신들린 듯 타게 된다고 했다. 지난 3년간 부부회원으로 사람들과 자전거를 함께 타면서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동호회 사랑이 어찌나 넘치는지 집에서도 이 부부의 주요 대화거리는 동호회다. "오늘 하루 같이 잘 놀았다"는 생각에 서로 다툴 일도 없다고 한다. 건강도 챙기고, 추억도 만들고, 함께 모여 달리다보면 마음까지 넉넉해지니 자전거 하나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다.
운동으로 중년에 찾아온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결혼 후 20년 동안 남편 내조에 아들 딸 뒷바라지까지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한 여성. 40대 중반 들어 믿고 의지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왔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때 시작한 것 역시 바로 운동이었다. 젊은 시절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게 뭔지를 떠올렸다. 문득 대학시절 잠깐 배웠던 요가가 생각났고 그 길로 학원을 찾아 나섰다. 이왕이면 전문적으로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 자격증반에도 등록했다. 그는 적어도 요가를 하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동안은 우울한 생각을 떨치게 되고 긍정의 에너지가 몸 안에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최근엔 요가 전문강사로 나서 어느 때보다 더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바쁜 일상에 쫓겨 운동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거기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생활방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신체운동의 양이 갈수록 더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40~50대의 40% 이상이 규칙적인 스포츠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은 주기적으로 운동을 해야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튼튼한 몸과 마음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다. 건강을 잃으면 나중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삶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하루 30분만이라도 규칙적으로 운동에 시간을 투자해보자. 직접 몸으로 즐기는 게 부담스럽다면 눈으로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스포츠는 분명 즐기는 만큼 우리 삶에 행복을 준다. 오늘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라, 그만큼 행복해지리니….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최근 날씨가 벌써 초여름 기온을 웃돌면서 등산족들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이들은 새벽같이 나가서 하루 종일 산에 살다시피 한다. 산을 오르는 속도가 전문 산악인에 뒤처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주로 집에서 멀지 않은 산을 오르다가 이젠 지역별 산악회 모임까지 어느덧 등산이 삶의 일부가 된 모습이다. 이들이 자전거, 등산에 이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쉽게 떠오르는 답은 바로 `건강'이다.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신용을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다'는 옛말이 있다. 우리 삶에서 건강은 그만큼 중요한 요소다. 문제는 건강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리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 자전거족, 등산족의 일상을 잘 들여다보면 운동이 단순히 건강관리에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단 운동을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 또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삶의 목표를 성취하려는 의욕이 커진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2012년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활동이 신체적 건강과 체력 유지(80.7%), 정신건강(88%), 의료비 절감(68.4%) 등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행복지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평균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5점대인데 비해 체육활동 참여자는 7점대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체육활동 참여시간이 길수록 행복지수는 더 높아졌다. 규칙적인 운동은 이처럼 건강 뿐 아니라 긍정적 사고, 삶의 에너지, 취미여가, 인간관계 등 우리의 일상, 나아가 노후의 행복지수를 두루 충족시켜주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은퇴자 부부는 자전거연합회에 들어가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맨땅을 걸을 때는 힘들어서 오래 못 걷는데 자전거 위에만 올라가면 신들린 듯 타게 된다고 했다. 지난 3년간 부부회원으로 사람들과 자전거를 함께 타면서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동호회 사랑이 어찌나 넘치는지 집에서도 이 부부의 주요 대화거리는 동호회다. "오늘 하루 같이 잘 놀았다"는 생각에 서로 다툴 일도 없다고 한다. 건강도 챙기고, 추억도 만들고, 함께 모여 달리다보면 마음까지 넉넉해지니 자전거 하나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다.
운동으로 중년에 찾아온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결혼 후 20년 동안 남편 내조에 아들 딸 뒷바라지까지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한 여성. 40대 중반 들어 믿고 의지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왔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때 시작한 것 역시 바로 운동이었다. 젊은 시절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게 뭔지를 떠올렸다. 문득 대학시절 잠깐 배웠던 요가가 생각났고 그 길로 학원을 찾아 나섰다. 이왕이면 전문적으로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 자격증반에도 등록했다. 그는 적어도 요가를 하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동안은 우울한 생각을 떨치게 되고 긍정의 에너지가 몸 안에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최근엔 요가 전문강사로 나서 어느 때보다 더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바쁜 일상에 쫓겨 운동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거기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생활방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신체운동의 양이 갈수록 더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40~50대의 40% 이상이 규칙적인 스포츠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은 주기적으로 운동을 해야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튼튼한 몸과 마음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다. 건강을 잃으면 나중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삶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하루 30분만이라도 규칙적으로 운동에 시간을 투자해보자. 직접 몸으로 즐기는 게 부담스럽다면 눈으로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스포츠는 분명 즐기는 만큼 우리 삶에 행복을 준다. 오늘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라, 그만큼 행복해지리니….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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