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스펙쌓기 대안 있다는데…`

“공학교육 선진화로 글로벌 인재 양성 주력”
공학교육인증-기술사 제도 연계 우수 엔지니어 배출 역량 집중
삼성 등 국내 70여곳 참여… 전경련ㆍ중기중앙회와도 협력 확대
산업체 요구 인증기준에 반영 산학협력 윈윈모델 자리잡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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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조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수석부원장

청년취업난이 난제다. 좁은 문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지나친 스펙 쌓기 경쟁이 유발된다. 토익 토플에 해외연수, 각종 자격증, 인턴 경력 등에 몰두하다보면 정작 직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뒷전이다.

청년취업난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직장을 구하는 구직자간 직무 미스매치에서도 기원한다. 기업은 각종 영어점수와 자격증보다는 현업과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직무능력을 원한다. 반면, 구직자들은 이를 등한히 한다. 실질적 직업능력을 기르기보다는 학점 위주의 학습이 대부분이고 또 직업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산학협력체계는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스펙 쌓기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공감대는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지난해 스펙쌓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인재채용기준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공인 직무능력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인재를 채용할 때 여기서 발급하는 직무능력평가서에 의거해 뽑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공공부문이 앞장서고 대기업이 뒤따를 경우 충분히 새로운 인재채용 준거로 자리잡을 것이란 여론이 높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관련 부처가 서둘러 공론화와 제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새 제도 도입에 앞서 참고할 만한 비슷한 인증제도가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 이하 공인원)이다. 사단법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사장 윤종용, 원장 김영길)은 1999년 8월 창립돼 2001년부터 공학교육과 졸업생에 대한 능력 인증업무를 해오고 있다. 2012년 10월 현재 85개 대학 579개 학과와 3만여 명에 인증을 실시했다.

공인원의 인증제도는 직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심층 교육하는 대학 프로그램과 그 교육을 이수한 공대생을 인증하는 제도로 수요자(산업체)의 요구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족하는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제도다. 공인원은 글로벌 공학교육 인증 연합체인 워싱턴어코드에 2007년 6월 가입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확보했다. 2008년 12월에는 우리가 주도해 글로벌 IT교육인증프로그램인 `서울어코드'를 출범시킴으로써 공학교육 인증원으로서 자리를 확실하게 굳히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정부로부터 공학교육인증 평가 및 인증기관으로 공식 지정받았다.

불필요한 스펙쌓기 경쟁을 지양하고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청년취업 해소에 일조하는 공인원의 역할을 김성조 수석부원장에게 들었다.

-우선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말씀해 달라.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대학의 공학 및 관련 교육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기준과 지침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인증 및 자문을 시행함으로써 공학 교육의 발전을 촉진하고 실력을 갖춘 공학기술 인력을 배출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체인데 출범이 좀 늦은 감이 있다.

"공인원은 1999년 8월에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등 공학공동체에 의해 자발적으로 설립된 비정부기구로 설립 당시 모델로 삼은 미국의 ABET(1932년 설립)에 비하면 매우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미국보다 거의 70년 늦게 출범한 가장 큰 이유는 대학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질보다는 양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대학 설립 진입 장벽을 철폐하여 대학간 경쟁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정부에 의해 1996년부터 도입되었으나 경쟁을 통해 대학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는커녕 자질이 떨어지는 학생까지 마구잡이로 대학에 끌어들이는 결과를 가져와 오히려 전반적인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공인원이 태동하게 된 것이다."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됐고 어떤 지원과 감독을 받고 있나.

"공인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정부기구로서 설립되었고, 인증기구로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예산 지원을 일부 받고 있으나, 인증 평가 및 판정, 공인원 기관 운영 등에서 정부로부터 철저히 독릭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공인원이 2013년 1월 7일자로 공학 분야 프로그램 평가인증 정부인정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인증기구로서의 책무성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의 감독을 받고 있다."

-공인원이 그간 성취해온 성과가 적지 않다. 그간의 인증 활동을 소개해 달라.

"공인원은 설립된 이래 2007년 워싱톤 어코드 정회원 가입, 2008년에는 IT 분야 인증을 위한 국제협약인 서울어코드 설립을 주도했고, 2010년 시드니어코드ㆍ더블린어코드 준회원 가입 등을 통해 4년제 대학부터 전문대 학교까지 우리나라 공학교육의 국제적 동등성을 인정받는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론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공학교육에 캡스턴 디자인 등 설계 교육을 도입함으로써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 교육의 기틀을 수립했다. 프로그램마다 자신에 적합한 교육목표 설정을 통해 배출된 엔지니어 역량과 기업이 원하는 역량의 차이 즉 스킬 미스매치가 해소되는데 일정 부분 공헌했다. 또한 우리 공학 교육에서 소프트 스킬을 요구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이 팀워크 능력, 리더십, 소통 능력 등을 갖추도록 하는데 공헌했고, 졸업생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요구하는 학습성과 달성을 요구함으로써 엔지니어의 질 보장 및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데 공헌하고 있다."

-공인원의 활동이 신뢰와 권위를 가지려면 인증기관으로서 외부로부터의 독립성과 전문성, 권위가 확보돼야 할 텐데,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와 공인원의 노력은 어떤 것이 있나.

"공인원이 인증기구로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독립성은 공인원 운영 측면과 인증평가 측면 등 두 가지 관점에서 고려할 수 있다. 공인원 운영의 독립성을 위해 공인원 원장은 독립적인 기구인 원장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임명함으로써 외부로부터 간섭을 차단했다. 인증판정의 경우, 평가단의 판정결과는 연도별, 대학별, 분야별 조율위원회의 추천에 의해서만 변경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그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평가자 및 평가위원 교육을 통해 전문성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일선 대학에서 인증프로그램 운영을 직접 지휘 감독하고 있는 PD를 평가위원으로 초빙함으로써 평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학기술은 정체되지 않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인증절차와 시스템, 인증기준과 평가방법 개선, 인증 담당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할 텐데.

