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서 하늘길 따라 이동
낙동강 하구 근처서 `월동`
낙동강 하구 근처서 `월동`
길은 어떤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물리적 공간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게 되면, 길은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이고 문명도 만들게 된다. 길은 근본적으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나무를 하러 다니는 길, 물을 길러 다니는 길처럼 소소한 일상부터 실크로드와 같이 문화와 문명을 교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길도 있다. 하찮은 미물에게도 길은 자신의 생명과 후손을 이어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명을 지탱하는 물류의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길도 있다. 이러한 길은 인간만을 위한 길로, 많은 생명들이 그 위에서 로드킬로 죽어간다. 하늘에도 수많은 비행기들이 날아다니는 하늘길이 있고 조류와 비행기와의 충돌이 일어난다.
생물은 기온이 바뀌면 먹이가 많은 지역으로 대규모로 이동한다.
항공사진으로 찍은 그들의 대이동이 장관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임에 틀림없다. 새들도 북쪽의 너른 벌판에서 번식하고 남쪽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엄청난 거리를 날아서 이동한다. 가는 도중에 바람과 추위, 병으로 죽는 경우도 많지만 현대에는 상당수가 건물에 부딪치거나 먹이가 사라져 길을 잃어버려 죽는다. 그래서 이들의 하늘길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연구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06년 몽골에서 미국 연구자들과 천연기념물 큰고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총 10마리에 위성추적기를 달아 추적한 결과 그 중 2마리가 우리나라 낙동강 하구 을숙도와 진주 남강 근처에서 월동했다.
이 두 마리는 8월말 몽골에서 출발해 약 76일 후인 11월 초에 우리나라에 도착했는데 총 이동거리가 약 2000∼2300㎞에 달했다. 그 중 한 마리는 몽골의 부렌 쉬리트(Buren Shireet) 호수와 중국의 통리아오(Tongliao) 호수, 포양(Poyang) 호수 등 습지지역을 거쳐 함경북도 신도, 충청남도 아산만과 천수만 간월호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을숙도에 도착해 이듬해 2월말까지 월동했다. 나머지 한 마리도 안산시 대부도 해안과 서산 천수만에서 휴식을 취한 뒤 진주와 사천의 남강에서 2월말까지 월동하고 돌아갔다.
이달초부터 우리나라 주요 철새 월동지에서 많은 새들이 북쪽으로 떠나고 있다. 이미 선발대는 떠났고 나머지는 짝을 맺고 출발할 것이다. 새들은 몸 속에 내장된 나침반을 이용해 별자리와 지형지물을 보면서 똑같은 길을 간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번식지 사막화와 서식지 개발압력은 새로운 길을 요구하고 있다. 수십 년에서 수천 년을 이어 온 이들의 하늘길이 서서히 달라진다면 이들의 생존도 머지않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구름과 별로 가득 찬 하늘을 보면서 바람과 함께 떠나는 철새들의 하늘길도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백운기 박사(국립중앙과학관)
문명을 지탱하는 물류의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길도 있다. 이러한 길은 인간만을 위한 길로, 많은 생명들이 그 위에서 로드킬로 죽어간다. 하늘에도 수많은 비행기들이 날아다니는 하늘길이 있고 조류와 비행기와의 충돌이 일어난다.
생물은 기온이 바뀌면 먹이가 많은 지역으로 대규모로 이동한다.
항공사진으로 찍은 그들의 대이동이 장관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임에 틀림없다. 새들도 북쪽의 너른 벌판에서 번식하고 남쪽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엄청난 거리를 날아서 이동한다. 가는 도중에 바람과 추위, 병으로 죽는 경우도 많지만 현대에는 상당수가 건물에 부딪치거나 먹이가 사라져 길을 잃어버려 죽는다. 그래서 이들의 하늘길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연구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06년 몽골에서 미국 연구자들과 천연기념물 큰고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총 10마리에 위성추적기를 달아 추적한 결과 그 중 2마리가 우리나라 낙동강 하구 을숙도와 진주 남강 근처에서 월동했다.
이 두 마리는 8월말 몽골에서 출발해 약 76일 후인 11월 초에 우리나라에 도착했는데 총 이동거리가 약 2000∼2300㎞에 달했다. 그 중 한 마리는 몽골의 부렌 쉬리트(Buren Shireet) 호수와 중국의 통리아오(Tongliao) 호수, 포양(Poyang) 호수 등 습지지역을 거쳐 함경북도 신도, 충청남도 아산만과 천수만 간월호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을숙도에 도착해 이듬해 2월말까지 월동했다. 나머지 한 마리도 안산시 대부도 해안과 서산 천수만에서 휴식을 취한 뒤 진주와 사천의 남강에서 2월말까지 월동하고 돌아갔다.
이달초부터 우리나라 주요 철새 월동지에서 많은 새들이 북쪽으로 떠나고 있다. 이미 선발대는 떠났고 나머지는 짝을 맺고 출발할 것이다. 새들은 몸 속에 내장된 나침반을 이용해 별자리와 지형지물을 보면서 똑같은 길을 간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번식지 사막화와 서식지 개발압력은 새로운 길을 요구하고 있다. 수십 년에서 수천 년을 이어 온 이들의 하늘길이 서서히 달라진다면 이들의 생존도 머지않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구름과 별로 가득 찬 하늘을 보면서 바람과 함께 떠나는 철새들의 하늘길도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백운기 박사(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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