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과천으로 가기 위해 남태령 고개를 넘던 어느 버스 안. 어디선가 훌쩍거리는 흐느낌이 들린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입을 떼려하진 않는다. 해체된 정보통신부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일부 기능을 이관 받아 지식경제부로 향하는 길이었으니, 서러울 뿐이었다.
5년의 시간이 흘러, 2013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ICT와 과학기술 기능을 이관받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는 꽤 많은 무리들이 또 남태령을 넘어 과천으로 향한다. 그들에겐 흐느낌 대신, 새로운 희망이 꿈틀거렸다.
광화문에서 과천으로, 해체와 통합의 반복. 그런데 미적미적하다 어느새 두 달이 흘렀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 선거다 정부조직개편이다 해서 일손 놓은 게 거의 반년이다. 미래부를 포함해 아직도 상당수 공무원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보직도 못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성장동력 부처라고 내세운 미래부는 사령탑 세우는 것부터 삐걱대고 있다.
회심의 초대 장관 카드였던 김종훈씨는 한국 정치의 구조와 속성에 대한 몰이해 속에 "조국을 위해 헌신할 마음을 접었다"며 스스로 사퇴했다. 그는 얼마 후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자신이 스파이 의혹을 받는 등 국내 언론의 마녀사냥에 희생양이 됐다는 투의 사퇴 배경을 드러내 또 한차례 국내 여론을 끓어오르게 했다.
두 번째 미래부 장관 후보자 카드인 최문기 내정자는 국회의 이런 저런 검증을 명쾌하게 통과하지 못하고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결국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청문보고서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거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처럼 자진 사퇴해야할 운명이다. 박 대통령은 최 내정자 임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나, 정보통신 및 과학기술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아직 안개속인 셈이다.
그런데 이젠 박 정부의 핵심 공약이자 철학이 되어버린 `창조경제'에 대한 정체성과, 무엇을 창조할 것인지를 놓고 공방까지 벌어졌다. 경제부처 장ㆍ차관들이 생각하는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이 사뭇 다르니, 대체 창조경제가 뭐냐는 원론적 물음이 터져 나온다. 정부는 답을 찾기 위해 범 정부 TFT를 가동시켰다.
과거에 발목 잡힌 미래부, 창조경제가 미래가 아닌 과거로 갈 판이다. 부처이름은 미래지향적이나 결국 주변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나눠져 다른 곳에 조립돼 있던 레고 조각 두 개를 떼어내, 다시 두 조각을 붙였을 뿐이다.
정치논리 싸움에 주파수를 정부부처가 나눠서 관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든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주파수를 놓고 방통위와 미래부는 앞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싸울 것인가. 여전히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IT기반 산업융합부문, 콘텐츠부문에 대한 업무 중복을 놓고 각 부처는 또 얼마나 충돌할 것인가.
어제가 없었다면 오늘이 없듯, 오늘 없이는 내일도 없다. 지금 뛰는 심장소리는 언제의 것인가. 현재라고 말하는 순간 과거가 되고, 미래는 곧 현재가 된다. 우린 그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호흡하면서 산다. 쪼개고 쪼개어 과거 현재 미래로 미분된 시제를 다시 거꾸로 적분해 확장한다면, 결국 수렴되는 것은 현재다.
과거에 잡힌 발목, 이러다간 미래로 한 걸음조차 떼지 못하게 생겼다. 어찌 이리도 온전한 후보자가 없을까. 이 나라를 사는 국민들은 자괴감마저 든다. 그런데 그들의 과거를 들춰낼 수록,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들이 오버랩 돼 씁쓸해진다.
우린, 어느 수준에서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꿈꿀 수 있나. 앞으로 걸음을 떼야만 비로소 뒤를 돌아다 볼 수 있는 것을.
임윤규 산업부장
5년의 시간이 흘러, 2013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ICT와 과학기술 기능을 이관받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는 꽤 많은 무리들이 또 남태령을 넘어 과천으로 향한다. 그들에겐 흐느낌 대신, 새로운 희망이 꿈틀거렸다.
광화문에서 과천으로, 해체와 통합의 반복. 그런데 미적미적하다 어느새 두 달이 흘렀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 선거다 정부조직개편이다 해서 일손 놓은 게 거의 반년이다. 미래부를 포함해 아직도 상당수 공무원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보직도 못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성장동력 부처라고 내세운 미래부는 사령탑 세우는 것부터 삐걱대고 있다.
회심의 초대 장관 카드였던 김종훈씨는 한국 정치의 구조와 속성에 대한 몰이해 속에 "조국을 위해 헌신할 마음을 접었다"며 스스로 사퇴했다. 그는 얼마 후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자신이 스파이 의혹을 받는 등 국내 언론의 마녀사냥에 희생양이 됐다는 투의 사퇴 배경을 드러내 또 한차례 국내 여론을 끓어오르게 했다.
두 번째 미래부 장관 후보자 카드인 최문기 내정자는 국회의 이런 저런 검증을 명쾌하게 통과하지 못하고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결국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청문보고서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거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처럼 자진 사퇴해야할 운명이다. 박 대통령은 최 내정자 임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나, 정보통신 및 과학기술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아직 안개속인 셈이다.
그런데 이젠 박 정부의 핵심 공약이자 철학이 되어버린 `창조경제'에 대한 정체성과, 무엇을 창조할 것인지를 놓고 공방까지 벌어졌다. 경제부처 장ㆍ차관들이 생각하는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이 사뭇 다르니, 대체 창조경제가 뭐냐는 원론적 물음이 터져 나온다. 정부는 답을 찾기 위해 범 정부 TFT를 가동시켰다.
과거에 발목 잡힌 미래부, 창조경제가 미래가 아닌 과거로 갈 판이다. 부처이름은 미래지향적이나 결국 주변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나눠져 다른 곳에 조립돼 있던 레고 조각 두 개를 떼어내, 다시 두 조각을 붙였을 뿐이다.
정치논리 싸움에 주파수를 정부부처가 나눠서 관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든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주파수를 놓고 방통위와 미래부는 앞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싸울 것인가. 여전히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IT기반 산업융합부문, 콘텐츠부문에 대한 업무 중복을 놓고 각 부처는 또 얼마나 충돌할 것인가.
어제가 없었다면 오늘이 없듯, 오늘 없이는 내일도 없다. 지금 뛰는 심장소리는 언제의 것인가. 현재라고 말하는 순간 과거가 되고, 미래는 곧 현재가 된다. 우린 그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호흡하면서 산다. 쪼개고 쪼개어 과거 현재 미래로 미분된 시제를 다시 거꾸로 적분해 확장한다면, 결국 수렴되는 것은 현재다.
과거에 잡힌 발목, 이러다간 미래로 한 걸음조차 떼지 못하게 생겼다. 어찌 이리도 온전한 후보자가 없을까. 이 나라를 사는 국민들은 자괴감마저 든다. 그런데 그들의 과거를 들춰낼 수록,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들이 오버랩 돼 씁쓸해진다.
우린, 어느 수준에서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꿈꿀 수 있나. 앞으로 걸음을 떼야만 비로소 뒤를 돌아다 볼 수 있는 것을.
임윤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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