"인증절차 및 인증기준과 평가 방법 등의 개선과 의견수렴을 위해 공인원은 공학교육인증포럼, 공학교육혁신센터장 간담회 등을 각각 연 4회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다양한 개선 사항을 인증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인증기준, 인증제도, 인증절차 등에 반영하고 있다. 인증 담당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앞서 언급한 대로 평가자 교육과 평가위원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관련 전문학회에도 평가자 교육을 위탁하고 있다. 공인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전문성 배양을 위해서 해외 관련 학회나 워크숍 참석을 지원하고 있다."

-공인원의 목적 중 하나가 대학 공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방향성 제시다. 인증 활동 외에 대학공학교육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활동을 펴고 있나.

"공학교육의 질적 향상 및 방향성 제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족하는 인증기준 제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증기준을 만족할 수 있도록 대학공학교육 품질의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공학교육인증포럼, 공학설계교육포럼, E3Camp 등의 개최를 통해 공학교육 품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대학에 제시하고 있다."

-인증의 효력, 즉 공인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공학프로그램과 그 이수자에 대한 산업체와 사회의 합당한 대우는 공인원의 존립 근거라 할 수 있다. 인증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체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인증의 실효성 확보는 인증제도의 정착과 확산을 위해 매우 중요다. 우선 기업체 담당자가 인증제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기전자, 기계, 토목건축, 화공재료, 컴퓨터 등 5개 산업 분야별로 산학자문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인증제도에 대한 소개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산업체 CEO를 대상으로 한 인증평가 어드바이저 제도 운영, 산업체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평가위원 참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업의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간접적인 협력 유도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인증졸업생에게 취업 시 혜택을 부여할 수 있도록 기업들과 MOU를 체결하고 있다. 2012년 현재 삼성전자를 포함한 약 70여 개 기업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으며, 금년에도 이러한 참여 기업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것이다. 특히 금년에는 전경련이나 중소기업중앙회와 협력하여 CEO를 대상으로 인증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인증 졸업생에게 혜택을 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 만큼 살게 된 것은 공학 기술인들의 기여가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작금 공학기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지위와 명예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공계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것인데, 공인원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지적한 대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엔지니어에 대한 신분 보장 및 명예 확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 대해서도 의사나 약사와 같은 면허 제도는 아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자격증 제도가 확립되어 전문인으로서의 인정과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줘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공학교육인증제도와 국가자격증제도를 연계해 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한 공대 졸업생에게 일정한 자격을 부여하고, 이 자격증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경력 관리를 통해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한국기술사회와 협력하여 국가기술사법 개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인원은 최단 시간 내에 글로벌 공학교육 인증원 연합체인 워싱턴 어코드에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기술 및 인적 교류가 글로벌 차원에서 장벽이 사라지는 시대에 글로벌화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계획과 전략은.

"세계 경제에 WTO, FTA 체제가 도입되면서 상품 교역에 있어서 국경이 사라져 국가 간 교역이 활성화됨에 따라 국가 간 인력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고, 기업의 활동 또한 글로벌화 하면서 국가 간 인력, 특히 엔지니어들의 이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1년 총인력 22만1726명 중 해외 인력이 11만9753명으로 54%에 달하는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인력 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국내 청년 실업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들의 해외 취업을 지원하는 것도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인원은 우리 엔지니어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이 졸업생의 역량을 보장하는 체제를 갖추었는지를 점검할 수 있도록 평가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다. 공학교육인증제도와 기술사제도 간을 연계하도록 함으로써 국내 자격증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도록 하여 국내의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해외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대학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는 교육을 함으로써 해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유도할 것이다."

-2008년 12월 공인원이 컴퓨팅과 통신 등의 IT분야 인증을 주도하는 서울 어코드를 발족했다. 서울 어코드에 대한 해외 공학인증기관들의 반응과 향후 전망은.

"공인원은 2006년부터 미국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등 IT 분야 선진국들과 함께 IT 분야 대학 졸업생 학력의 국가 간 상호인정을 위해 노력을 해왔고, 그 결실로 2007년 IT 분야 국제협약 설립을 약속한 서울선언을 거쳐 2008년 12월 서울어코드 설립을 주도했다. 2009년 6월 일본에서 열린 서울어코드 2차 총회에서 대만과 홍콩이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현재는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 등이 가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IT 분야는 공학 어떤 분야보다도 엔지니어의 이동이 활발한 분야이기 때문에 서울어코드의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취업을 위한 무차별적이고 소모적인 스펙 쌓기가 필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직무분석평가인증원' 같은 곳을 설립해 기업이 원하는 직무를 평가 인증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와 관련해 공인원의 역할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견해는.

"공인원에서는 수요자 중심 교육, 졸업생 역량을 보장하는 교육을 실행하는 대학에 대한 인증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대학에서 배출이 되고, 배출되는 인력과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간의 역량의 차이, 즉 스킬 미스매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 직무분석인증평가원이 설립된다면, 기업이 원하는 직무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가 양성되도록 기업의 요구사항을 대학에 신속히 전달하고, 또 그러한 역량이 배양될 수 있도록 산업체의 요구를 인증기준에 즉시 반영함으로써 대학생들이 소모적인 스펙 쌓기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필요 없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학 교육만 충실히 이수하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을 개선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규화선임기자 david@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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