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 지난 사월은 잔인함을 넘어 처절하고 참혹했다. 사랑하는 사람, 특히 꽃보다 고운, 무고한 어린 학생들을 떠나보낸 상실감은 슬픔을 넘어 죄책감과 절망감, 고통, 불안, 허무, 고적함, 우울 등으로 그 모양새를 바꿔가며 일상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이 땅의 모든 이에게 심리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2001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들의 방>에서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 지오반니는 아들의 죽음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된다. 갑작스런 환자 상담으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스킨 스쿠버를 하러 바다로 나갔던 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별이라는 트라우마로 인해 가족의 평온한 일상이 깨지고, 남은 가족들 간의 애정과 소통이 단절되어 간다. 타인의 정신적 고통을 상담하던 정신과 의사도 자신의 트라우마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며 결국 진료를 그만두기에 이른다. 이들이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로 힘이 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장면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정신과 의사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어려운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마는, 이번 세월호 사건처럼 간접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에는 위안이 되는 그림 감상만으로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 실례로 몬드리안과 마크 로드코의 추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 두 미술가의 추상화는 전통적으로 미술에 기대했던 역할인 정신적 구원을 약속한다.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몬드리안의 1927년 작품인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을 바라보면 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의 경우, 이 작품의 포스터를 책상 위에 붙여 놓고 바라본 덕에 박사논문을 쓰는데 집중력을 높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몬드리안은 무질서하고 변화무쌍한 자연의 외형이 아니라 항구적이고 보편적인 자연의 원리로부터 수직선과 수평선을 추출했다. 그리고 수직선과 수평선, 삼원색과 삼무채색의 만남을 통해 상징되는 `반대되는 요소들 간의 평형'을 추구한다. 더 나아가 몬드리안은 대립되는 요소들이 만나 완전한 균형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불균형의 비극'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그림에서 검은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 크기가 각각 다른 8개의 면이 만들어졌다. 거기에 삼원색과 흰색이 배치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수없이 많지만, 화가가 직관적으로 배치한 지금의 형태가 가장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즉 무채색 혹은 빈 공간의 큰 평면과 색채를 가진 작은 평면 간에 평형 상태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평형 상태의 작품을 감상하노라면 우리의 심신도 어느덧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몬드리안에게 미술은 마치 종교처럼 인간성의 고양, 즉 조화와 균형이라는 보편적인 미적 가치를 통해 인간에게 심적 안정과 위안을 준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로드코 예배당은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들렀다가 자살 대신 삶의 의지를 얻어 나가는 장소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에는 어떤 힘이 숨어있는 것일까? 마크 로드코의 초기 작품은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을 이루는 원초적인 두려움, 보편적인 비극을 보여주기 위해서 고대 그리스 신화뿐만 아니라 십자가 책형과 그리스도의 매장 등 전통적인 기독교 주제를 다루었다. 이러한 주제를 생략적이고 암시적으로 다루던 그는 이후 화면을 부유하는 색채 덩어리를 통해 신화를 추상적 기호로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1950년대 이후에는 부유하던 색채 덩어리들이 보다 단순화되고, 그와 함께 신성한 빛을 머금은 투명성으로 인해 일종의 초월적 후광을 발하게 된다. 커다란 화면에 색채를 넓게 펼쳐 칠하는 방식을 통해 감상자의 시선을 흡수하는 로드코의 회화는 숭고의 미학을 보여준다. 하나의 색채에서 다른 색채로의 이행, 빛의 물결이 만들어내는 경계 사이의 이동만으로도 무한과 거대함에 대한 이상을 실현한 로드코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현기증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모든 형상적 이미지가 다 사라지고 마침내 색면만 남은 로드코의 회화는 그 어떤 기존의 종교화 이상으로 비극과 환희라는 신비한 종교적 체험을 선사한다.
상실감에 젖은 우리가 이 두 작가의 작품으로부터 위로를 받아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깨진 일상의 균형을 서서히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환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2001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들의 방>에서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 지오반니는 아들의 죽음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된다. 갑작스런 환자 상담으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스킨 스쿠버를 하러 바다로 나갔던 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별이라는 트라우마로 인해 가족의 평온한 일상이 깨지고, 남은 가족들 간의 애정과 소통이 단절되어 간다. 타인의 정신적 고통을 상담하던 정신과 의사도 자신의 트라우마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며 결국 진료를 그만두기에 이른다. 이들이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로 힘이 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장면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정신과 의사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어려운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마는, 이번 세월호 사건처럼 간접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에는 위안이 되는 그림 감상만으로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 실례로 몬드리안과 마크 로드코의 추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 두 미술가의 추상화는 전통적으로 미술에 기대했던 역할인 정신적 구원을 약속한다.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몬드리안의 1927년 작품인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을 바라보면 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의 경우, 이 작품의 포스터를 책상 위에 붙여 놓고 바라본 덕에 박사논문을 쓰는데 집중력을 높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몬드리안은 무질서하고 변화무쌍한 자연의 외형이 아니라 항구적이고 보편적인 자연의 원리로부터 수직선과 수평선을 추출했다. 그리고 수직선과 수평선, 삼원색과 삼무채색의 만남을 통해 상징되는 `반대되는 요소들 간의 평형'을 추구한다. 더 나아가 몬드리안은 대립되는 요소들이 만나 완전한 균형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불균형의 비극'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그림에서 검은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 크기가 각각 다른 8개의 면이 만들어졌다. 거기에 삼원색과 흰색이 배치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수없이 많지만, 화가가 직관적으로 배치한 지금의 형태가 가장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즉 무채색 혹은 빈 공간의 큰 평면과 색채를 가진 작은 평면 간에 평형 상태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평형 상태의 작품을 감상하노라면 우리의 심신도 어느덧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몬드리안에게 미술은 마치 종교처럼 인간성의 고양, 즉 조화와 균형이라는 보편적인 미적 가치를 통해 인간에게 심적 안정과 위안을 준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로드코 예배당은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들렀다가 자살 대신 삶의 의지를 얻어 나가는 장소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에는 어떤 힘이 숨어있는 것일까? 마크 로드코의 초기 작품은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을 이루는 원초적인 두려움, 보편적인 비극을 보여주기 위해서 고대 그리스 신화뿐만 아니라 십자가 책형과 그리스도의 매장 등 전통적인 기독교 주제를 다루었다. 이러한 주제를 생략적이고 암시적으로 다루던 그는 이후 화면을 부유하는 색채 덩어리를 통해 신화를 추상적 기호로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1950년대 이후에는 부유하던 색채 덩어리들이 보다 단순화되고, 그와 함께 신성한 빛을 머금은 투명성으로 인해 일종의 초월적 후광을 발하게 된다. 커다란 화면에 색채를 넓게 펼쳐 칠하는 방식을 통해 감상자의 시선을 흡수하는 로드코의 회화는 숭고의 미학을 보여준다. 하나의 색채에서 다른 색채로의 이행, 빛의 물결이 만들어내는 경계 사이의 이동만으로도 무한과 거대함에 대한 이상을 실현한 로드코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현기증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모든 형상적 이미지가 다 사라지고 마침내 색면만 남은 로드코의 회화는 그 어떤 기존의 종교화 이상으로 비극과 환희라는 신비한 종교적 체험을 선사한다.
상실감에 젖은 우리가 이 두 작가의 작품으로부터 위로를 받아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깨진 일상의 균형을 서서히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환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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