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팔며 온몸으로 체험한 `주말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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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주관적인 여행/이상헌 지음/북노마드 펴냄/512쪽/1만9800원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운동 `클라이밍(climbing)'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살짝 튀어나온 돌을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지탱한 채 내 목숨을 맡겨야 한다니…. 지켜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손으로 잡아야 할 돌에 순서대로 번호표가 붙어있다. 번호표를 잘 보고 차근차근 올라가면 생각만큼 어려운 운동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기초 체력과 근육량도 꾸준히 같이 길러줘야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

신간 `지극히 주관적인 여행'은 이 같은 초보자의 클라이밍을 닮은 책이다.

감칠맛 나는 짧은 주말에 모처럼 여행을 계획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단 목적지는 쉽게 정한다. 하지만 가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뭘 먹어야 할지는 막막한 경우가 많다.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로움을 만끽하겠다며 무턱대고 나섰지만, 시골의 허허벌판에서 헤매거나 서울에도 충분히 많은 체인점에서 놀다오는 허탈함을 맛보게 된다. 포털에 `맛집'을 검색해봐도 영 미덥지가 않다. 그 지역의 명소, 명물 등을 검색하고 동선을 짜다보면 계획을 담당한 누군가에게는 무척 피곤한 여행이 되기 일쑤다.

이런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이 책은 여행지에 가서 어떤 동선으로 무엇을 봐야 하는지, 뭘 먹어야 하는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 거주자가 강화도를 여행한다고 했을 때 강화대교를 건너 초입부터 대한성공회 강화 성당, 용흥궁, 고려 궁지를 본 후 `국화호수'에서 참게장정식을 먹은 후 옥토끼 우주센터를 관람, 강화 광성보를 보면 효율적이다. 저녁은 퓨전궁중순두부에서 순두부 백반을, 잠은 `어썸플레이스'에서 자면 된다. 다음날 동막해변으로 이동해 바다와 갯벌을 즐기고 `마니산산채'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은 후 전등사를 거닐며 산책을 한다. 각각의 이동거리와 시간, 비용, 그리고 명소가 갖는 의미를 상세하게 기록하고있어 상당히 실용적인 도움을 준다. 모든 여행일정은 1박2일을 기준으로 잡혀 있어 주말 여행에 딱이다.

책은 제목부터 이 여행서가 상당히 주관적인 여행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저자 개인의 체험을 기반으로, 만족했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것. 따라서 여행 바이블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반면, 주관이라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는 검증된 방식이라는 `품질 보증'의 마크 같은 의미도 담겨있다. 이런 저런 주변의 정보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일일이 발품을 팔며 온몸으로 체험했다는 것, 이 점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밝고 맑은 날에 가장 멋진 구도를 고려해 찍은 일반 여행서적의 사진들과 달리 이 책의 현장사진 중에는 가끔은 흐린 날도 있다. 비가 올 것 같은 우중충한 분위기에 안개도 끼어 있다. 현장을 미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멋들어지게 편집한 흔적이 없는 담백한 사진들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차가 없는 일명 `뚜벅이족'을 위한 정보는 없다는 것. 단순한 교통정보와 지도 등이 간결하게 나와있지만, 차가 없다면 알아서 이동해야 한다. 고난의 행군이 예상되는 슬픈 현실이다.

이미 카카오페이지 60만 독자를 확보해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다. 짧아지기만 하는 봄날에 효율적인 주말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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