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인문학, 디지털로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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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2-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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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이 인문학 연구과정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은 1995년 국역 조선왕조실록 시디롬의 개발이었다. 이 사업은 개별 연구자가 모두 읽어낼 수 없는 방대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을 전산 입력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통해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실록을 쉽게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는 실로 엄청났다. 수많은 역사대중서와 다양한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에 커다란 파급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이 사업은 최초로 인문학 분야와 전산학 분야의 협업이 이루어진 사례로서 인문학과 정보기술의 양자를 겸비한 전문인력들을 배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디지털 인문학의 효시를 이룬 유형은 바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으로서,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집적하여 검색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방대한 단일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축적하여 제공해 주기도 한다.

현재 역사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국가와 민간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조선시대 역사자료인 승정원일기와 일성록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수년간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는 한국문집총간을 지속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고,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유교문화권 기록 자료들이 매년 구축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문화산업 창작소재를 제공하기 위해 스토리 테마파크 작업을 하는 등 디지털 자료의 축적과 활용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방대한 자료의 축적과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는 전문적인 인문학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문학의 저변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다. 초기에는 문자자료를 디지털 텍스트로 입력해서 검색하는 방식과 문서자료를 이미지로 스캔하거나 촬영하여 제목을 부여하고 서비스하는 단순한 열람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주얼시대에 발맞춘 그래픽 및 영상기술의 확장으로 다양한 이용자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쉽게 체험할 수 있게끔 발전하였다.

방대한 자료를 손쉽게 검색하고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게 됨으로서 시간적으로 매우 확장된 영역에서 연구 성과의 산출이 가능해졌고, 공간적으로도 특정 지역에 국한된 공간이 아니라 영역의 확장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이는 전통적 인문학에서 개인 연구자가 수행할 수 있는 연구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이같이 디지털 기술은 인문학의 위상을 변화시켰고 이제 디지털 인문학을 통해 소통의 방법과 대상이 달라졌다. 더 이상 인문학은 전공자들의 고유영역이 될 수 없는 시대이다. 따라서 디지털 인문학은 출발부터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학문영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인문학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는 항상 인문 정신을 통해 그 기술이 본래 가져야 할 본연의 의미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는 모든 부문에 있어서 업무의 능률성, 생활의 편리성 등 외형적이고 가시적인 효율성이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의 편의를 돕는 도구들이 오히려 인간의 두뇌 사용 능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은 우리가 꿈꾸어야 할 현실이고 미래이다. 하지만 인문학은 디지털 기술에 종속되어서는 안되며, 반대로 인문학적 사유를 가능하게 하도록 디지털 기술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문학자들이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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