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행위가 반복되다 보면 관행이 된다. 잘못된 행위, 그것이 나쁜 짓이어도 오랜 세월 내려온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그래 왔으니까,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그냥 당연한 것이 된다. 이른바 `갑과 을`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관행들은 대표적이다. 권력을 가진 갑에 을은 늘 지배받는다. 지배와 피지배는 우리가 몸으로 터지며 생존하는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이다. 그나마 이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서로 이해 가능한 합리가 관행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른 이들에게 범죄는 관행일까. 그들에게 나쁜 짓은 익숙한 행위일 뿐이다. 더 이상 양심의 가책도 없다. 누군가의 경고가 필요하고, 중단 시켜야한다.
시험평가서 위조 부품을 사용한 원전 2기가 가동 중단돼 우리나라가 보유한 23기의 원전가운데 모두 10기가 멈춰 섰다. 위조 부품을 사용한 원전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지경이라면 가동중인 나머지 13기에도 의구심이 간다. 다른 원전은 정상부품만 썼을까. 전수조사를 해서 원전 신뢰성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는 이 때문에 나온다.
위조 수법도 도를 넘었다. 이번 원전 2기를 멈추게 한 사건의 경우,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위조한 게 아니라 고도의 공신력을 요구하는 시험기관이 저질렀다. 해외시험기관에 의뢰한 시험결과 중 불합격한 부분을 삭제하고, 시험에 필요한 압력조건이 요구기준을 만족하지 못하자 시험그래프까지 임의로 수정했다.
갑을 관계가 견고하고 폐쇄적일수록 부정은 더 쉽게 파고든다. 이 검증기관은 1996년 과학기술부 1호로 원자력검증사업 허가를 취득한 새한티이피다. 2004년 중소기업청이 연구개발 벤처기업으로 지정, 2005년에는 한국원자력기기검증협회가 원자력기기검증기관으로 인정했다. 2010년에는 한전과 기술사용계약을 체결했고 2011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용역업체로도 등록됐다. 원자력기기검증시험인증업체는 새한티이피를 포함해 국내에 7곳이 있다. 악행의 관행이 새한티이피만의 문제이길 바랄 뿐이다.
더욱 아찔한 사실은 위조된 부품의 중요성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평가서를 위조한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방사성 물질 차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 국민의 생명을 걸고 부정을 저지른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는 여름철만 되면 전력 난에 빠진다. 건축물 소재와 설계의 변화 등에 따라 고층건물 관리에 대량의 전력이 필요하고, 장마와 무더위 등으로 가정에서 에어컨 사용도 크게 증가했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 탓에 대형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도 엄청나다. 전력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탱하는 핏줄인 셈이다.
이번 사태로 전체 원전 23기 설비용량 2071만6000kw 가운데 37%인 771만6000kw를 못 쓰게 됐다. 전 세계가 에너지 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판국에 국가 기간인프라인 전력생산 과정에서 원전의 핵심부품을 위조해 돈을 챙기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평가서 대충 위조해 만든 부품을 써도 큰 문제없었으니까, 시험결과 따위 약간 조작해도 사고 터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게 계속됐다면 어찌됐을까. 잘못된 갑을의 관행이 지나쳐 사회적 합의수준을 벗어나면 사고가 터진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위조 평가서 부품사용이 드러난 게 다행스러운지도 모른다.
정부는 이제 위조평가서 부품을 사용한 원전사태와 관련해 필요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한다. 무엇보다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털어 내는 게 급선무다.
임윤규 산업부장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른 이들에게 범죄는 관행일까. 그들에게 나쁜 짓은 익숙한 행위일 뿐이다. 더 이상 양심의 가책도 없다. 누군가의 경고가 필요하고, 중단 시켜야한다.
시험평가서 위조 부품을 사용한 원전 2기가 가동 중단돼 우리나라가 보유한 23기의 원전가운데 모두 10기가 멈춰 섰다. 위조 부품을 사용한 원전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지경이라면 가동중인 나머지 13기에도 의구심이 간다. 다른 원전은 정상부품만 썼을까. 전수조사를 해서 원전 신뢰성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는 이 때문에 나온다.
위조 수법도 도를 넘었다. 이번 원전 2기를 멈추게 한 사건의 경우,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위조한 게 아니라 고도의 공신력을 요구하는 시험기관이 저질렀다. 해외시험기관에 의뢰한 시험결과 중 불합격한 부분을 삭제하고, 시험에 필요한 압력조건이 요구기준을 만족하지 못하자 시험그래프까지 임의로 수정했다.
갑을 관계가 견고하고 폐쇄적일수록 부정은 더 쉽게 파고든다. 이 검증기관은 1996년 과학기술부 1호로 원자력검증사업 허가를 취득한 새한티이피다. 2004년 중소기업청이 연구개발 벤처기업으로 지정, 2005년에는 한국원자력기기검증협회가 원자력기기검증기관으로 인정했다. 2010년에는 한전과 기술사용계약을 체결했고 2011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용역업체로도 등록됐다. 원자력기기검증시험인증업체는 새한티이피를 포함해 국내에 7곳이 있다. 악행의 관행이 새한티이피만의 문제이길 바랄 뿐이다.
더욱 아찔한 사실은 위조된 부품의 중요성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평가서를 위조한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방사성 물질 차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 국민의 생명을 걸고 부정을 저지른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는 여름철만 되면 전력 난에 빠진다. 건축물 소재와 설계의 변화 등에 따라 고층건물 관리에 대량의 전력이 필요하고, 장마와 무더위 등으로 가정에서 에어컨 사용도 크게 증가했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 탓에 대형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도 엄청나다. 전력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탱하는 핏줄인 셈이다.
이번 사태로 전체 원전 23기 설비용량 2071만6000kw 가운데 37%인 771만6000kw를 못 쓰게 됐다. 전 세계가 에너지 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판국에 국가 기간인프라인 전력생산 과정에서 원전의 핵심부품을 위조해 돈을 챙기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평가서 대충 위조해 만든 부품을 써도 큰 문제없었으니까, 시험결과 따위 약간 조작해도 사고 터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게 계속됐다면 어찌됐을까. 잘못된 갑을의 관행이 지나쳐 사회적 합의수준을 벗어나면 사고가 터진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위조 평가서 부품사용이 드러난 게 다행스러운지도 모른다.
정부는 이제 위조평가서 부품을 사용한 원전사태와 관련해 필요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한다. 무엇보다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털어 내는 게 급선무다.
임윤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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