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넘쳐나고 있다.
또 백화점을 비롯하여 곳곳에서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인문학을 둘러싼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괴상하고 엽기적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바로 과거 인문학 생존의 터였던 대학이다.
인문학 관련 학과는 이미 여러 대학에서 폐과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세칭 일류대학의 경우에도 괴상한 일이 일어나기는 마찬가지이다.
인문학 전공 교수의 충원이 지지부진하고 그마나 영어로 강의하거나 영어로 논문을 쓸 수 있는 사람만 채용한단다.
그리고 강의도 점차 영어로만 하라는 긴급조치가 세계화라는 이름아래, 국내 대학 평가 나아가 세계대학 평가라는 장치를 통해,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행사되고 있다.
이것이 폭력인 이유는 그 조치가 마치 제국주의 시대에 모국어 말살 정책처럼 우리나라 말로 하는 인문학 연구와 강의를 대학에서 추방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우상화하고 있는 소위 아이비리그에서 유학을 하고 온 인문학 교수들은 이 보이지 않는 금지와 추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그들마저도 이해를 못한다.
그들이 비록 미국에서 미국 인문학으로 박사학위를 하였다고 해도, 그들은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의 말이 그들의 모국어다.
그리고 이 모국어를 모태로 자신들의 생각을 탄생시키고 그 생각과 함께 자신들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사실 거의 모든 인간에게 모국어는 오직 하나이며, 외국어는 아무리 잘해도 모국어가 될 수 없다.
물론 소위 바이링구얼, 이중모국어 구사자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외국에 오래 살아 그 외국어로 생각하고 감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는 경우에도, 외국어가 새로운 모국어가 되고 원래의 모국어는 낯선 말이 되는 것이다.
결국 거의 모든 인간에게 모국어는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그런데 외국어나 모국어는 언어라는 점에서 같을 것 같지만, 사실 모국어와 외국어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외국어는 모국어를 모태로 탄생한 생각을 번역할 뿐 그 자체로 생각을 탄생시킬 수 없다.
이미 언어학이나 언어철학에서는 상식이 된 사실이지만 생각에서 언어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에서 생각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언어는 다른 언어가 아니라 바로 한 인간이 모국어로 하고 있는 그 언어이다.
모국어는 단순히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모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외국어를 강요하면, 사실 생각의 탄생이 정지되고 증발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문학 교수들에게 외국어로 강의와 연구를 강요하는 것은 그들 연구와 강의의 원천인 생각의 탄생을 억압하는 것이다.
그래서 묻는다.
한국의 대학은 무엇을 목적으로 무슨 이유로 영어로 하는 인문학을 강요하는지.물론 영어로 하는 인문학 강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고 해서, 영어를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만큼 외국어와 외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문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인문학의 이국주의는 자국문화를 열등화하는 사대주의나 식민지적 사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인문학은 외국어를 해득함으로써 그 외국어를 모태로 창조된 외국의 문화의 진수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국 문화에 융화시키려는 목적을 갖는다.
그럼으로써 자국 문화 창조의 잠재력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될 때에 만이, 세계의 문화는 하나의 제국에 의해 지배되는 식민지가 아니라, 각각의 문화가 별처럼 빛나는 조화로운 우주가 되는 것이다.
부디 대학 총장들은 세계화와 대학평가에 매몰되어 우리의 인문학을 멸절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문화융성의 터전을 황폐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폐화 문화융성의 터전에서 창조경제를 기대하는 것은, 불모지에서 과일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또 백화점을 비롯하여 곳곳에서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인문학을 둘러싼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괴상하고 엽기적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바로 과거 인문학 생존의 터였던 대학이다.
인문학 관련 학과는 이미 여러 대학에서 폐과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세칭 일류대학의 경우에도 괴상한 일이 일어나기는 마찬가지이다.
인문학 전공 교수의 충원이 지지부진하고 그마나 영어로 강의하거나 영어로 논문을 쓸 수 있는 사람만 채용한단다.
그리고 강의도 점차 영어로만 하라는 긴급조치가 세계화라는 이름아래, 국내 대학 평가 나아가 세계대학 평가라는 장치를 통해,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행사되고 있다.
이것이 폭력인 이유는 그 조치가 마치 제국주의 시대에 모국어 말살 정책처럼 우리나라 말로 하는 인문학 연구와 강의를 대학에서 추방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우상화하고 있는 소위 아이비리그에서 유학을 하고 온 인문학 교수들은 이 보이지 않는 금지와 추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그들마저도 이해를 못한다.
그들이 비록 미국에서 미국 인문학으로 박사학위를 하였다고 해도, 그들은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의 말이 그들의 모국어다.
그리고 이 모국어를 모태로 자신들의 생각을 탄생시키고 그 생각과 함께 자신들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사실 거의 모든 인간에게 모국어는 오직 하나이며, 외국어는 아무리 잘해도 모국어가 될 수 없다.
물론 소위 바이링구얼, 이중모국어 구사자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외국에 오래 살아 그 외국어로 생각하고 감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는 경우에도, 외국어가 새로운 모국어가 되고 원래의 모국어는 낯선 말이 되는 것이다.
결국 거의 모든 인간에게 모국어는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그런데 외국어나 모국어는 언어라는 점에서 같을 것 같지만, 사실 모국어와 외국어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외국어는 모국어를 모태로 탄생한 생각을 번역할 뿐 그 자체로 생각을 탄생시킬 수 없다.
이미 언어학이나 언어철학에서는 상식이 된 사실이지만 생각에서 언어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에서 생각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언어는 다른 언어가 아니라 바로 한 인간이 모국어로 하고 있는 그 언어이다.
모국어는 단순히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모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외국어를 강요하면, 사실 생각의 탄생이 정지되고 증발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문학 교수들에게 외국어로 강의와 연구를 강요하는 것은 그들 연구와 강의의 원천인 생각의 탄생을 억압하는 것이다.
그래서 묻는다.
한국의 대학은 무엇을 목적으로 무슨 이유로 영어로 하는 인문학을 강요하는지.물론 영어로 하는 인문학 강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고 해서, 영어를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만큼 외국어와 외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문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인문학의 이국주의는 자국문화를 열등화하는 사대주의나 식민지적 사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인문학은 외국어를 해득함으로써 그 외국어를 모태로 창조된 외국의 문화의 진수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국 문화에 융화시키려는 목적을 갖는다.
그럼으로써 자국 문화 창조의 잠재력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될 때에 만이, 세계의 문화는 하나의 제국에 의해 지배되는 식민지가 아니라, 각각의 문화가 별처럼 빛나는 조화로운 우주가 되는 것이다.
부디 대학 총장들은 세계화와 대학평가에 매몰되어 우리의 인문학을 멸절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문화융성의 터전을 황폐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폐화 문화융성의 터전에서 창조경제를 기대하는 것은, 불모지에서 과일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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