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ㆍ배 제외 검은색… 동아시아 100마리 생존 희귀종
우리말의 색채어 중 다양한 은유와 상징어로 쓰이는 게 흑백 계열의 말들이다. 그 중 하나가 검다는 의미의 `먹'자이다. 특히 야생동물 이름 앞에 쓰일 때는 흰색과 대비되는 색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먹붕장어, 먹부전나비, 먹조롱박벌 등이 있다.
`먹황새`도 백색계열의 황새보다 색깔이 상대적으로 어두워서 붙여진 이름이다. 먹황새는 부리와 다리, 눈 주위가 붉고 흰색의 가슴과 배를 제외하고는 녹색 광택을 띤 검은색이다. 그래서 검다는 직접적인 한자어 `흑(黑)'자 대신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먹'자를 쓴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먹황새는 우리나라 전남 함평, 해남, 경북 영주에서 경남 낙동강 하류까지 국지적으로 도래하는 겨울철새이다. 과거 한반도에서 소수가 번식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남한에서는 1938년 3월 경북 안동군 도산면 가송리, 1965년 6월 가송리 천마산(현재는 청량산) 암벽에 번식했다고 한다.
가송리 학은 1564년 퇴계 이황의 시 `차금문원 고산원(次琴聞遠 孤山韻)'의 `산고유칭학서비(山孤唯稱鶴栖飛)'의 시 구절에 나온다. 원로 조류학자 원병오 교수는 1974년 `신박물기'에서 가송리 학은 현학(玄鶴)으로서 먹황새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이 지역은 1937년 안동농림학교 교사였던 고바야시가 먹황새 번식을 확인하고 1938년 경성대 모리 교수가 현지답사 결과를 보고해 1939년에 `천연기념물 제72호'로 지정된 바 있다.
먹황새는 동아시아(시베리아, 몽골, 중국)와 남아프리카, 유럽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2만4000∼4만4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식 정보가 부족하다. 습지와 산림개발 때문에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어류와 양서ㆍ파충류를 먹는 특성 때문에 농약중독에 취약해 황새처럼 위협받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생존 개체수가 약 100마리로, 수자원 개발과 기후변화 등으로 습지훼손이 빨라지면서 생존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00호, 멸종위기 2급,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겨울철 함평 일대 남쪽에서 소수가 불규칙적으로 도래할 뿐이다.
황새도 학이라 불렸고, 학은 유학자들의 그림과 시에서 자주 등장하며, 심지어 사육까지 한 기록으로 보아 퇴계 이황과 먹황새의 이미지는 친숙하다고 느껴진다. 더욱이 먹황새의 `먹'자가 단순히 검다는 의미보다 먹 냄새가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안동시의 상징새는 `까치'이다. 까치는 대부분 지자체의 상징새로 차별성도 없고, 안동시가 표방하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이미지와도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우리나라 유일의 먹황새 번식지 기록을 통해 안동시의 상징 조류를 `먹황새'로 바꾸고, 자연유산의 자취가 휘감아 돌아가는 낙동강과 유교문화의 스토리텔링을 잘 엮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백운기 박사(국립중앙과학관)
`먹황새`도 백색계열의 황새보다 색깔이 상대적으로 어두워서 붙여진 이름이다. 먹황새는 부리와 다리, 눈 주위가 붉고 흰색의 가슴과 배를 제외하고는 녹색 광택을 띤 검은색이다. 그래서 검다는 직접적인 한자어 `흑(黑)'자 대신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먹'자를 쓴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먹황새는 우리나라 전남 함평, 해남, 경북 영주에서 경남 낙동강 하류까지 국지적으로 도래하는 겨울철새이다. 과거 한반도에서 소수가 번식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남한에서는 1938년 3월 경북 안동군 도산면 가송리, 1965년 6월 가송리 천마산(현재는 청량산) 암벽에 번식했다고 한다.
가송리 학은 1564년 퇴계 이황의 시 `차금문원 고산원(次琴聞遠 孤山韻)'의 `산고유칭학서비(山孤唯稱鶴栖飛)'의 시 구절에 나온다. 원로 조류학자 원병오 교수는 1974년 `신박물기'에서 가송리 학은 현학(玄鶴)으로서 먹황새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이 지역은 1937년 안동농림학교 교사였던 고바야시가 먹황새 번식을 확인하고 1938년 경성대 모리 교수가 현지답사 결과를 보고해 1939년에 `천연기념물 제72호'로 지정된 바 있다.
먹황새는 동아시아(시베리아, 몽골, 중국)와 남아프리카, 유럽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2만4000∼4만4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식 정보가 부족하다. 습지와 산림개발 때문에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어류와 양서ㆍ파충류를 먹는 특성 때문에 농약중독에 취약해 황새처럼 위협받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생존 개체수가 약 100마리로, 수자원 개발과 기후변화 등으로 습지훼손이 빨라지면서 생존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00호, 멸종위기 2급,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겨울철 함평 일대 남쪽에서 소수가 불규칙적으로 도래할 뿐이다.
황새도 학이라 불렸고, 학은 유학자들의 그림과 시에서 자주 등장하며, 심지어 사육까지 한 기록으로 보아 퇴계 이황과 먹황새의 이미지는 친숙하다고 느껴진다. 더욱이 먹황새의 `먹'자가 단순히 검다는 의미보다 먹 냄새가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안동시의 상징새는 `까치'이다. 까치는 대부분 지자체의 상징새로 차별성도 없고, 안동시가 표방하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이미지와도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우리나라 유일의 먹황새 번식지 기록을 통해 안동시의 상징 조류를 `먹황새'로 바꾸고, 자연유산의 자취가 휘감아 돌아가는 낙동강과 유교문화의 스토리텔링을 잘 엮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백운기 박사(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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