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마트 시대가 도래했다. 스마트폰이 기폭제가 되어 이제는 웨어러블, 사물 인터넷까지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 앞에 스마트 시대가 펼쳐졌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스마트 기기로 영화를 보거나 뉴스를 검색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IT기술의 발달이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으며, 그에 따라 라이프스타일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IT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도 그 혜택으로부터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과 사물만 조금 구별하여 글자만 보기 힘든 저시력인이 있다. 노안자분들도 이에 더 포함될 수도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런 시각장애인분들이 국내에 25만 명이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IT기술은 줄곧 `희망의 끈'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의 재활도구 중 대표적인 것이, 횐지팡이와 확대경이 있는데,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구는 놀랍게도 핸드폰이다.
아마도 초기 핸드폰 보급률에서 시각장애인이 정안인들보다 더 앞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시각장애인에게 핸드폰은 단순히 통신수단이라기 보다는 세상과 소통하는 채널이고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호신 장치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니 스마트폰의 등장에 이들이 들썩이지 않을 리가 없다. 지금 시각장애인 사회에서는 스마트폰은 단연 뜨거운 감자다. 점자 발명 이후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기대와는 다르게 매우 더디게 진척되고 있다. 아직 스마트폰을 시각장애인이 쓰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터치스크린을 눈을 감고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짐작이 될 수 있다. 터치스크린 장치는 촉감으로 인지하는 구획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각장애인 UI 특성에는 맞지 않아 극복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이었다.
다행히 최근에 와서야 그 대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화면을 터치하면 화면 객체(아이콘 등)가 막바로 실행되지 않고 객체의 이름, 종류, 상태, 상황 등을 음성으로 읽어주고 마우스처럼 더블터치하면 실행되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된 것이다. 이런 기능성 소프트웨어를 `스크린리더'라 부른다. 이전에도 이런 애플리케이션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지원되지 않는 예외 상황이 너무 많아서 사실상 이용되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 넘어야 할 길이 많은 상황이다.
첫째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이라 하겠다. 2011년 행안부(현: 행정안전부)에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이라는 것을 공시한 바 있는데, 이는 개발자가 모바일 앱을 만들 때는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지침을 권고한 가이드 라인이다. 그 중에서 이미지 객체에 레이블(이름)을 달라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지키는 개발자는 거의 없다.
우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할 뿐더러, 그렇게 해야 하는 동기도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 `은 강제 법규가 아닌 것이다. 사실 기존의 장애인을 위한 웹사이트 설계에 관해 `웹접근성' 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는`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 및 `에 의해 강제 법규로 제정되어 있다.
이점을 고려할 때 시대의 흐름에 맞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도 하루 빨리 정부시책으로 법제화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앱웹(웹문서를 독립적인 어플로 구성한 앱)'이라도 `웹접근성'의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유권 해석을 내려주는 것도 빠른 대안이라 하겠다.
둘째로 기반 솔루션인 `스크린리더' 없이 전용 앱개발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PC에서 빚어진 시행착오가 공교롭게도 스마트 기기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전용 앱을 만들 때 언뜻보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앱 개발에 고질적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가령 시각장애인을 위해 `지하철앱'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이 앱을 사용하면 지하철 노선과 도착 알림 같은 기능이 있다고 하자. 과연 시각장애인이 이 앱을 사용할 수 있을까? 결단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앱을 다운로드 받기까지 앱스토어에 진입해야 하는 데, 이 과정을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무슨 수단으로 가능하겠는가? 설사 앱이 설치되었다 하더라도 그 역시 해당 앱을 실행하기까지 과정은 또 무슨 방법으로 할 수 있겠는가?
스마트 기기의 모든 화면과 과정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리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와같은 스크린리더가 있으면 굳이 시각장애인용 앱을 별도로 만들 필요도 없다.
기존 정안인들이 쓰고 있는 앱을 함께 사용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스크린리더가 다 읽어 줄 테니 말이다. 이것이 진정한 `보편적 디자인 철학'이 아닐까?
최근 스마트TV(IPTV)에서 또 다시 이런 실수가 재연될 조짐이 보인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을 끝내야 할 때다.
셋째로 장애인을 수혜자가 아닌 엄연한 소비자로 바로 보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공짜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데, 실은 공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편견이다.
이런 편견 때문일까 장애인 용품을 보면 일부 함양미달인 제품이 있다. 장애인들을 소비자로 보았다면 제품의 퀄리티는 완전히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시각장애인 보조공학 제품의 해외 동향에 따르면 디자인을 아주 예쁘게 만드는 추세다. 안 보인다고 대충 만드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소비자로 인식하는 문화가 빨리 자리잡는다면 그 만큼 IT기술은 지금처럼 이들에게 늑장을 피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한 말을 적어본다. 그에게 보이지 않아서 고통스럽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는 선천적으로 저시력으로 태워났기 때문에 잘 보이는 세계가 무엇인지 몰라 비교할 수 없다. 다만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정말 힘들지 않은건가? 아니다. 그가 말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눈치채야 한다.
