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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국가개조의 출발점은 사회자본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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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즈는 ‘정의론’에서 불평등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면 정의로운 사회라고 했다. 지금 이 나라가 겪고 있는 홍역은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없는 데서 기인한다.

국가개조는 불평등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성원이 모두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고 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 믿음, 배려, 유대, 참여 같은 사회자본이 축적되고 그 위에 나라가 새로 서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정반대 표본을 목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주원인 중 하나인 유병언 일족의 행태와 그들을 둘러싼 이권의 배경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취약한지 드러난다. 불법 선박개조, 과승선 과적, 문서위조에다 부도덕한 선원을 키운 무법고용계약과 저임금 등. 불법과 탈법 기망, 위조, 조작, 배임과 횡령 등 온갖 비리가 벌건 대낮에 일어나고 있었는데도 법과 도덕의 그물망은 숭숭 뚫렸다.

어찌 유병언뿐이겠는가. 사회 곳곳에서 사회자본을 갉아먹는 좀벌레들은 널려있다. 이들의 수법은 교활하다 못해 저열하기까지 하다. 소위 관피아와 결탁해 시민의 재산을 약취하고 위협한다. 규제권한과 결탁한 부패사슬은 시장에 실핏줄처럼 뻗어 있어 찬찬이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거기엔 그들만의 비리 리그가 있다.

우리 사회 곳곳의 불평등 구조의 대표적 분야였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한 때 사회적 질타와 당국의 엄포로 조금 개선이 됐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프랜차이즈 본부는 강압적 재료매입과 잦은 인테리어 요구로 가맹점주를 뜯어먹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사업주의 수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 교사들의 임금이 문제가 됐다. 정부가 교사들의 급료를 지원하고 감독을 강화하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상대적 불평등은 여전하다.

카드, 캐피털사의 고이자율도 거의 그대로다. 감독당국이 낮추라고 거듭 요구하자 마지못해 1~3%p를 낮추는 시늉을 했다. 그나마 신용도나 상품설계 등 각종 명목으로 몇 달 있다 원상복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감독당국은 전에 할 일을 했기 때문에 원상복귀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한다. 금피아는 이래서 생긴다. 은행보다는 제2, 제3 금융권이 그래도 낙하산 착지에 눈에 덜 띄고 만만하다.

학습지 방문교사도 부당한 차등에 불만이 쌓일 때로 쌓인 계층이다. 학습지 방문교사는 보통 오후 3시 전후에서 늦으면 10시까지 일을 한다. 시간제라고 하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전일제나 마찬가지다. 옮겨 다녀야 하므로 교통비뿐 아니라 육체적 노동 강도도 높다. 그럼에도 회원비의 65~60%는 학습지 본사 몫으로 돌아간다. 더 큰 문제는 허수회원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경우가 많아 월급은커녕 자기 돈을 물어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본사는 책 값 외에 교사들이 노동으로 올린 수익까지 챙긴다. 전반적으로 전국 수 만 명의 학습지 방문교사들의 임금 수준은 노동 강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이를 감독해야 할 교육부나 복지부, 공정거래위, 여성부 등이 이들의 권익을 위해 나섰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에 낸 한국의 사회자본 현황에 대한 보고서도 우리나라 사회자본이 OECD 32개국 중 29위로 최하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자본이란 신뢰 참여 배려를 통해 공적 사적 공동체 내외간의 협력을 촉진시키는 유무형의 자본인데 우리 사회는 이것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사법 등 공적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구성원간의 신뢰가 바닥이었다. 국가개조라는 시대적 과제를 마주한 지금 공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행정부 개혁, 사법질서 확립, 사회전반에 걸친 부패방지, 사회적 계약을 중시하는 풍토조성 등이 절실하다.

그나마 시민들의 사적 참여와 공적 참여가 높게 나타난 데에 사회자본 확충의 희망이 보인다. 장차 출범할 국가 혁신기구에 사회자본을 제고할 수 있는 추진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롤즈는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 수혜의 취약계층에게 이익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불평등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

이규화선임기자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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