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배설물 처리 `청소곤충`
소 방목 금지이후 자취 감춰
소 방목 금지이후 자취 감춰
요즘 농촌에서는 소를 방목하는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시골에서 자란 40∼50대 이상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소를 데리고 강가나 산으로 나가 풀을 먹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오가며 소를 타거나 소싸움을 하기도 하고, 소가 열심히 풀을 뜯는 동안 돌탑 쌓기나 흙놀이, 씨름, 축구를 하기도 했다.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기 위해 멱을 감다가 물싸움놀이를 하곤 했다.
소 배설물에서 소똥구리를 잡아 손안에 살포시 움켜쥐고 있으면 탈출하려고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강한 움직임과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소들이 먹이 활동을 하면서 배설한 배설물에는 처음 파리류들이 날아오지만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반드시 초식동물 배설물을 먹는 분식성(糞食性) 곤충, 즉 배설물을 청소하는 곤충들이 모여든다. 어디서 찾아오는지 모르지만 소똥구리류, 똥풍뎅이류, 반날개류, 풍뎅이붙이류 등 다양한 종들이 모인다.
우리나라 소똥구리과 곤충 34종 가운데 동물의 배설물을 경단처럼 둥글게 말아서 옮기는 종은 왕소똥구리, 소똥구리, 긴다리송똥구리 3종류뿐이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에 맨드라미와 함께 배설물을 굴리는 소똥구리가 등장한다. 양반집 아낙의 일상생활 범위와 주로 집 정원에 심는 맨드라미를 고려했을 때 소똥구리는 당시 집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곤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학술기록에서도 전국적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항생제가 첨가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풀을 먹는 방목이 사라지자 먹이사슬에 의해 이들 곤충도 매우 희귀해졌다. 이 가운데 왕소똥구리는 1993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다가 최근 해지됐으며 최근 3종 모두 거의 사라진 상태가 됐다.
가장 최근까지 서식했던 충남 신두리 해안지역도 무분별한 채집과 함께 소 방목이 금지돼 배설물이 없어지자 먹이사슬에 의해 왕소똥구리가 자취를 감췄다. 최근 환경단체에서 소를 방목해 왕소똥구리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서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왕소똥구리(Scarabaeus typhon Fischer-Waldheim)는 파브르 곤충기에 등장하는 북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 분포하는 소똥구리(Scarabaeus sacer)와 다른 종이다. 왕소똥구리 몸길이는 20∼33㎜로 우리나라 소똥구리 가운데 가장 크다. 전반적으로 광택이 없는 검은색이며 둥글넓적하다.
머리방패는 넓고 앞쪽은 큰 톱날모양의 돌기가 부채 모양을 하고 있다. 앞가슴등판은 넓고 가운데가 볼록하며 옆가장자리는 둥글다. 앞다리 종아리마디는 4개이지만 앞다리 발목마디는 없다. 소 배설물을 먹으며 가까운 거리는 날아다니고 가끔 불빛에 날아오기도 한다. 성충은 5월에 출현한 기록이 있지만 주로 7∼8월에 활동하며 8월 중순부터 산란한다. 소 배설물로 산란용과 먹이용으로 만들며 산란용은 먹이용보다 작다. 경단을 비교적 먼 곳까지 이동하여 땅을 약 20㎝ 깊이까지 파서 묻어놓고 경단 속에 산란한다. 약 7일 이후에 깨어난 유충은 경단 속에서 원형의 공간을 만들어 생활한다.
