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개관하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 첨단성과 기괴함을 동시에 과시하는 파격적 형태와 사업의 추진과정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엄청난 운영비용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또 다시 이러한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동대문 DDP란 사업이 출현한 배경과 그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동대문 DDP는 전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 시티 서울의 핵심 사업이었다. 소위 세계적 스타 건축가의 건축물을 서울에 전시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끌어보자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디자인 시티란 개념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디자인시티는 세계경제의 변화과정에서 더욱더 가시화되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에 대응하기 위한 매우 실용적인 비전이다. 우리의 도시를 매력 있는 도시로 미화시켜 전 세계의 관광객을 유인하여 부가가치를 생산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실용적인 계획은 관광객들은 대체 왜 여행을 하는지, 아니 인간은 대체 왜 관광이란 여행을 떠나는 것인가를 묻는 인문학적 성찰을 하지 않는 한, 결코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묻는다. 인간은 왜 여행을 떠나는가.
관광객의 관광동기를 조사한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관광목적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심미적 동기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관광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며 인간이기에 하는 예술적 활동 혹은 시적 활동이다. 이미 횔더린이란 독일의 시인은 말하였다. "인간은 원래 이 대지위에 시적으로 산다." 오직 시적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자인 인간만이 관광을 떠난다. 비록 관광을 떠나는 인간은 그 여행에서 시를 짓지 못할망정, 풍경화를 그리지는 못할망정, 이미 그의 발걸음, 그의 시선은 시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가는 곳, 그가 보는 것은 도구나 부품이 아니라 풍경 속의 작품으로 드러난다. 때문에 관광객은 하늘과 땅이 그를 예민하게 만들고 또 그 하늘과 땅 사이에 지어진 건물들이 신성을 담으며 그의 죽을 운명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이루어내는 곳을 찾아 떠난다. 관광객은 결국 순례자이다. 그들이 아무리 천박하고 속물이라 해도 그들은 나름대로 이미 순례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로마가 사람들로 들끓고, 아테네가 사람들로 넘쳐나고, 프라하가 매력적이고, 그 열악한 앙코르와트에도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과 죽을 운명의 인간과 신성함이 서로 겹쳐들며 일어나는 풍경 속으로, 바로 그 아우라로 잠시나마 귀향하기 위한 순례를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관광을 근본적으로 성찰해보면, 다음과 같은 단언이 허락될 것이다. 오직 우리를 시적 차원으로 귀환시키는 아우라가 피어오르는 도시만이 관광객을 사로잡을 수가 있다. 반대로 그러한 아우라가 증발한 도시는 로마나 프라하처럼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다. 아무리 최첨단 유행을 과시하는 현대적인 랜드마크가 건립된다 해도, 아무리 관광객에 편리한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SMART City라고 해도, 또 심지어, 아무리 일탈을 조장하는 유흥산업이 발달했다 해도, 그러한 도시는 관광의 본질을, 관광의 실존적, 존재론적 의미를 본질적으로 배반하기 때문이다.
사실 동대문DDP가 명품건축이란 속물적 이름아래 지어지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의 아우라를 풍경이란 이름아래 시적으로 지어내는 우리의 건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폐허가 된 수원지를 수생화와 풍경이 스며든 장소로 되살려낸 선유도 공원이었다. 선유도를 지은 우리의 건축가들은 "버려진 것을 고쳐 공유하는 풍경 짓기"란 작업에 혼신을 바쳤다. 그리하여 버려진 수원지가 마치 우리의 시인 김종해가 언젠가 읊었듯, 하늘과 땅에 정말 고마움을 바치며 그 부름에 융화되어 그 융화의 사건을 사람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시민공원으로 조성하였다. 그럼으로써 그 융화의 의미를 하늘과 땅과 함께 발현시켰던 것이다.
봄이 다가온 4월, 나는 선유도 공원을 거닐며 이제 막 싹이 트기 시작한 서울의 아우라에 감동적으로 감싸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동대문 DDP는 전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 시티 서울의 핵심 사업이었다. 소위 세계적 스타 건축가의 건축물을 서울에 전시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끌어보자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디자인 시티란 개념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디자인시티는 세계경제의 변화과정에서 더욱더 가시화되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에 대응하기 위한 매우 실용적인 비전이다. 우리의 도시를 매력 있는 도시로 미화시켜 전 세계의 관광객을 유인하여 부가가치를 생산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실용적인 계획은 관광객들은 대체 왜 여행을 하는지, 아니 인간은 대체 왜 관광이란 여행을 떠나는 것인가를 묻는 인문학적 성찰을 하지 않는 한, 결코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묻는다. 인간은 왜 여행을 떠나는가.
관광객의 관광동기를 조사한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관광목적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심미적 동기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관광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며 인간이기에 하는 예술적 활동 혹은 시적 활동이다. 이미 횔더린이란 독일의 시인은 말하였다. "인간은 원래 이 대지위에 시적으로 산다." 오직 시적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자인 인간만이 관광을 떠난다. 비록 관광을 떠나는 인간은 그 여행에서 시를 짓지 못할망정, 풍경화를 그리지는 못할망정, 이미 그의 발걸음, 그의 시선은 시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가는 곳, 그가 보는 것은 도구나 부품이 아니라 풍경 속의 작품으로 드러난다. 때문에 관광객은 하늘과 땅이 그를 예민하게 만들고 또 그 하늘과 땅 사이에 지어진 건물들이 신성을 담으며 그의 죽을 운명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이루어내는 곳을 찾아 떠난다. 관광객은 결국 순례자이다. 그들이 아무리 천박하고 속물이라 해도 그들은 나름대로 이미 순례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로마가 사람들로 들끓고, 아테네가 사람들로 넘쳐나고, 프라하가 매력적이고, 그 열악한 앙코르와트에도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과 죽을 운명의 인간과 신성함이 서로 겹쳐들며 일어나는 풍경 속으로, 바로 그 아우라로 잠시나마 귀향하기 위한 순례를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관광을 근본적으로 성찰해보면, 다음과 같은 단언이 허락될 것이다. 오직 우리를 시적 차원으로 귀환시키는 아우라가 피어오르는 도시만이 관광객을 사로잡을 수가 있다. 반대로 그러한 아우라가 증발한 도시는 로마나 프라하처럼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다. 아무리 최첨단 유행을 과시하는 현대적인 랜드마크가 건립된다 해도, 아무리 관광객에 편리한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SMART City라고 해도, 또 심지어, 아무리 일탈을 조장하는 유흥산업이 발달했다 해도, 그러한 도시는 관광의 본질을, 관광의 실존적, 존재론적 의미를 본질적으로 배반하기 때문이다.
사실 동대문DDP가 명품건축이란 속물적 이름아래 지어지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의 아우라를 풍경이란 이름아래 시적으로 지어내는 우리의 건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폐허가 된 수원지를 수생화와 풍경이 스며든 장소로 되살려낸 선유도 공원이었다. 선유도를 지은 우리의 건축가들은 "버려진 것을 고쳐 공유하는 풍경 짓기"란 작업에 혼신을 바쳤다. 그리하여 버려진 수원지가 마치 우리의 시인 김종해가 언젠가 읊었듯, 하늘과 땅에 정말 고마움을 바치며 그 부름에 융화되어 그 융화의 사건을 사람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시민공원으로 조성하였다. 그럼으로써 그 융화의 의미를 하늘과 땅과 함께 발현시켰던 것이다.
봄이 다가온 4월, 나는 선유도 공원을 거닐며 이제 막 싹이 트기 시작한 서울의 아우라에 감동적으로 감싸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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