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신비롭다고까지는 못해도 신기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지구에 기생하며 숙주인 지구를 죽음으로 내모는 바이러스에 비유되는가 하면, 가없는 사랑과 희생을 당연한 듯 베풀어 성자나 활불로 추앙되기도 한다. 극과 극으로 펼쳐낼 수 있는 잠재력이 동시에 갖춰진 인류, 이만하면 가히 신기하다고 해도 될 듯하다.
그렇다고 사람에게 극과 극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해의 소지가 많은 말이지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때 그 근거의 하나는 `제3항'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아니, 이는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신의 권능일 수도 있다. 노자(老子)의 증언을 들어보자. 그는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나으며, 셋은 만물을 낳는다."고 했다. 알 듯 말 듯한 말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바로 `셋'이 만물의 모태라는 점이다. 사람도 만물의 일종이니, `셋'이 사람을 만든 것이지 사람이 `셋'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자식은 부모를 닮는 법, 사람은 모태인 `셋'을 닮아 `제3항'을 만들 줄 알게 된 듯하다. 그래서 사람은 사회를 이루고 살 수 있었다. 주지하듯 사회는 `나' 하나로는 존재하지 못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처럼 `나'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다시 말해 `나'와 `적' 이렇게 둘만 있게 돼도 사회는 구성되지 못한다. 사회는 적어도 `적'을 `너'로 만들어주는 뭔가가 있어야 비로소 형성될 수 있다. 예컨대 "벗은 제2의 자아"라는 말처럼, `너'가 `또 다른 나'일 수 있다는 `제3항'이 설정됨으로써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뿐만이 아니다. 문명 그러니까 인간다움의 총화도 그러하다. 사람은 기껏 살아야 백년 남짓한 유한한 존재이며, 이기적 유전자가 빚어냈기에 피치 못하게 이기적인 생물이다. 또 직접 보거나 느낄 수 없는 바는 웬만해선 믿지 않는 고집스런 속물이기도 하다. 하여 이러한 본성에 충실했다간 문명은커녕 사회조차 이루기 힘들어진다. 그런데도 사람은 문명을 일궈냈으니, 대가없이 희생할 줄도 알고 영생과 초월을 사모하며 삶의 참된 가치를 그것에 둘 줄도 알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타고난 대로만 행함이 아니라 정반대로도 행할 수 있는,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지만 그렇기에 창의적일 수 있었던 게 사람이다. 여기에 지구상에 살아 움직이는 것들 가운데 유독 사람만이 지닌, `셋'이란 모태를 닮아 `제3항'을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이 더해짐으로써 문명이 주조될 수 있었다. `이기(利己)'에 맞서는 `이타(利他)'를 행했다고 하여 문명이 자동적으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둘만 있으면 마냥 적대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니, 문명을 싹틔우기 위해선 그 둘이 건설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제3항'이 필요했다. 마치 `나'와 `너' 사이의 적대관계가 해소돼야 비로소 사회를 이룰 수 있듯이 말이다.
두 점이 있어 이를 이을 때 나오는 모양은, 직선 또는 곡선이란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 모두는 기본적으로 선이다. 그런데 여기에 점이 하나 더해지면 그 모양새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두 점을 곧게 이은 선 바깥에 한 점을 두고 이들을 곧게 이으면 삼각형이 그려진다. 그 선 위쪽의 공간 어딘가에 점을 찍고 이들을 곧게 이으면 서 있는 삼각형이 된다. 이렇게 `셋째' 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평면이 구현되기도 하고 공간이 환기되기도 한다. 둘만 있을 때의 선적 관계는 셋이 됨으로써 평면적 관계로, 또 입체적 관계로 차원을 달리 하며 변이된다.
어느덧 일상의 터전이 된 `디지털 세상'은 새해에도 어김없이 지속될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0'과 `1'이란 `둘'로만 재편하는 디지털 천하에서, 새해엔 저마다 모쪼록 자신만의 `제3항'을 풍요롭게 마련해가길 소원해본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그렇다고 사람에게 극과 극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해의 소지가 많은 말이지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때 그 근거의 하나는 `제3항'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아니, 이는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신의 권능일 수도 있다. 노자(老子)의 증언을 들어보자. 그는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나으며, 셋은 만물을 낳는다."고 했다. 알 듯 말 듯한 말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바로 `셋'이 만물의 모태라는 점이다. 사람도 만물의 일종이니, `셋'이 사람을 만든 것이지 사람이 `셋'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자식은 부모를 닮는 법, 사람은 모태인 `셋'을 닮아 `제3항'을 만들 줄 알게 된 듯하다. 그래서 사람은 사회를 이루고 살 수 있었다. 주지하듯 사회는 `나' 하나로는 존재하지 못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처럼 `나'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다시 말해 `나'와 `적' 이렇게 둘만 있게 돼도 사회는 구성되지 못한다. 사회는 적어도 `적'을 `너'로 만들어주는 뭔가가 있어야 비로소 형성될 수 있다. 예컨대 "벗은 제2의 자아"라는 말처럼, `너'가 `또 다른 나'일 수 있다는 `제3항'이 설정됨으로써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뿐만이 아니다. 문명 그러니까 인간다움의 총화도 그러하다. 사람은 기껏 살아야 백년 남짓한 유한한 존재이며, 이기적 유전자가 빚어냈기에 피치 못하게 이기적인 생물이다. 또 직접 보거나 느낄 수 없는 바는 웬만해선 믿지 않는 고집스런 속물이기도 하다. 하여 이러한 본성에 충실했다간 문명은커녕 사회조차 이루기 힘들어진다. 그런데도 사람은 문명을 일궈냈으니, 대가없이 희생할 줄도 알고 영생과 초월을 사모하며 삶의 참된 가치를 그것에 둘 줄도 알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타고난 대로만 행함이 아니라 정반대로도 행할 수 있는,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지만 그렇기에 창의적일 수 있었던 게 사람이다. 여기에 지구상에 살아 움직이는 것들 가운데 유독 사람만이 지닌, `셋'이란 모태를 닮아 `제3항'을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이 더해짐으로써 문명이 주조될 수 있었다. `이기(利己)'에 맞서는 `이타(利他)'를 행했다고 하여 문명이 자동적으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둘만 있으면 마냥 적대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니, 문명을 싹틔우기 위해선 그 둘이 건설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제3항'이 필요했다. 마치 `나'와 `너' 사이의 적대관계가 해소돼야 비로소 사회를 이룰 수 있듯이 말이다.
두 점이 있어 이를 이을 때 나오는 모양은, 직선 또는 곡선이란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 모두는 기본적으로 선이다. 그런데 여기에 점이 하나 더해지면 그 모양새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두 점을 곧게 이은 선 바깥에 한 점을 두고 이들을 곧게 이으면 삼각형이 그려진다. 그 선 위쪽의 공간 어딘가에 점을 찍고 이들을 곧게 이으면 서 있는 삼각형이 된다. 이렇게 `셋째' 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평면이 구현되기도 하고 공간이 환기되기도 한다. 둘만 있을 때의 선적 관계는 셋이 됨으로써 평면적 관계로, 또 입체적 관계로 차원을 달리 하며 변이된다.
어느덧 일상의 터전이 된 `디지털 세상'은 새해에도 어김없이 지속될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0'과 `1'이란 `둘'로만 재편하는 디지털 천하에서, 새해엔 저마다 모쪼록 자신만의 `제3항'을 풍요롭게 마련해가길 소원해본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