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21세기 새로운 실학, 문화원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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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1-1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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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002년부터 진행한 문화원형 사업은 전통문화 테마별로 디지털 콘텐츠를 구축하여 문화콘텐츠산업 현장에 필요한 창작 소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총 654억의 예산이 투입되어 193개의 과제가 창작소재 개발을 위한 디지털 자원으로 구축되었다.

이 사업이 시작된 배경은 대한민국이 우월한 문화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 콘텐츠 창작 및 기획에 필요한 독창적인 창작소재의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데 있었다. 아울러 세계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소재 발굴 및 개발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같은 사업은 대규모의 투자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것이다.

문화원형사업은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었던 인문학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특히 인문학이 문화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될 수 있다는 여지를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 사업을 통해 디지털 인문학의 가능성이 발견되면서 전국의 여러 대학에서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들이 생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사업의 범위는 문화산업에 필요한 창작소재화와 이에 대한 웹서비스의 구현이다. 즉 순수예술 및 인문학 가운데 전통문화를 대상으로 테마별로 디지털콘텐츠로 만들어 창작소재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의 결과물은 문화원형 포털(http://www.culturecontent.com)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아울러 문화원형사업이 우리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전략적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원천을 제공해 준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는 대목이다.

그런데 2010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의 지적에 따라 사업의 내용과 목적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면서 문화원형 사업은 일종의 일몰(日沒) 프로젝트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2011년부터는 예산의 대폭적인 축소와 신규 문화원형 개발 과제 중단이라는 사태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문화원형 사업은 국가 미래전략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전통문화와 콘텐츠산업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각국은 자국의 전통문화를 토대로 문화콘텐츠산업을 향유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것은 자국의 역사와 문화가 곧 다른 문화와 차별화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원형 사업이 중단된다는 것은 무한한 전통문화자원의 공급이 끊기게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전통문화의 현대화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으로 문화원형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재시작이 아니라 그 동안의 사업성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반성 위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문화원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문화원형 포탈을 국민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형태로 개선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기반한 문화콘텐츠산업으로 세계 문화콘텐츠산업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이 세계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콘텐츠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 자원에 대한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실학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시대적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전통문화자원을 어떻게 가꾸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문화원형사업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원형은 한국의 미래를 보장해 줄 21세기의 새로운 실학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진오 상명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ㆍ역사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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