과거에는 주로 농가에서 소나 돼지, 닭들을 집안형편에 맞게 사육하면서 식생활에서 나오는 음식찌꺼기는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에서 나오는 배설물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거름으로 사용하여 하천오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화로 농촌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소득향상으로 육류 소비가 증가하자 가축을 집단사육하게 되었다. 여기서 발생하는 배설물로 실개천과 지류가 오염되고 다시 대도시 식수원인 큰 강들이 부영양화돼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처럼 목축을 많이 하는 나라는 가축배설물 처리를 위해 소똥구리를 연구해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분식성 곤충의 복원과 대량증식을 통해 끊어진 생태계 사슬을 잇고 수질오염 원인의 하나인 가축배설물을 처리하는 `청소곤충'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안승락 박사(국립중앙과학관)
소 배설물에서 소똥구리를 잡아 손안에 살포시 움켜쥐고 있으면 탈출하려고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강한 움직임과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소들이 먹이 활동을 하면서 배설한 배설물에는 처음 파리류들이 날아오지만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반드시 초식동물 배설물을 먹는 분식성(糞食性) 곤충, 즉 배설물을 청소하는 곤충들이 모여든다. 어디서 찾아오는지 모르지만 소똥구리류, 똥풍뎅이류, 반날개류, 풍뎅이붙이류 등 다양한 종들이 모인다.
우리나라 소똥구리과 곤충 34종 가운데 동물의 배설물을 경단처럼 둥글게 말아서 옮기는 종은 왕소똥구리, 소똥구리, 긴다리송똥구리 3종류뿐이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에 맨드라미와 함께 배설물을 굴리는 소똥구리가 등장한다. 양반집 아낙의 일상생활 범위와 주로 집 정원에 심는 맨드라미를 고려했을 때 소똥구리는 당시 집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곤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학술기록에서도 전국적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항생제가 첨가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풀을 먹는 방목이 사라지자 먹이사슬에 의해 이들 곤충도 매우 희귀해졌다. 이 가운데 왕소똥구리는 1993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다가 최근 해지됐으며 최근 3종 모두 거의 사라진 상태가 됐다.
가장 최근까지 서식했던 충남 신두리 해안지역도 무분별한 채집과 함께 소 방목이 금지돼 배설물이 없어지자 먹이사슬에 의해 왕소똥구리가 자취를 감췄다. 최근 환경단체에서 소를 방목해 왕소똥구리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서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왕소똥구리(Scarabaeus typhon Fischer-Waldheim)는 파브르 곤충기에 등장하는 북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 분포하는 소똥구리(Scarabaeus sacer)와 다른 종이다. 왕소똥구리 몸길이는 20∼33㎜로 우리나라 소똥구리 가운데 가장 크다. 전반적으로 광택이 없는 검은색이며 둥글넓적하다.
머리방패는 넓고 앞쪽은 큰 톱날모양의 돌기가 부채 모양을 하고 있다. 앞가슴등판은 넓고 가운데가 볼록하며 옆가장자리는 둥글다. 앞다리 종아리마디는 4개이지만 앞다리 발목마디는 없다. 소 배설물을 먹으며 가까운 거리는 날아다니고 가끔 불빛에 날아오기도 한다. 성충은 5월에 출현한 기록이 있지만 주로 7∼8월에 활동하며 8월 중순부터 산란한다. 소 배설물로 산란용과 먹이용으로 만들며 산란용은 먹이용보다 작다. 경단을 비교적 먼 곳까지 이동하여 땅을 약 20㎝ 깊이까지 파서 묻어놓고 경단 속에 산란한다. 약 7일 이후에 깨어난 유충은 경단 속에서 원형의 공간을 만들어 생활한다.
과거에는 주로 농가에서 소나 돼지, 닭들을 집안형편에 맞게 사육하면서 식생활에서 나오는 음식찌꺼기는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에서 나오는 배설물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거름으로 사용하여 하천오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화로 농촌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소득향상으로 육류 소비가 증가하자 가축을 집단사육하게 되었다. 여기서 발생하는 배설물로 실개천과 지류가 오염되고 다시 대도시 식수원인 큰 강들이 부영양화돼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처럼 목축을 많이 하는 나라는 가축배설물 처리를 위해 소똥구리를 연구해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분식성 곤충의 복원과 대량증식을 통해 끊어진 생태계 사슬을 잇고 수질오염 원인의 하나인 가축배설물을 처리하는 `청소곤충'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안승락 박사(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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