잘 보이는 세계가 무엇인지 IT기술로 조금이라도 보여줘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 마침 모바일 혁신이 불고 있다. 잘 보이는 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어쩌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의 기회가 온 것이다. 지금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으로 보행을 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박영숙 ㈜에이티랩 대표
이제는 지하철에서 스마트 기기로 영화를 보거나 뉴스를 검색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IT기술의 발달이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으며, 그에 따라 라이프스타일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IT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도 그 혜택으로부터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과 사물만 조금 구별하여 글자만 보기 힘든 저시력인이 있다. 노안자분들도 이에 더 포함될 수도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런 시각장애인분들이 국내에 25만 명이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IT기술은 줄곧 `희망의 끈'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의 재활도구 중 대표적인 것이, 횐지팡이와 확대경이 있는데,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구는 놀랍게도 핸드폰이다.
아마도 초기 핸드폰 보급률에서 시각장애인이 정안인들보다 더 앞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시각장애인에게 핸드폰은 단순히 통신수단이라기 보다는 세상과 소통하는 채널이고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호신 장치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니 스마트폰의 등장에 이들이 들썩이지 않을 리가 없다. 지금 시각장애인 사회에서는 스마트폰은 단연 뜨거운 감자다. 점자 발명 이후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기대와는 다르게 매우 더디게 진척되고 있다. 아직 스마트폰을 시각장애인이 쓰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터치스크린을 눈을 감고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짐작이 될 수 있다. 터치스크린 장치는 촉감으로 인지하는 구획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각장애인 UI 특성에는 맞지 않아 극복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이었다.
다행히 최근에 와서야 그 대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화면을 터치하면 화면 객체(아이콘 등)가 막바로 실행되지 않고 객체의 이름, 종류, 상태, 상황 등을 음성으로 읽어주고 마우스처럼 더블터치하면 실행되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된 것이다. 이런 기능성 소프트웨어를 `스크린리더'라 부른다. 이전에도 이런 애플리케이션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지원되지 않는 예외 상황이 너무 많아서 사실상 이용되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 넘어야 할 길이 많은 상황이다.
첫째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이라 하겠다. 2011년 행안부(현: 행정안전부)에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이라는 것을 공시한 바 있는데, 이는 개발자가 모바일 앱을 만들 때는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지침을 권고한 가이드 라인이다. 그 중에서 이미지 객체에 레이블(이름)을 달라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지키는 개발자는 거의 없다.
우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할 뿐더러, 그렇게 해야 하는 동기도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 `은 강제 법규가 아닌 것이다. 사실 기존의 장애인을 위한 웹사이트 설계에 관해 `웹접근성' 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는`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 및 `에 의해 강제 법규로 제정되어 있다.
이점을 고려할 때 시대의 흐름에 맞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도 하루 빨리 정부시책으로 법제화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앱웹(웹문서를 독립적인 어플로 구성한 앱)'이라도 `웹접근성'의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유권 해석을 내려주는 것도 빠른 대안이라 하겠다.
둘째로 기반 솔루션인 `스크린리더' 없이 전용 앱개발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PC에서 빚어진 시행착오가 공교롭게도 스마트 기기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전용 앱을 만들 때 언뜻보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앱 개발에 고질적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가령 시각장애인을 위해 `지하철앱'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이 앱을 사용하면 지하철 노선과 도착 알림 같은 기능이 있다고 하자. 과연 시각장애인이 이 앱을 사용할 수 있을까? 결단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앱을 다운로드 받기까지 앱스토어에 진입해야 하는 데, 이 과정을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무슨 수단으로 가능하겠는가? 설사 앱이 설치되었다 하더라도 그 역시 해당 앱을 실행하기까지 과정은 또 무슨 방법으로 할 수 있겠는가?
스마트 기기의 모든 화면과 과정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리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와같은 스크린리더가 있으면 굳이 시각장애인용 앱을 별도로 만들 필요도 없다.
기존 정안인들이 쓰고 있는 앱을 함께 사용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스크린리더가 다 읽어 줄 테니 말이다. 이것이 진정한 `보편적 디자인 철학'이 아닐까?
최근 스마트TV(IPTV)에서 또 다시 이런 실수가 재연될 조짐이 보인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을 끝내야 할 때다.
셋째로 장애인을 수혜자가 아닌 엄연한 소비자로 바로 보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공짜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데, 실은 공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편견이다.
이런 편견 때문일까 장애인 용품을 보면 일부 함양미달인 제품이 있다. 장애인들을 소비자로 보았다면 제품의 퀄리티는 완전히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시각장애인 보조공학 제품의 해외 동향에 따르면 디자인을 아주 예쁘게 만드는 추세다. 안 보인다고 대충 만드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소비자로 인식하는 문화가 빨리 자리잡는다면 그 만큼 IT기술은 지금처럼 이들에게 늑장을 피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한 말을 적어본다. 그에게 보이지 않아서 고통스럽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는 선천적으로 저시력으로 태워났기 때문에 잘 보이는 세계가 무엇인지 몰라 비교할 수 없다. 다만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정말 힘들지 않은건가? 아니다. 그가 말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눈치채야 한다.
잘 보이는 세계가 무엇인지 IT기술로 조금이라도 보여줘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 마침 모바일 혁신이 불고 있다. 잘 보이는 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어쩌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의 기회가 온 것이다. 지금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으로 보행을 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박영숙 ㈜에이티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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