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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규제철폐, 국민 저항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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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 종로 1가 청진동 일대 재개발지역에는 빌딩 10여 채가 들어섰거나 들어서고 있다. 23~25층의 고만고만한 빌딩들이 어깨가 닿을 듯 답답하게 대한민국 심장 지역에 올라가고 있다. 고도제한 규제 때문이다. 이곳 빌딩들은 너도나도 불필요한 옥탑을 높게 쌓아 키가 커 보이려 하고 있다. 옥탑이 12m 이내이면 건물 고도제한에 포함되지 않는 규정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 이는 건물 고도에 대한 니즈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철폐 회의를 주재하며 무분별한 규제에 경종을 울리고 나섰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규제에 찌들어왔는지 깨닫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수많은 규제 중에 서울 도심의 빌딩 고도제한을 예로 든 것은 가장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고도에 대한 강한 욕망을 억제하려 하는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도시 경관보호 및 조망확보와 둘째 문화재 등 역사적 유적 보호다. 이외에 안보상의 이유와 헬기 항로 안전확보 등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도시 경관의 기준이라는 게 너무 자의적이다. 보통 남산 높이(262m)를 기준으로 고도를 제한한다.

그런데 건물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 도심에서 남산을 조망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문화재 보호 명분도 약하다. 이 지역은 문화재와 인접해 있지 않다. 더군다나 획일적으로 한 구역을 모두 같은 높이로 규제하다보니 스카이라인이 평이하고 역동성을 지니지 못한다.

청진동처럼 4대 문안의 도심 고도제한으로 인해 우리가 얻는 것보다 잃는 편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도를 높여주는 대신 여유 부지를 확보해 도심 소공원을 만들 수 있다. 서울 도심에는 접근편의가 높은 울타리 없는 공원이 너무 적다.

더 근본적으로는 과연 지금과 같은 고도제한이 도시 경관이나 조망, 문화재 보호 등에 합당한 규제인가 하는 점이다. 키가 고만고만한 중층 빌딩들이 빼곡해 들어선 서울 도심이 과연 좋은 경관을 갖고 있는가. 산으로 둘러싸인 홍콩과 콜럼비아 보고타를 보자. 서로 다른 키의 빌딩들이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스카이라인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고도제한의 원조 격인 워싱턴DC조차 고도제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서울이 녹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에 내세울 만한 멋진 건물 하나 없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4대문 안 도심의 고도제한 규정은 확 풀어 최소 50층 이상의 랜드마크 건물들이 들어서야 서울 도심의 경관이 나아질 것이다. 필자는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이런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또 하나 빌딩에 관련한 터무니없는 규제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옥상 헬리포트 의무화 규정이다. 우리나라는 화재 시 구조 등을 위해 빌딩 옥상에 헬기 착륙장을 의무화하다 2008년 폐지했다. 지금 서울의 고층 빌딩 지붕들이 천편일률적인 것은 이 규제 때문이다. 착륙장을 만들기 위해 옥상에 별도의 탑을 설치하다보니 볼썽사나운 뿔을 달고 서 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소방 전문가들과 헬기 조종사들에 따르면, 빌딩이 고층일수록 헬기 구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또 헬기 구조보다 건물 내의 안전지대 설치나 다른 소방대피로 확보가 더 효율적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빌딩 옥상 헬기장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뉴욕 맨하탄 빌딩들의 지붕이 각양각색으로 멋을 뽐내고 있는 것도 이런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미등록 규제'가 규제를 대체하는 예를 보자. 규제는 본체만체 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수하려는 것도 일종의 규제다. 대개 이런 것들은 산업 진흥 등의 내용을 담고 있거나 공무원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규제 집행을 하는 공직자들이 딴전을 부리고 있다. 이 미등록 규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료다. 공공부문은 SW사업대가기준 고시에 유지보수료 서비스 요율을 책정해놓고 있지만 실제로 이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공공 유지보수료를 10%까지 올리고 2017년까지 연차적으로 15%까지 인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는 지켜질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동력이 SW라는 점을 알면서도 보이지 않는 미등록 규제, 관행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98년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규제 제거에 나섰지만 지난 16년 동안 규제는 더 강력하게 더 교묘히 우리 삶에 침투해 왔다. 공무원의 밥그릇 유지와 권한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규제가 증가한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 사회 저변에 규제 편의주의 또는 순응주의가 배어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어느새 규제에 길들여져 저항할 힘을 상실했다.

규제철폐가 성공하려면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 성과를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나 산업분야를 `규제 프리존' 지역으로 설정해 이른 시일 내에 효과를 보는 방안이 그래서 필요하다.얼마 전 도시 지역에 건축 규제 프리존을 지정해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좋은 예다. 국민이 규제철폐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피부로 느끼게 되면 규제에 저항하는 힘이 길러질 것이고 규제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이규화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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