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디지털 복원과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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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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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유산은 가능한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연적 현상 또는 전쟁이나 화재 등에 의해 원형을 잃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 각지에서는 훼손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런데 엄밀한 고증없이 외형복원에만 치우칠 경우 오히려 역사를 왜곡할 위험성도 높다. 한번 잘못 복원하게 되면 다시 허무는데도 막대한 예산이 들고, 그냥 두자니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들도 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디지털 복원이다. 디지털 복원이란 컴퓨터 그래픽, 가상현실, 문화기술 등의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문화유산을 복원해 내는 작업을 말한다. 디지털 복원사례로는 황룡사 9층 목탑과 같이 사라져 버린 문화유산을 되살리는 원형복원의 경우, 고대 로마의 훼손 유적을 기반으로 원형을 복원한 `로마 재창조(Rome Reborn)' 프로젝트와 같은 재현 복원의 경우, 팔만대장경ㆍ석굴암과 같이 훼손의 위험을 피하고자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어려운 문화유산을 재현하여 대신 보여주는 경우 등이 있다.

디지털 복원에는 다양한 분야간의 융복합이 필수적이다. 또한 혹시라도 나중에 고증의 문제가 생기거나 다른 자료가 발굴되는 경우 쉽게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이미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고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되어 있는 도시 전체 또는 일부를 문화유산으로 복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첨단 문화기술과 결합하여 가상현실로서 보여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디지털 복원을 통해 굳이 현존하는 건물을 철거하거나 매입하여 다시 복원하는데 들어갈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디지털 복원사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황룡사 9층 목탑과 앙코르 와트 유적이었다. 이 두 사업의 결과물은 각각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에서 시연되어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특히 황룡사는 고려 말 몽골의 침공으로 불에 타 주춧돌 이외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문화유산으로서, 그 원형을 찾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현재 2017년까지를 목표로 황룡사의 디지털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실물 복원은 2025년에나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디지털 복원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예술 및 IT 분야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절실하다. 그리고 국가기관의 지원사업의 형태에 국한시키기 보다는, `로마 재창조' 프로젝트처럼 IT 관련 민간 기업이 디지털 복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나아가 그 범위를 과거의 문화유산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의 문화를 디지털화하여 미래에 남겨 주는 것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디지털 복원이 주로 과거 공간과 건축 등 외형적 요소의 3D 시뮬레이션에 집중되었다면, 앞으로 디지털 복원의 주체는 문화유산 안에 살아 숨 쉬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선보였던 디지털 `청명상하도' 는 단순한 그림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그림 속 사람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하여 찬사를 받았다. 우리의 경우에도 황룡사만 보여주는 것보다는, 황룡사에서 법회를 열고 있는 원효와 그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함께 복원해 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오랜 꿈 가운데 하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 복원은 바로 인문학 지식을 문화기술과 결합한 최고의 시간여행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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